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압류'로 낸 양육비, 연말정산 받을 수 있나?
'월급 압류'로 낸 양육비, 연말정산 받을 수 있나?
변호사 9명 중 8명 "불가능"…엇갈린 답변 속 법의 최종 결론은?

자녀와 교류 없이 양육비만 보내는 아버지는 연말정산 공제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이 나왔다. /AI 생성 이미지
개인회생으로 월급까지 압류돼 양육비를 내고 있지만, 자녀와는 연을 끊은 A씨. 그는 억울한 심정에 연말정산이라도 받을 수 있는지 물었다.
놀랍게도 변호사들의 의견이 엇갈린 가운데, 현행법과 판례는 명확한 답을 내놓았다. 핵심은 돈을 보내는 행위를 넘어선 '실제 부양' 여부였다.
개인회생에 급여 압류까지…'연 끊은' 아버지의 질문
한 남성이 법률 상담의 문을 두드렸다. 이혼 후 개인회생 절차를 밟던 중 양육비가 미지급됐고, 결국 전 부인이 제기한 소송으로 월급이 압류돼 양육비가 강제 지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전 부인과는 물론 자녀와도 완전히 연을 끊고 살고 있었다. 협의이혼 당시 면접교섭권과 친권까지 포기한 상태였다.
매달 월급에서 꼬박꼬박 빠져나가는 양육비, 그는 이 돈을 지출로 인정받아 연말정산 공제를 받을 수 있는지 궁금했다. 서류를 떼려 해도 연락할 방법조차 없는 막막한 상황이었다.
'공제 불가' 8명 vs '공제 가능' 1명, 근거는?
변호사 9명에게 물었지만, 답변은 하나로 모이지 않았다. 8명의 변호사는 '공제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법무법인 반향의 정찬 변호사는 "양육비는 부모의 법적 의무로 지급되는 것이며, 소득세법 상 공제 항목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 역시 "연말정산에서 공제가 가능한 항목은 의료비, 교육비, 기부금 등 특정 항목에 한정되며, 양육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대부분 양육비를 세금 감면 대상인 '비용'이 아닌, 부모의 '의무' 그 자체로 본 것이다.
하지만 한 변호사가 유일하게 "양육비는 소득세법상 세액공제 대상에 해당한다"는 다른 의견을 냈다. 그는 "법원의 판결이나 협의이혼 시의 양육비 부담조서 등을 통해 지급의무가 확인되고, 실제 지급내역이 입증되면 연말정산 시 공제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씨의 경우 급여 압류로 지급 사실이 명확히 입증되므로, 양육비 부담조서, 급여명세서,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갖추면 공제가 가능하다고 봤다.
법의 최종 답은 '실제 부양'…공제가 불가능한 이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현행법과 판례는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결론부터 말하면 A씨의 경우 공제는 불가능하다.
법적 분석에 따르면, 소득세법상 교육비 공제(소득세법 제59조의4)나 자녀세액공제는 '실제로 부양하고 있는 자녀', 즉 기본공제대상자에 대해서만 인정된다.
법원은 단순히 돈을 보내는 것을 넘어 함께 거주하며 생계를 같이하는 관계를 '실제 부양'으로 본다. A씨처럼 자녀와 함께 살지 않고 면접교섭권까지 포기한 경우, 금전적 지원만으로는 실제 부양 관계를 인정받기 어렵다.
국세청 유권해석(법인46013-57, 2001.1.8.) 역시 실제 부양하는 자녀를 전제로 공제를 논하고 있다.
법무법인 심의 심규덕 변호사는 "A씨의 상황에서 면접교섭권 및 친권 포기 내용을 감안하더라도, 양육비는 공제와 무관하게 법적 의무로서 지급되어야 합니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세법상 양육비는 세금을 줄여주는 비용이 아닌, 부모로서 마땅히 져야 할 책임 그 자체로 해석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없나? '양육비 감액' 청구는 가능
연말정산의 길은 막혔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법적 분석에 따르면 A씨처럼 개인회생 등 경제적 상황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을 경우, 가정법원에 '양육비 변경(감액) 심판'을 청구해 볼 수 있다.
법원은 부모의 재산 상태, 소득, 자녀의 나이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양육비 조정을 결정한다(대법원 2019. 1. 31. 선고 2018스566 결정). 다만, 법원은 언제나 자녀의 복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므로, 단순히 지급이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감액이 쉽게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