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가 정신질환과 가족력을 숨기고 결혼…혼인 파탄의 유책 사유 될 수 있나?
배우자가 정신질환과 가족력을 숨기고 결혼…혼인 파탄의 유책 사유 될 수 있나?
중요한 신체적, 정신적 결함을 고의로 숨기고 혼인한 경우, 혼인 파탄의 유책 사유로 인정
조현병은 고지의무가 인정되므로, 배우자로부터 위자료 받을 수 있어

결혼 전부터 정신 질환을 앓았으면서도 이를 숨기고 결혼한 배우자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할 수 있을까?/셔터스톡
A씨의 남편이 결혼 전부터 정신질환(조현병)을 앓아 정신과 약을 먹고 있으면서도, 이를 숨기고 혼인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발병했지만, 제대로 치료받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알고 보니 정신질환은 시댁의 가족력으로, 남편 말고도 정신질환 앓는 사람이 더 있었다.
이 이유만으로 유책 사유가 될까? 아들의 정신질환을 알려주지 않고, 결혼 후에도 거짓말하며 사실을 숨긴 시부모에게도 위자료 청구할 수 있을까? A씨가 변호사에게 자문했다.
변호사들은 이 경우 배우자에게 혼인 파탄의 유책 사유가 인정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임은지 변호사는 “해당 정신질환으로 A씨가 혼인 생활에 직접적인 어려움을 겪었다면 이혼 소송이 가능하다”고 했다.
법률사무소 엘엔에스 김의지 변호사는 “배우자가 결혼 전 정신과 약물 복용 이력이나 가족력을 고지하지 않은 것은 중대한 혼인 전 사실 은폐로 볼 수 있고, 이는 이혼 소송에서 유책 사유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김경태 법률사무소’ 김경태 변호사는 “판례는 중요한 신체적, 정신적 결함을 고의로 숨기고 혼인한 경우, 이를 혼인 파탄의 유책 사유로 인정하고 있다”며 “특히 정신질환의 경우, 그 심각성과 혼인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게 다뤄진다”고 짚었다.
변호사들은 A씨가 고지의무를 위반한 배우자를 상대로 위자료도 청구할 수 있다고 했다.
법무법인 한일 이재희 변호사는 “조현병의 경우 고지의무가 인정되므로 남편을 상대로 위자료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울증, 조울증, 경계성 인격장애 등으로 입원 치료를 받았거나 통원 치료를 지속해 받을 정도의 중증이라면 고지의무가 인정된다”고 부연했다.
김의지 변호사는 “정신질환 관련 의료 기록, 약물 처방전 등의 증거 수집이 중요하다”며 “배우자의 비정상적 행동, 치료 거부 등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을 남기라”고 조언한다.
변호사들은 그러나 A씨가 위자료 청구 소송 대상에 시부모도 포함하는 것은 실익이 없을 수도 있다고 봤다.
김의지 변호사는 “시부모가 고의로 아들의 정신질환 사실을 숨기고 거짓말을 했다면, 위자료 청구가 가능할 수는 있다”고 했다.
김경태 변호사도 “판례에 따르면 혼인 당사자가 아닌 제3자라도 혼인의 성립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기망행위를 한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은지 변호사는 “정신질환을 숨긴 장모에 대하여 공동으로 소송을 거는 것은 큰 실익이 없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일반적으로 배우자의 부모에 대한 위자료 청구는 인정되기 어렵다”고 했다.
김의지 변호사도 “시부모의 고지의무위반을 이유로 위자료를 청구할 수도 있지만, 그러려면 이를 입증하기 위한 명확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했다. 입증이 쉽지 않다는 취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