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는데 성폭행·불법촬영 한 남친, 고소했더니 "왜 계속 사귀었냐"는 검찰의 질문
자는데 성폭행·불법촬영 한 남친, 고소했더니 "왜 계속 사귀었냐"는 검찰의 질문
수면 중 동의 없는 성관계 및 촬영 혐의로 고소…1년 넘게 결론 안 나 답답함 호소

A씨는 잠든 사이에 남자친구로부터 성폭행과 불법 촬영 피해를 봤다. / AI 생성 이미지
A씨는 교제하던 남자친구 B씨에게 성범죄 피해를 봤다. A씨가 잠든 사이 B씨는 동의 없이 몸을 만지고, 성관계까지 한 뒤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B씨 스스로 범행을 인정한 통화 녹음과 정신과 진단서까지 제출하며 고소했지만, 1년이 넘도록 수사는 진척이 없었다. 오히려 검찰은 A씨에게 "왜 그런 일을 겪고도 계속 사귀었냐"고 물었다.
피해 이후에도 관계를 바로 정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해자 처벌이 어려워지는 걸까?
잠든 사이 성폭행·불법촬영…"동의받고 하라" 말했지만 소용없었다
A씨는 교제 초반 B씨에게 "갑자기 스킨십하는 것을 싫어하니, 허락을 받고 해달라"고 분명히 말했다. 그러나 B씨는 A씨가 잠든 틈을 타 여러 차례 성추행을 저질렀다.
A씨가 잠에서 깨 뒤척이며 무언의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B씨는 멈추지 않았다. 결국 동의 없이 성관계를 하고, 그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기까지 했다.
이 일로 A씨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결국 우울증과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A씨는 B씨가 범행을 인정한 내용이 담긴 통화 녹음과 진단서 등을 증거로 제출해 그를 고소했다.
"왜 계속 사귀었나" 검찰 질문, 변호사들 "흔한 절차일 뿐"
고소 후 1년이 넘도록 수사가 지연되는 가운데, 검찰은 A씨에게 '피해 이후에도 교제를 이어간 이유'를 물었다. A씨는 당시 B씨가 유일한 이동 수단이었고, 자신만 참으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변호사들은 검찰의 이런 질문이 성범죄 사건 수사에서 흔히 나타나는 절차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유(唯) 박성현 변호사는 "연인 간 성범죄 조사 과정에서 자주 나타나는 형식적 질문일 뿐"이라며 "관계 파탄에 대한 두려움과 심리적 지배, 당시의 제반 상황을 담담하고 일관되게 진술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베테랑의 황윤경 변호사 역시 "이런 유형의 사건에서 흔히 등장하는 질문일 뿐, 의뢰인께서 무언가 잘못하신 것이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한강 김전수 변호사는 "실제 성범죄 사건에서는 두려움이나 경제적·심리적 의존, 관계 회복에 대한 기대 등으로 피해 이후에도 교제를 이어가는 사례가 적지 않으며, 이러한 사정만으로 피해 사실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잠든 상태' 이용한 명백한 범죄…'인정 녹취'는 강력한 증거
변호사들은 A씨의 피해 사실이 명백한 범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잠든 사람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성관계와 신체 접촉은 각각 준강간죄와 준강제추행죄에 해당하며, 동의 없는 촬영은 카메라등이용촬영죄가 성립한다.
특히 B씨가 스스로 범행을 인정한 통화 녹음은 혐의를 입증할 매우 강력한 증거가 된다.
법무법인 쉴드 조재황 변호사는 "상대방이 직접 행위를 인정한 내용은 매우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며 "상대방이 수사기관 진술에서도 인정하였다면 유죄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분석했다.
제로변호사 홍윤석 변호사는 "이미 제출하신 우울증 및 공황장애 진단서와 억지로 관계를 맺다 구토를 한 정황 등은, 당시 의뢰인이 겪은 정신적 고통을 입증하는 유의미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1년 넘게 지연된 수사, 어떻게 해야 할까
고소 후 1년 넘게 사건 처리가 지연되자 A씨는 답답함을 호소했다. 변호사들은 수사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필승의 김준환 변호사는 "1년 넘게 지연된 검찰의 빠른 기소 결정과 재판 회부를 위해 조력을 받아 서면 대응 전략을 즉시 실행해야 한다"며 "피해자 진술 신빙성을 보완한 의견서를 정교하게 작성해 제출하여 사건을 신속히 재판으로 넘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명호 법률사무소 송명호 변호사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검찰에 사건 처분 촉구 진정서를 제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장기 미제 사건에 대한 신속한 수사 및 처분 촉구, 피의자의 범행 자백 증거 추가 강조, 교제를 지속할 수밖에 없었던 특수 상황 소명 등을 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