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는 말 믿고 떠났는데…법원 "연락처 안 남겼다면 뺑소니" 징역형
"괜찮다"는 말 믿고 떠났는데…법원 "연락처 안 남겼다면 뺑소니" 징역형
사고 직후 통증 없어도 나중에 진단서 제출되면 유죄…보험과 별개인 '형사합의금'의 중요성과 CCTV 골든타임 대처법

교통사고 후 피해자가 괜찮다고 해도 운전자는 구호 조치와 인적사항 제공 의무가 있으며, 이를 어기면 뺑소니로 처벌된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괜찮으세요?" 그 한마디가 앗아간 당신의 권리
쿵. 횡단보도를 건너던 당신의 몸이 휘청인다. 운전석 창문이 스르륵 열리더니, 얼굴도 보이지 않는 운전자가 툭 던진다. "괜찮으세요?" 경황이 없어 고개를 끄덕이자 차는 쏜살같이 사라진다.
하지만 저릿하던 무릎의 통증은 밤이 되자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차량 번호도, 연락처도 모른다. 당신은 방금, '뺑소니'를 당한 것이다.
이런 경우 가해 운전자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죄, 즉 뺑소니 혐의로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피해자가 '괜찮다'고 말했다는 운전자의 항변은 법적 면죄부가 되기 어렵다.
'괜찮다'는 말, 왜 면죄부 아닐까
도로교통법 제54조는 교통사고 운전자에게 즉시 정차해 피해자를 구호하는 의무와 함께, 이름과 연락처 등 인적사항을 제공할 의무를 명시한다. 법원은 이 두 가지를 별개의 의무로 판단한다. 단순히 피해자의 안위를 묻는 행위만으로는 법이 요구하는 구호조치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 역시 구호조치를 했더라도 인적사항을 제공하지 않고 현장을 떠났다면 도주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91도2531 판결).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는 법원이 구호 조치와 인적사항 제공을 별개 의무로 보는 것은 사고 직후에는 괜찮아 보여도 뒤늦게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피해자의 추후 치료와 배상 청구 권리를 보장하려는 취지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고 당시에는 외상이 없거나 통증을 느끼지 못했더라도, 나중에 병원에서 상해 진단서를 발급받아 제출하면 뺑소니 범죄는 성립한다. 이 경우 가해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보험으로 끝?…가해자가 '형사합의'에 목매는 이유
뺑소니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예외 조항에 해당해, 종합보험에 가입했더라도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다. 법은 현장을 이탈하는 행위를 단순 과실이 아닌, 책임을 회피하려는 '고의적 범죄'로 보고 가중처벌하기 때문이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형사합의'다.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는 형사합의가 가해자가 징역형 실형을 피하고 처벌 수위를 낮추기 위해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위로금 성격이라고 조언했다. 보험사가 지급하는 치료비, 손해배상금과는 완전히 별개의 절차이므로 피해자는 두 가지 모두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즉, 피해자는 보험사를 통해 치료비를 보장받는 동시에, 가해자로부터 별도의 형사합의금을 받을 수 있다.
사라지는 증거, 놓치지 말아야 할 '골든타임'
그렇다면 피해자는 무엇부터 해야 할까. 가장 시급한 것은 경찰 신고다. 가해자를 특정할 핵심 증거인 CCTV 영상은 보관 기간이 통상 7일에서 길어야 30일에 불과하다. 이 '골든타임'을 놓치면 가해자를 찾는 일은 미궁에 빠질 수 있다.
법률사무소 가온길 백지은 변호사는 "뺑소니 신고는 CCTV 영상만 확보되면 비교적 신속하게 처리된다"며 빠른 신고를 강조했다.
경찰 신고 후에는 즉시 병원을 방문해 진단서를 발급받고 꾸준히 치료받아야 한다. 사고와 상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데 치료 기록만큼 확실한 증거는 없다.
수사기관은 통상 1~2개월 내 가해자를 특정한 뒤 형사 절차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가해자 측의 형사합의 제안이 들어오면, 피해자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자신의 정신적·신체적 피해를 충분히 주장하며 합의에 임하는 것이 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