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채 잡혔는데 쌍방폭행? 법원이 '정당방위'로 본 순간들
머리채 잡혔는데 쌍방폭행? 법원이 '정당방위'로 본 순간들
"목 긁혔다"는 가해자 주장…CCTV·판례로 뒤집는 법

한 여성이 술집에서 일방적으로 폭행 당했지만, 가해자의 거짓 주장으로 쌍방폭행 위기에 처했다. / AI 생성 위기
술집에서 일방적으로 머리채를 잡혔지만 "나도 맞았다"는 가해자의 주장으로 쌍방폭행범으로 몰린 여성.
목격자와 CCTV, 그리고 '이 판례' 하나로 억울한 프레임을 깨고 가해자에게 무고죄까지 물을 수 있는 법적 대응 전략을 전문가들과 함께 짚어봤다.
"폭행할 생각 없었다" 억울한 피해자의 호소
술집에서 시비 끝에 머리채를 잡히고도 오히려 가해자로 몰릴 위기에 처한 한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그는 "술집에서 사이 좋지 않은 여자애를 만났는데 계속 여러번 저희 테이블 와서 시비 걸고 꼽을 줬습니다"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가해자는 급기야 여성의 머리채를 잡았고, 피해자가 즉시 사장에게 달려가 신고했다. 그러자 가해자는 자기도 목을 긁혔다며 '쌍방폭행'을 주장했다.
피해자는 "저는 걔를 신경도 안 쓰고 폭행할 생각과 대화할 생각도 없었거든요"라고 강조하며 "옆 테이블도 다 보셔서 증언도 해주셨거든요. 억울해서 미치겠네요"라고 호소했다.
왜 '쌍방폭행'으로 입건될까?…수사 초기의 함정
일방적으로 당했는데도 '쌍방폭행'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수사 초기 단계의 실무적 관행과 가해자의 전형적인 수법이 맞물린 결과라고 설명한다.
법률사무소 율경 홍수경 변호사는 "현장에서 경찰이 처음에 쌍방폭행 가능성을 말하는 건 흔한 일입니다. 서로 '맞았다', '긁혔다'고 주장하면 일단 양쪽을 같이 놓고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건 결론이 아니라, 조사 시작 단계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즉, 초기 입건이 최종 처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로티피 법률사무소 최광희 변호사 역시 "수사 실무상 상대방이 목을 긁혔다고 주장하면 상호 신체 접촉 여부를 기준으로 쌍방폭행으로 병합 입건되는 경우가 많으나, 이는 형식적 판단일 뿐 최종 결론은 아닙니다"라고 지적했다.
'정당방위'의 법적 기준…판례가 말하는 핵심
억울한 '쌍방' 프레임에서 벗어나려면 법적 기준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 먼저 상대의 '머리채를 잡는 행위'는 그 자체로 명백한 폭행(형법 제260조)에 해당한다. 만약 이 과정에서 방어를 위해 한 행동이 문제 된다면 '정당방위' 성립 여부를 따지게 된다.
형법 제21조 제1항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실제 판례는 이를 뒷받침한다. 대법원은 상대방의 구타에서 벗어나려 손을 휘젓다 상해를 입힌 행위는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했으며(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도12958 판결), 술집 폭행을 제지하다 상해를 입힌 경우 기소유예 처분은 부당하다는 헌법재판소 결정(헌법재판소 2001. 5. 31. 선고 2000헌마314 결정)도 있었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쌍방폭행 판단의 핵심은 상호성과 동시성입니다. 서로 밀치거나 때린 정황이 있어야 쌍방이 됩니다"라며 일방적 폭행과 쌍방폭행의 차이를 분명히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