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친이 내준 월세방 보증금…‘그냥 주는 것’이라고 해놓고 돌려달라고?
전 남친이 내준 월세방 보증금…‘그냥 주는 것’이라고 해놓고 돌려달라고?
연인 관계에서 오고 간 돈에 차용증 같은 명확한 증거 없다면, 법원은 ‘증여’로 보는 경향 강해
민사소송에서는 돈을 빌려줬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법정에 증거 내놓아야

교제 중에 월세 보증금을 대준 전 남친이 헤어진 뒤 이 돈을 돌려달라고 한다. 그에 대한 판단은 어떻게 이루어질까?/셔터스톡
전 남친이 교제 중에 A씨에게 보증금 2,000만 원짜리 월세방을 얻어주었다. 보증금은 전 남친이 임대인에게 입금했고, 집 계약자는 A씨로 했다.
보증금은 빌린 게 아니고 그냥 준 것이고, 헤어질 때도 통화하면서 전 남친은 “보증금은 너 가지라”고 말했다. 또 전 남친이 집주인에게 전화해 “보증금은 A에게 주세요”라고 한 내용도 있다.
A씨는 아직 그 집에 살고 있다. 그런데 전 남친이 갑자기 그 돈을 돌려달라고 한다. A씨가 거절하자 돌려주지 않으면 소송하겠다고 한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A씨가 변호사 도움을 구했다.
상대방이 차용증이나 돈 갚겠다는 각서 제시하지 못하면 A씨에게 승산 있어
법무법인 세잎 손우석 변호사는 “연인 간 대여금의 경우 법정에서 쟁점은 ‘대여’냐 ‘증여’냐로 좁혀진다”며 “연인 간에는 문서화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당시 정황과 간접증거를 통해 법원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이 사건 역시 핵심은 이 돈의 성격이 ‘그냥 준 돈(증여)’이냐 ‘빌려준 돈(대여)’이냐를 가리는 것인데, A씨가 이길 확률이 매우 높다”고 진단했다.
한 변호사는 “민사소송에서는 돈을 빌려줬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그 사실을 증명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전 남자 친구가 소송을 걸어오면, 그는 법정에서 판사에게 ‘이 돈을 빌려줬다는 증거’를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용증이나 ‘돈을 갚겠다’는 각서, 하다못해 ‘언제까지 갚을게’라는 카톡 내용이라도 있어야 주장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 한장헌 변호사는 “전 남친이 통화 중에 ‘보증금은 너 가지라’고 하고 임대인에게도 ‘보증금은 A에게 주세요’라고 말한 정황이 있다면, 이 부분은 사실상 증여 또는 반환 포기 의사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짚었다.
“따라서 A씨는 통화 녹음 등 입증자료를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하며, 상대방이 주장하는 ‘금전소비대차(빌려준 돈)’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한 변호사는 조언했다.
특히 교제 중 지원한 생활비나 주거 비용은 증여로 보는 경향 강해
한대섭 변호사는 “연인 관계에서 오고 간 돈에 대해 차용증 같은 명확한 증거가 없다면, 법원은 상대방의 환심을 사거나 관계 유지를 위한 ‘증여’로 보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며 “특히 교제 중 생활비나 주거 비용을 지원한 것은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손우석 변호사는 “민사소송으로 가면 법원이 이와 같이 판단하게 되나, 우선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고 상대방에게 ‘소송해도 내가 이긴다’는 점을 법리적으로 주장해 소송당하는 것을 최대한 억제할 필요가 있다”며 “그것은 바로 내용증명을 통해 A씨가 유리하다는 점을 상대에게 알리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혹은 A씨가 먼저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걸어, 채무가 없다는 점을 법원을 통해 판단 받는 것도 가능하다”며 “어느 쪽이든 법률적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적절한 방안”이라고 했다.
전 남친이 지금이라도 A씨에 대한 증여를 취소하는 방법은 없을까? 이에 대해 한대섭 변호사는 “증여의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않은 경우에는 각 당사자가 이를 해제할 수 있지만, 증여의 해제는 ‘이미 이행한 부분’에 대해서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사안은 이미 이행이 완료된 증여이므로, 이제 와서 ‘마음이 변했다’는 이유로 없던 일로 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