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긁고 줄행랑, 추격해 잡았는데…'뺑소니' 성립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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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긁고 줄행랑, 추격해 잡았는데…'뺑소니' 성립될까

2026. 03. 26 10:09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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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도주 의사 있었다면 뺑소니"…경찰 초기 판단 뒤집힐까?

고속도로 접촉사고 후 달아나다 추격 끝에 붙잡힌 운전자에 대해 경찰이 '뺑소니'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해 논란이 일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고속도로에서 접촉사고를 낸 뒤 달아나는 차량을 끈질기게 추격해 붙잡았지만, 경찰로부터 '뺑소니' 적용이 어렵다는 말을 들은 운전자의 사연이 전해졌다.


수사기관은 현장에서 결국 멈췄다는 점에 주목하지만, 법조계에서는 피해자의 추격을 유발한 행위 자체가 문제이며 '도주 의사'를 입증하면 처벌이 가능하다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차 세워!" 고속도로 위 아찔했던 추격전의 전말


고속도로를 주행하던 A씨는 옆 차선에서 급하게 끼어든 차량에 측면을 그대로 들이 받혔다. A씨는 "당시 소리와 충격이 굉장히 컷다"고 회상했다.


상대 차량도 충격을 느낀 듯 1차로로 돌아갔다가 다시 2차로로 들어왔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A씨는 "사고가 났으니 당연히 멈출 줄 알았는데, 상대 차량이 그대로 운행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결국 그는 가속 페달을 밟아 상대 차량을 추격했고, 옆에 따라붙어 차를 세우라고 소리친 뒤 상대 차량 앞으로 가로막고 나서야 갓길에 함께 멈춰 설 수 있었다.


A씨는 이 과정을 명백한 '뺑소니'라고 보고 신고했지만, 돌아온 조사관의 첫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결국 멈췄으니 괜찮다?'…법조계의 신중론


A씨에 따르면, 담당 조사관은 "현장에서 구제불능 상태의 피해자를 그냥 방치하고 도주해야 뺑소니가 적용 가능하다"며 혐의 적용이 어려울 것 같다는 초기 의견을 내비쳤다.


실제로 일부 변호사들은 법리적으로 '도주'가 성립되기 까다로운 지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김연주 변호사는 "A씨가 곧바로 추격해 정차를 유도하고 현장에서 조치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도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라고 말했다.


윤관열 변호사 역시 "일정 거리 내에서 추격을 통해 결국 현장에서 정차하여 사고 처리가 이루어졌다면 일반적으로는 도주 의사가 명확히 인정되기 어려워, 뺑소니(사고 후 미조치) 적용은 제한될 가능성이 큽니다"라고 조언했다.


인명 피해가 없고 현장을 완전히 벗어나지 않았다면, 더 가벼운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혐의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 "도망치려 한 '의도'가 핵심…판례는 다르다"


하지만 다수의 법률 전문가는 수사관의 초기 판단이 법리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한 결과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상훈 변호사는 "대법원은 사고 인지 후 즉시 조치를 취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하려는 의사가 있었다면, 이후 피해자가 추격하여 정차를 유도했더라도 도주 의사를 부정하지 않습니다"라며 '도주 의사' 자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잡혔다는 사실보다 '도망치려 한 의도'가 있었다면 처벌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광주지방법원의 한 판결은 A씨의 사례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법원은 "교통사고를 야기한 운전자가 피해자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인적사항이나 연락처를 알려주지 아니한 채 사고 후 즉시 차량을 운전하여 현장을 이탈하는 경우에는, 위 도주의 운전 자체는 물론, 이를 제지하거나 뒤쫓아 갈 것으로 예상되는 피해자의 추격 운전으로 말미암아 또 다른 교통상의 위험과 장애가 야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 법에서 정한 필요한 조치를 다한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즉, 피해자가 추격하게 만든 위험한 상황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이다.


결국 관건은 '도주 의사'를 입증할 객관적 증거다. 강민기 변호사는 "상대방이 충격과 소음을 느끼고 1차로로 돌아갔다가 다시 2차로로 들어온 행동은, 사고 인지를 스스로 입증하는 정황으로 매우 중요한 증거입니다"라며 블랙박스 영상 등 증거 확보와 이를 바탕으로 한 적극적인 의견서 제출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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