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갱신 요구’ 후 집 사도 내 집 되나?
세입자 ‘갱신 요구’ 후 집 사도 내 집 되나?
대법원 판례에 답 있다…'선착순' 아닌 '법정 기간' 준수가 관건

전세 낀 집 매수 시, 세입자가 계약갱신을 요구했어도 새 집주인은 입주할 수 있다./ AI 생성 이미지
전세 낀 집을 샀는데, 세입자가 먼저 계약 갱신을 요구했다. 부동산은 '이미 늦었다'고 하고, 인터넷에선 '괜찮다'고 한다.
내 집 마련의 꿈이 세입자의 말 한마디에 좌절될 위기, 과연 누구의 말이 맞을까? 대법원 판례와 변호사들의 자문을 토대로 실거주 입성의 명쾌한 해법을 제시한다.
‘먼저’ 외친 세입자…그래도 ‘내 집’ 될 수 있다
전세 만기 7개월을 앞둔 집을 매수해 실거주하려던 A씨. 부동산 중개인은 “세입자가 4월부터 계약갱신청구권을 쓰면 방법이 없으니 무조건 3월 안에 등기를 마쳐야 한다”고 재촉했다.
하지만 어디서는 “세입자가 먼저 갱신을 요구했더라도, 만기 2개월 전까지만 등기하고 실거주 의사를 통보하면 된다”는 다른 설명을 들었다.
A씨는 ‘세입자가 6개월 전 갱신 요구, 내가 5개월 전 등기 후 거절 통보’라는 시나리오가 가능한지 혼란에 빠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A씨의 계획은 법적으로 가능하다. 핵심은 세입자와의 ‘선착순 경쟁’이 아니라 새 집주인이 법정 기간을 지켰는지 여부다.
법무법인 게이트 김범석 변호사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이후라도 임대차 기간 만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의 기간 내에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고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 거절을 통지한다면 가능합니다”라고 명확히 밝혔다.
즉, 새 집주인이 소유권 이전등기로 임대인 지위를 얻은 뒤,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정한 만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 사이에만 실거주 목적의 갱신 거절을 통지하면 된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쉴드 임현수 변호사 역시 “4월에 등기를 진행하셔도 만기 2개월 전이라는 조건만 충족한다면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라며 같은 의견을 냈다.
“그래도 3월 안에”…분쟁 막는 ‘안전론’의 속내
법적으로 가능하다는 결론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그래도 서두르라”는 조언이 나온다. 이는 법적 다툼 자체를 피하려는 가장 보수적인 접근법이다.
뉴로이어 법률사무소 최동준 변호사는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이후에는 실거주 목적이라도 거절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따라서 3월 내에 등기를 완료하고 실거주 의사를 명확히 전달하시는 것이 안전할 것입니다”라고 조언했다.
이는 대법원 판례와는 다른, 과거의 해석이거나 분쟁 자체를 원천 차단하려는 ‘안전제일주의’에 가깝다. 법적 권리는 인정되더라도, 소송 과정에서 겪을 시간적, 정신적 소모를 피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더 낫다는 판단이 깔린 셈이다.
‘실거주’ 말로만은 안돼…'내용증명'과 '진정성'이 방패
전문가들은 갱신 거절의 법적 효력을 확실히 하고 향후 분쟁을 막으려면, 실거주 의사를 명확히 증명하는 절차가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로버스 법률사무소 신은정 변호사는 “지금 상황에서는 4월 일정에 맞춰 계약을 진행하시되, 등기 완료 직후 세입자에게 내용증명을 통해 실거주 목적의 갱신 거절 통보를 명확히 남기시는 것을 우선적으로 하셔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내용증명은 언제, 어떤 내용으로 갱신 거절 의사를 전달했는지 입증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된다.
또한 실거주 주장은 ‘진정성’을 가져야 한다. 법률사무소 율경 홍수경 변호사는 “실거주는 형식적으로만 주장해서는 안 되고, 실제로 입주할 의사와 준비가 있어야 합니다. 분쟁이 생기면 이 부분이 문제될 수 있으므로, 등기 완료 후 내용증명 등 증거가 남는 방식으로 통지하시고, 실제 입주 계획도 분명히 해두시는 것이 안전합니다”라고 경고했다.
만약 집주인이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를 내보낸 뒤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주택을 임대하면,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기존 세입자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할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