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보고 싶다" 하소연에 "양육비 내라" 소송으로 답한 전남편
"아이 보고 싶다" 하소연에 "양육비 내라" 소송으로 답한 전남편
'양육비 면제' 합의서 잉크도 안 말랐는데… 법적 효력은?

이혼 시 아빠가 양육비 전담을 합의했으나, 엄마가 면접교섭을 요구하자 양육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 AI 생성 이미지
불과 3개월 전 "양육비는 아빠가 부담하고, 엄마는 내지 않는다"고 명백히 합의하고 이혼한 A씨. 아이를 만나고 싶다는 정당한 요구에 전 남편은 양육비 청구 소송으로 답했다.
이혼 합의서는 휴지조각이 되는 걸까?
법률 전문가들은 "합의서가 가장 강력한 방패"라면서도, '중대한 사정 변경'이 없다면 남편의 청구가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소장을 받는 즉시 '30일' 안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아이 만나게 해달라" 한마디에 날아온 소장
지난 2026년 3월, A씨는 전 남편과 협의 이혼했다. 2024년생, 2025년생인 두 자녀는 아빠가 키우기로 했다.
이혼 당시 작성한 '양육비 부담조서'에는 "현재는 부가 부담하고, 추후 양육자 변경이 있어도 서로 지급하지 않기로 한다"는 문구가 선명하게 적혀 있다. 아빠가 양육을 전담하는 대신, 엄마에게 양육비를 청구하지 않겠다는 상호 약속이었다.
하지만 평화는 오래 가지 못했다. A씨가 아이들을 만나게 해달라며 면접교섭권을 요구하자, 전남편은 장소를 핑계로 이틀간 답을 피하더니, 돌연 양육비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나의 사건 검색'을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이런 경우 대처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으며 망연자실했다.
'합의서'가 방패 vs '자녀 복리'가 우선… 법원의 판단은?
전문가들은 A씨의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법적 쟁점은 '양육비 부담조서'의 효력이라고 입을 모은다. 공선영 변호사는 "양육비 부담조서에 '추후 양육자 변경이 있어도 서로 지급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명시되어 있다는 점이 의뢰인님의 가장 강력한 방어 근거입니다"라고 단언했다.
최이선 변호사 역시 "가사 재판 실무상 양육비 부지급 합의는 강력한 법적 효력을 가집니다"라며 A씨의 합의서가 중요한 방어 수단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합의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법원은 부모의 합의보다 자녀의 복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기 때문이다.
정진열 변호사는 "'부모가 양육비를 청구하지 않기로 약속했더라도, 자녀의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면 법원에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확고한 태도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존 합의를 뒤집기 위해서는 이혼 당시 예측하지 못했던 '중대한 사정변경'(예: 양육자의 파산, 자녀의 중병 등)을 양육비를 청구하는 쪽에서 입증해야 한다.
홍현기 변호사는 이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사정 변경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유로 양육비 청구를 방어할 수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이혼 3개월 만에 그런 중대한 변화가 있었음을 아빠가 증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30일의 골든타임'… 지금 당장 해야 할 일
그렇다면 A씨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변호사들은 '소장을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답변서 제출'이라는 '골든타임'을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진열 변호사는 "소장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답변서를 법원에 제출해야 합니다"라고 못 박으며, 이 답변서에 '양육비 부담 조서'를 근거로 한 합의 사실을 명확히 주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A씨가 걱정하는 '면접교섭심판청구'가 양육비 소송에 불리하게 작용할지에 대해서는 모든 전문가가 "전혀 불리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김전수 변호사는 "면접교섭 문제와 양육비 문제는 법적으로 별개의 사안입니다. 상대방이 양육비 소송을 제기했다고 해서 질문자님의 면접교섭권이 제한되는 것은 아닙니다."라고 명확히 했다.
오히려 정당한 사유 없이 아이를 보여주지 않은 것은 상대방에게 불리한 정황이 될 수 있으므로, A씨는 당당히 아이를 만날 권리를 법적으로 요구할 수 있다.
만약 양육비를 내게 된다면? "최저 수준 가능성 높아"
만약 법원이 예외적으로 A씨에게도 양육비 일부를 지급하라고 판결한다면 금액은 어떻게 될까?
고순례 변호사는 "만약 합의가 깨지고 양육비 지급 판결이 난다면, 금액은 법원의 양육비 산정기준표에 따릅니다"라며 "아내분의 현재 소득(무직인 경우에도 최소 소득 인정 가능)과 부의 소득을 합산한 구간에서 자녀 2명분의 총양육비를 산출한 뒤, 아내분의 소득 비율만큼 분담하게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A씨의 소득이 없거나 적다면 자녀 1인당 최하 기준액 수준으로 책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하지만 다수 전문가는 이혼 후 단기간 내에 제기된 소송인 만큼, 청구가 기각될 확률이 더 높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