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피해자인데…경찰은 나를 뺑소니범이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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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피해자인데…경찰은 나를 뺑소니범이라 불렀다

2025. 12. 08 09:46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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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미한 접촉사고, '도주의 고의' 없었다면 뺑소니 무죄…입증 책임은 운전자에게

접촉사고 후 자신을 피해자라 신고한 운전자가 오히려 뺑소니범으로 몰렸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피해자라 신고했더니 뺑소니범으로 몰린 운전자, 법적 쟁점은?


퇴근길 접촉사고 후 자신이 피해자라며 보험사에 신고까지 마친 운전자 A씨. 며칠 뒤 그의 집 초인종을 누른 건 뺑소니 사건을 조사하러 온 경찰이었다.


피해자에서 한순간에 피의자로 전락한 A씨의 사연은 법률 초심자들에게 ‘뺑소니’의 성립 요건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내 차 박고 도망쳤는데”…황당한 뺑소니범 낙인

사건은 지난 11월 17일 오후 5시경, 차량으로 붐비는 2차선 도로에서 시작됐다. 주차장에서 도로로 진입하던 A씨의 차량 우측 라이트가 주행 중이던 차와 부딪혔다. 경미했지만 분명한 충격. 하지만 퇴근길 차량 행렬에 뒤섞여 어느 차와 사고가 났는지 특정하기 어려웠다.


A씨와 동승자는 상대 차량이 아무런 조치 없이 사라졌다고 판단했다. 그는 즉시 사고 지점에서 6~7m 떨어진 갓길에 차를 세우고 2분가량 기다렸지만, 상대 차는 나타나지 않았다. ‘뺑소니를 당했다’고 확신한 A씨는 곧장 정비소로 가 파손 부위를 확인하고, 보험사에 자신이 ‘피해자’라며 정식으로 사고 접수까지 마쳤다.


하지만 며칠 뒤, 경찰이 A씨의 집을 찾아온 것은 그가 바로 뺑소니 사건의 ‘가해자’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과 함께였다.


뺑소니 핵심은 '도주 고의', 전문가 의견은?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혐의 성립 여부가 ‘도주의 고의’를 입증하는 데 달렸다고 입을 모은다. 뺑소니, 즉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죄는 사고를 내고도 피해자 구호 조치 없이 ‘도망가려는 의도’가 명확해야 하기 때문이다.


12년간 경찰 교통사고조사팀장으로 근무한 최성현 변호사는 “사고 직후 정차해 대기하고, 스스로 피해자라며 보험 접수까지 한 행동은 도주 의사가 있는 사람의 패턴이 아니다”라며 ‘도주 의도 없는 오인 사례’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반면 신중론도 제기된다. 윤영석 변호사는 “무작정 무죄만 주장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만약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도주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할 경우, 혐의를 부인한 사실이 불리하게 작용해 더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면서 “혐의를 일부 인정하고 선처를 구하는 전략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블랙박스·동승자 진술…'객관적 증거'가 운명 가른다

결국 A씨가 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해선 ‘도망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사실을 객관적 증거로 증명해야 한다. 대법원 판례 역시 ‘사고 운전자가 사상자 발생을 인식하고도 구호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해 사고 야기자를 확정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한 경우’에 뺑소니 책임을 묻는다. A씨처럼 사고는 인지했지만 가해자와 피해자를 오인한 경우는 다툼의 여지가 크다.


변호사들은 핵심 증거로 ▲사고 직후 혼란스러운 상황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 ▲‘상대 차가 사라졌다’고 동일하게 인식한 동승자의 일관된 진술 ▲사고 직후 보험사에 ‘피해자’로 접수한 기록 등을 꼽았다. 박성현 변호사는 "경찰 조사에서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증명할 수 있는 동승자의 진술이나 블랙박스 영상이 유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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