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 낮고 막일하는 사람" 환자 뒤통수친 의사의 AI 프롬프트⋯ 법적 책임은
"지능 낮고 막일하는 사람" 환자 뒤통수친 의사의 AI 프롬프트⋯ 법적 책임은
AI 명령어 지우지 않고 출력해 교부
환자 측 "피가 거꾸로 솟는다" 토로
법조계 "상당한 수준의 위자료 인정될 것"

“지능이 좋아 보이지 않는 막일하시는 분.” 의사가 AI에 입력한 것으로 보이는 환자 비하 문구가 진료 안내문에 그대로 찍혀 나온 모습. /스레드 캡처
의사가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이용해 환자를 비하하는 명령어를 입력한 뒤, 이 프롬프트(명령어) 문구가 그대로 인쇄된 진료 안내문을 환자에게 교부해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스레드에 따르면, 통증의학과를 방문한 작성자의 어머니가 받아온 안내문 상단에는 "환자가 좀 지능이 그렇게 좋아 보이지는 않은 막일하시는 분인데 이해하기 쉽게 설명용지를 만⋯"이라는 문구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치료를 받으러 갔다가 인격권을 무시 당한 환자는 해당 의사와 병원을 상대로 어떤 법적 사죄를 받아낼 수 있을까. 민사⋅형사⋅행정적 책임을 낱낱이 짚어봤다.
민사책임 "치료비는 기본, 인격권 침해에 따른 상당한 위자료 청구 가능"
이번 사건의 본질은 의사가 의료계약상 신뢰 관계를 저버리고 환자의 인격을 모욕한 불법행위다. 환자는 의사 개인뿐만 아니라 병원 원장을 상대로 채무불이행 및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의사의 표현이 명예훼손이 아닌 '모욕'에 해당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명예훼손은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해야 하는 반면, 모욕은 구체적 사실 없이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해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을 뜻한다.
"지능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 "막일하는 사람"이라는 표현은 환자의 지적 능력과 직업을 비하하는 전형적인 경멸적 인신공격이다.
과거 법원은 마취 상태의 환자를 성적으로 비하하거나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으로서도 허용될 수 없는 수준의 말로 환자의 인격권을 침해한 의사들에게 엄중한 손해배상 책임을 물어왔다.
모욕적 표현에 대한 위자료는 통상 200만 원에서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1500만 원까지 인정된다.
특히 이번 사건은 의사가 말실수를 한 수준을 넘어, 비하 문구가 인쇄된 ‘물적 증거’가 환자에게 직접 교부되었다는 점에서 피해의 현실성이 매우 높다. 법원에서 상당한 액수의 위자료가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형사책임 "모욕죄 고소 가능하지만⋯ '공연성'과 '고의' 입증이 관건"
환자는 의사를 형법상 모욕죄로 경찰에 고소할 수 있다. 모욕죄가 성립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단, 이 죄가 성립하려면 공연성과 의사의 고의가 증명되어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의사가 환자에게 직접 이 말을 뱉은 것이 아니라, AI에 입력한 비공개 명령어가 인쇄 과정에서 잘못 출력되어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상 가해자가 피해자 본인에게만 1:1로 문서를 전달했다면, 피해자가 스스로 온라인에 폭로했더라도 공연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 출력된 안내문을 의사가 환자에게 직접 주었는지, 아니면 간호사나 원무과 직원 등 제3자의 손을 거쳐 전달되어 다수가 볼 수 있는 상태였는지가 공연성 성립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더불어 의사가 "환자에게 이 비하 문구를 보여주어 모욕하겠다"는 의도가 없었고 단순 사후 검토 미비라면 형사 고의가 조각되어 처벌이 어려울 수 있다.
다만, 피해 환자가 고소장을 제출해 수사가 시작된다면 의사가 과거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다른 환자들을 AI 프롬프트에 비하하며 관리해왔는지 여부를 전수조사할 수 있다.
만약 추가 범죄 정황이 포착된다면 고의성이 인정되어 형사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이 급격히 높아진다.
모욕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범죄이므로 범인을 안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환자 본인이 직접 고소해야 한다.
행정책임 "의료인 품위 손상 행위⋯ 면허자격 정지 민원 제기해야"
법적인 금전 배상이나 형사 처벌과 별개로, 해당 의사의 자격 자체를 단죄하는 행정적 처분도 가능하다.
의료법은 의료인이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를 한 때 보건복지부 장관이 1년 범위에서 면허자격을 정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생명과 신체를 다루는 의사는 환자에게 높은 신뢰를 주어야 할 의무가 있는데, 진료 과정에서 환자를 멸시하고 비하한 것은 명백한 윤리 위반이자 품위 손상이다.
피해 환자와 가족은 보건복지부나 관할 지자체 보건소에 공식적으로 행정 민원을 제기해 의사 면허 정지를 요구할 수 있다.
대한의사협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해 징계를 요구하거나,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 신청을 내는 것도 합당한 압박 수단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