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산 딥페이크, 경찰이 날 찾는다"
"3년 전 산 딥페이크, 경찰이 날 찾는다"
제작자 검거에 구매자까지 수사 확대... 내 휴대폰은 안전할까?

딥페이크 제작자 검거로 과거 구매자들도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AI 생성 이미지
"허위 영상물 관련으로 조사받으러 오라고 연락을 받았습니다." 3년 전 호기심에 구매한 딥페이크 영상 때문에 경찰 소환 통보를 받은 한 남성.
제작자가 검거되면서 시작된 수사의 칼날이 구매자에게까지 향하고 있다. '옛날 일인데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도 잠시, 휴대폰 포렌식과 그 과정에서 드러날지 모를 '여죄'의 공포 앞에 잠 못 이루는 이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과연 처벌을 피할 길은 있는 걸까?
"기억도 안 나는데..." 3년 묵은 구매 기록, 수사의 족쇄 되나
어느 날 갑자기 울린 전화벨. 수화기 너머의 경찰은 '3년 전 허위 영상물'을 언급하며 조사 출석을 요구했다. 딥페이크 영상 제작자가 검거되면서, 수사기관이 그의 거래 내역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당사자는 "오래전 일이라 모든 일이 생각이 나지는 않지만" 눈앞에 닥친 현실이 막막하기만 하다. '최대 형량은 얼마나 될까? 경찰서에 가는 날 바로 휴대폰을 뺏기는 건 아닐까? 혹시 다른 기록까지 들춰져 더 큰 문제로 번지는 건 아닐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 속에 법의 심판대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법 신설 전' 행위, 처벌 비껴가나... "아청물·불법촬영물 있다면 얘기 달라져"
가장 큰 쟁점은 '처벌 가능성'이다. 이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신중한 분석을 내놓는다.
이민철 변호사는 "3년 전 발생한 사건이라면 당시 성폭력처벌법상 딥페이크 등 허위 영상물의 단순 시청이나 소지를 처벌하는 규정이 신설되기 이전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단순 구매자라면 처벌 대상에서 제외될 여지도 존재합니다"라고 설명했다.
법이 만들어지기 전의 행위를 소급해 처벌할 수 없다는 원칙에 따른 분석이다. 하지만 안심은 금물이다.
한병철 변호사는 "허위영상물 소지 및 구입 혐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에 해당하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라고 경고하며, 영상에 미성년자가 포함되거나 일반 불법촬영물이 섞여 있었다면 전혀 다른 법이 적용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단순 구매로 끝날 일이 아닐 수 있다는 뜻이다.
"휴대폰 없이 못 살아"...피할 수 없는 포렌식, '여죄'라는 판도라의 상자
조사 대상자의 또 다른 공포는 '디지털 포렌식'이다. 디지털 성범죄 수사에서 휴대폰 분석은 피할 수 없는 절차로 통한다.
한병철 변호사는 "포렌식은 현장에서 즉시 완료되는 경우도 있으나 데이터 양이 많거나 분석이 복잡할 경우 짧게는 수일에서 길게는 2주 이상 기기를 영치하게 됩니다. 기기 없이는 생활이 어렵다는 사정은 수사기관에서 고려해 주지 않으며 분석 완료 후 반환받기 전까지는 기기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라고 현실을 짚었다.
문제는 포렌식이 본 사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전수 변호사는 "포렌식은 특정 사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저장된 전체 데이터 중 관련성이 있는 부분을 폭넓게 확인하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한 내용이 문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삭제했다고 믿었던 과거의 또 다른 불법 영상이나 대화 기록이 복원되어 새로운 범죄 혐의, 즉 '여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다.
골든타임은 바로 '지금'...전문가들이 말하는 최선의 방패
그렇다면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최선의 방어 전략은 무엇일까? 변호사들은 입을 모아 경찰 조사를 받기 전인 '바로 지금'이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한다.
무작정 출석해 조사를 받기보다,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민철 변호사는 "출석하기 전에 정확한 혐의 사실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며, 초기 대응 과정에서 휴대전화 제출 범위와 포렌식 참관 절차를 조율하여 방어권을 안전하게 행사하시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조언했다.
또한, 섣부른 진술은 위험할 수 있다. 한병철 변호사는 "3년 전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진술은 자칫 증거 인멸 시도로 비쳐질 수 있어 위험합니다"라며 어설픈 대응이 오히려 화를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래전 호기심이 부른 일생일대의 위기. 법적 대응의 첫 단추를 어떻게 꿰느냐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