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만에 뒤집혔다, 형법 교과서에까지 실린 '초원복집' 유죄 판례는 역사 속으로…
25년 만에 뒤집혔다, 형법 교과서에까지 실린 '초원복집' 유죄 판례는 역사 속으로…
대법 "식당 주인 몰래 녹음기 설치, 주거침입 아니다"
1심 주거침입 유죄 → 2심 무죄 → 대법원에서도 무죄 확정
"주거침입 된다"고 본 '초원복집' 판례, 25년 만에 변경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식당에 상대방과의 대화를 녹음하기 위한 장치를 설치하러 갔다면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부산 '초원복집 사건'에 관한 유죄 판례가 25년 만에 뒤집힌 것이다. /셔터스톡·대법원 홈페이지 캡처·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손님 A씨가 식당에서 주인 몰래 녹음장치를 설치했다. 약속 상대방과 식당에서 나누게 될 대화를 녹음하기 위해서였다. 이때 A씨를 식당을 침입한 혐의(주거침입)로 처벌할 수 있을까.
24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은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기존 대법원의 입장은 "주거침입에 해당한다" 였는데, 약 25년 만에 판례가 변경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2심) 판결을 확정했다.
지난 2015년, 한 운송업체 부사장 A씨 등은 회사에 불리한 기사를 쓴 기자에게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했다. 이때 식당 방 안에 몰래 녹음장치 등을 설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 등은 기자가 부적절한 요구를 하는 장면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이와 같은 행동을 했다.
1심은 A씨 등의 행위가 유죄라고 판단했다.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었다.
1심 재판부는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음식점이라도, 녹음 기기를 설치할 목적으로 들어갔다면 식당 주인의 의사에 반해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봤다. 재판 과정에서 A씨 등은 "기자의 협박에 대비한 행위였고, 해당 식당이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된 장소였다"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심의 판단은 달랐다. 무죄였다. 2심은 A씨 등이 식당 주인의 의사에 반해 식당에 침입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해당 녹음 행위가 "불법행위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근거 중 하나였다. 현행법상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제3자의 녹음 행위는 불법이지만, 대화 당사자가 사이의 녹음은 불법이 아니다.
이날 대법원도 원심(2심)의 판단이 옳다고 보고,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은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땐 '거주자의 평온 상태'가 실질적으로 침해됐는지 여부를 따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A씨 등의 행동이 식당 주인의 평온을 깨트린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 물론 식당 주인이 녹음장치 설치를 허락하지 않았을 순 있지만, 이런 행동이 주인의 평온을 침해한 건 아니라는 취지였다.
초원복집 사건은 당시 김영삼·김대중 후보가 서로 맞붙은 14대 대선을 불과 일주일 앞둔 지난 1992년 12월 11일 벌어진 일이다.
당시 김기춘 법무부 장관 등은 부산 초원복집에 모여 김영삼 민주자유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선거와 관련된 대화를 나눴다. 지역감정을 부추기자는 등의 내용이었다. 그런데 통일국민당 측이 도청장치를 미리 설치해 대화 내용을 녹음한 뒤 이를 언론에 폭로했다.
이 사건에서 당시 대법원은 통일국민당 관계자들에 대해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며 유죄를 확정했다. 이 판결은 형법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이젠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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