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하던 상품권 판매였는데…어느 날 '돈세탁 주범'이 됐다
늘 하던 상품권 판매였는데…어느 날 '돈세탁 주범'이 됐다
보이스피싱 자금세탁 혐의로 구속된 상품권 업체 대표. '범죄 고의성' 입증이 석방의 열쇠로 떠올랐다.

늘 하던 대로 상품권 판매를 했을 뿐인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자금세탁 주범으로 몰려 구치소에 수감된 A씨. 어떻게 대응해야?/셔터스톡
"성실히 일했을 뿐인데"…보이스피싱 자금세탁범으로 몰린 사장의 절규
"하던 대로만 하면 됩니다." 전임 대표의 이 한마디를 믿고 성실히 상품권 매매업체를 운영하던 A씨. 그의 평범한 일상은 경찰의 '긴급체포' 통보 한 장으로 산산조각 났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자금세탁 주범으로 몰려 구치소에 수감된 것이다.
어쩌다 상품권이 '검은돈'의 세탁소가 됐나?
법률 전문가들은 현금화가 쉽고 거래 추적이 어려운 상품권의 특성을 악용한 신종 범죄라고 입을 모은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피해자에게서 가로챈 돈으로 상품권을 대량 구매한 뒤, 이를 되팔아 현금화하며 수사망을 피하는 수법이다.
이 과정에서 A씨처럼 정상적인 거래로 믿고 상품권을 매입한 판매업자들이 자신도 모르게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공범으로 전락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석방을 위한 단 한 번의 기회, '구속적부심사'
A씨가 구치소 밖에서 자신의 무고를 다투기 위한 '골든타임'은 바로 지금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구속된 피의자는 10일 안에 '구속적부심사'(구속이 합당한지 법원이 다시 심사하는 절차)를 청구할 수 있다.
수사 단계에서 석방을 기대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기회다. 변호인들은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없다는 점을 객관적 자료로 입증하는 것이 승패를 가른다"고 조언한다.
일정한 주거와 직업, 부양가족이 있다는 사실, 사건의 주범이 아닌 단순 지시에 따른 업무 수행자였다는 점 등을 텔레그램 대화, 거래 내역, 급여 명세서 등으로 촘촘히 증명해야 한다.
'정말 몰랐다'는 항변, 법원은 무엇을 보나
결국 이 사건의 최종 무죄 여부는 A씨에게 '범죄의 고의성'이 있었는지를 법원이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달렸다.
"자금세탁인 줄 정말 몰랐다"는 항변이 받아들여지려면, 거래 방식이 통상적이었고 범죄를 통해 얻은 이익이 비정상적으로 크지 않았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만약 보이스피싱 범죄 연루 사실이 유죄로 인정되면, 범죄수익은닉 혐의에 더해 '사기방조죄'까지 추가돼 집행유예 없는 실형이 선고될 수도 있는 중대 사안이다.
가족들은 A씨가 범행의 구조나 불법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을 뒷받침할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변호인과 공유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
늘 하던 평범한 일"이 한순간에 인생의 족쇄가 되어버린 A씨. 그의 운명은 '몰랐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와 남은 골든타임 동안의 치밀한 법적 대응에 달리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