“형의 아청법 혐의, 내 폰까지 뒤지나”…디지털 포렌식 공포에 떤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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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의 아청법 혐의, 내 폰까지 뒤지나”…디지털 포렌식 공포에 떤 가족

2025. 10. 21 17:31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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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기 썼을 뿐인데”…IP 주소 하나로 온 가족 수사선상에. ‘형 잡으려다 동생까지 처벌’될 수 있다는 경고 나와.

공유기 IP로 아청법 수사 시 피의자가 특정되지 않으면 가족 전체의 전자기기가 포렌식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셔터스톡

IP 주소 하나에 온 가족 '날벼락'…아청법 수사, '공유기'가 가족 전체를 겨눌 수 있다


한 가족 구성원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위반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문제는 누가 범행을 저질렀는지 특정되지 않아 “가족 모두의 전자기기를 포렌식 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가족 전체를 덮친 것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원칙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짚으며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다.


“내 폰은 죄가 없는데”…원칙과 예외 사이


디지털 포렌식(디지털 증거 분석)은 원칙적으로 특정된 피의자를 대상으로 한다. 다수 변호사들은 “수사기관이 명확한 혐의를 가진 사람을 특정한 후 그 사람의 전자기기를 포렌식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입을 모았다. 법무법인 오른의 백창협 변호사는 “포렌식은 특정된 피의자의 전자기기를 대상으로 한다”고 명확히 했다. 즉,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차별적인 포렌식이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피의자가 특정됐을 때’의 이야기다. 만약 수사기관이 IP 주소만 확보했을 뿐 정확한 행위자를 가려내지 못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법무법인 반향의 정찬 변호사는 “가족 모두가 같은 네트워크(Wi-Fi)나 기기를 공유하는 경우, 특정 피의자를 찾기 위해 가족의 기기까지 조사할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리움의 김경태 변호사 역시 “정확한 혐의자를 특정하지 못한 초기 단계에서는 동일 IP를 사용하는 가구 구성원 전체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집안의 공용 와이파이가 ‘수사망 확장’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형 잡으려다 동생까지”…‘여죄’의 덫


더 큰 문제는 수사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여죄(餘罪)’가 발견될 가능성이다. 본래 수사하던 범죄 외에 추가로 드러나는 별도의 범죄 혐의를 말한다. 만약 형의 혐의를 밝히기 위해 동생의 휴대폰을 포렌식 하던 중, 동생의 또 다른 범죄 혐의가 드러난다면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은 이 경우 동생 역시 별도의 수사 대상이 된다고 경고했다.


법률사무소 니케의 이현권 변호사는 “실제로 이런 사례가 존재하며, 한 사람의 범죄 수사 중 가족의 추가 범죄가 드러나 함께 처벌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현실을 짚었다. 법률사무소 새율의 최성현 변호사도 “포렌식 과정에서 발견된 증거는 법적으로 유효하므로, 동생의 기기에서 별도의 아청법 위반 정황이 확인된다면 별도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이러한 사례는 디지털 성범죄 수사에서 종종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이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수사 초기 ‘골든타임’, 전문가 조언은?


변호사들은 가족 전체가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는 이런 복잡한 상황일수록 수사 초기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섣부른 대응이 가족 전체를 더 큰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리움의 김경태 변호사는 “수사 초기 단계부터 각자의 상황에 맞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 것이 권장된다”며 “디지털 기기 제출 시 법적 권리와 한계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법무법인 서한의 최원재 변호사는 현실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만약 형이 아청법 위반을 저지른 것이고 이 때문에 동생의 별건 발각이 염려되는 상황이라면, 형이 빨리 자백을 하고 증거를 자진 제출함으로써 동생의 폰이 포렌식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한 사람의 결단이 수사의 범위를 한정하고 가족의 추가 피해를 막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IP 미특정’ 아청법 수사는 한 개인의 일탈이 어떻게 가족 전체의 사생활과 법적 안정성을 뒤흔들 수 있는지 보여주는 서늘한 경고장이다. 디지털 흔적이 거미줄처럼 얽힌 시대, 나와 가장 가까운 가족의 행위가 곧 나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현실을 법은 냉정하게 직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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