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고소한 사실 공개하더니, 무혐의 나오자 '슬쩍' 삭제…이거, 문제없는 건가요?
날 고소한 사실 공개하더니, 무혐의 나오자 '슬쩍' 삭제…이거, 문제없는 건가요?
"고소했다" SNS에 글 올리더니⋯무혐의 처분 나오자 삭제

최근 A씨는 지인 B씨에게 고소당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런데 B씨는 자신의 SNS 계정에 고소 진행 상황을 공개적으로 게시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이름 등을 공개한 건 아니지만 A씨의 주위 사람들은 모두 A씨를 겨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최근 A씨는 지인 B씨에게 고소당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 B씨는 "A씨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억울하긴 했지만, 수사를 통해 자신의 결백이 밝혀질 거라 생각했다.
이후 B씨는 자신의 SNS 계정에 고소 진행 상황을 공개적으로 게시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이름 등을 공개한 건 아니지만 A씨의 주위 사람들은 모두 A씨를 겨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A씨는 수사 과정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를 알게 된 B씨는 그제야 슬그머니 자신이 올렸던 글을 삭제했다. 사건 결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도 않았다. 이런 B씨의 행동에 법적인 책임을 묻고 싶은 A씨. 이미 B씨가 올렸던 글 등은 캡처해서 가지고 있다. 어떤 혐의로 고소하면 될지 의견을 구했다.
변호사들은 B씨에게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을 검토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SNS 등 정보통신망에서 비방할 목적(①)으로 누군가를 특정(②)해서 공공연(③)하게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④) 등을 하면 처벌을 받는다. 그 내용이 사실이라고 해도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다(제70조 제1항).
우선 누구나 볼 수 있는 SNS상에 고소 사실을 올린 만큼 공연성(③)이 성립한다.
특정성(②)도 성립할 가능성이 높았다. B씨가 A씨 이름이나 나이 등 정보를 구체적으로 쓴 건 아니었지만, A씨 SNS 아이디와 프로필 사진 등을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A씨를 아는 주변 사람이라면 쉽게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점에서 법무법인 명재의 김연수 변호사는 "특정성 역시 충족된다고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사건이 무혐의 처분으로 종결됐는데도 B씨가 이를 게시하지 않았다면, 공공의 이익 등을 이유로 '위법성 조각' 주장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성립 요건 중 하나인 비방의 목적(①) 역시 인정될 것이란 취지였다. 이어 글을 삭제했다고 해도, 이미 A씨가 증거를 확보했기 때문에 혐의 성립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B씨가 고소 사실을 공개한 건 A씨의 명예를 훼손시킬 만한 사실이라고 볼 수도 있다(④). 법무법인 오른의 백창협 변호사는 "B씨가 SNS에 글을 게시했을 당시 A씨를 고소한 것이 사실이어도, 이는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설사, B씨의 고소로 A씨가 무혐의 처분이 아닌 실제 처벌을 받았더라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지난해 3월, 성추행 피해자가 자신이 승소한 판결문을 SNS에 올렸던 사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를 물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해당 재판부는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람이더라도 보호받아야 할 명예와 존중받아야 할 인격이 있다"며 "(그런데도) 판결문을 비실명 조치를 하지 않은 채 SNS에 게시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의 목적 아래 이루어진 위법 행위"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개인의 범죄 사실과 신상을 무분별하게 공개하는 것은 법의 허용 범위를 벗어나는 행위"라고 판시했다. 이에 따르면, 판결문을 공개하며 가해자 등이 '누구인지' 알 수 있도록 했다면 처벌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