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단돈 1만원에 산 '음란물' 링크, 1심·2심도 모자라 헌법재판소까지 갔다
[단독] 단돈 1만원에 산 '음란물' 링크, 1심·2심도 모자라 헌법재판소까지 갔다
2심선 선고유예 선처
헌재는 "제작·유통 부추기는 중대 법익 침해"
판결마다 달랐던 온도
![[단독] 단돈 1만원에 산 '음란물' 링크, 1심·2심도 모자라 헌법재판소까지 갔다 기사 관련이미지](https://d2ilb6aov9ebgm.cloudfront.net/1776761745821908.jpg?q=80&s=832x832)
트위터에서 1만 원짜리 음란물 링크를 샀다가, 그 안에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이 있다는 걸 알고도 지우지 않은 청년. 2심은 선처했지만 헌재는 “단순 소지도 중대 범죄”라고 못 박았다. /셔터스톡
트위터(현 X)에서 우연히 발견한 1만 원짜리 음란물 링크. 그 호기심의 대가로 재판정에 선 A씨는 1심, 2심도 모자라 결국 헌법재판소 심판대까지 올랐다.
똑같은 사건을 두고 1심과 2심 법원,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각기 다른 온도의 판결을 내렸다. 로톡뉴스가 3개의 판결문을 통해 그 치열했던 법적 공방을 되짚어봤다.

1심의 엄벌 "교복 입은 영상 봤으면서 지우지 않았다면 '소지' 맞다"
2021년 4월, A씨는 트위터에서 '#야동, #영상판매'라는 해시태그를 보고 판매자에게 1만 원 상당의 모바일 문화상품권 핀번호를 보냈다.
그 대가로 받은 건 78개의 영상이 담긴 링크였다. A씨는 이를 자신의 휴대전화 갤러리에 다운로드해 1년 넘게 보관했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일반적인 음란물인 줄 알았지, 아동·청소년이 나오는 성착취물인 줄은 몰랐다"는 주장이었다.
또한 단순히 링크에서 영상을 내려받은 것을 처벌 대상인 '소지'로 보는 것은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고 맞섰다.
하지만 1심 법원(대구지방법원)의 시선은 단호했다. 재판부는 A씨가 다운로드한 영상 중 교복을 입고 출연한 아동·청소년 영상을 확인한 점을 꼬집었다.
> "영상물들이 성착취물인 사실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교복 착용 여성이 나오는 영상을 시청한 이후에는 자신이 다운로드 받은 영상물이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인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영상을 내려받은 후 삭제하지 않고 둔 이상 미필적으로나마 범행을 용인한 것이라며, 언제든 접근 가능한 상태로 둔 것은 명백한 "사실상의 점유 또는 지배하에 두는 행위"라고 못 박았다.
결국 1심은 A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의 감형 "당초부터 성착취물 노린 건 아니다"… 이례적 '선고유예'
징역형의 집행유예라는 무거운 꼬리표를 달게 된 A씨는 항소했다. 그리고 2심(대구고등법원)에서 양형은 극적으로 가벼워졌다.
2심 재판부는 1심의 유죄 판단 자체는 그대로 유지했다. 범죄사실과 법령 적용은 원심을 그대로 인용하면서도, A씨의 양형부당 주장만 받아들여 형을 대폭 깎아준 것이다.
그 결과는 '징역 8개월의 선고유예'. 양형기준상 권고형 범위(징역 10개월~2년)를 크게 벗어난 이례적인 선처였다.
항소심 재판부가 주목한 것은 범행 당시의 정황과 A씨의 나이 등이었다.
> "피고인은 자신이 구매한 음란물 가운데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이 포함된 것을 인식하고도 이를 계속 소지하였으나 당초부터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을 특정하여 구매할 의사까지는 없었다고 보인다."
이에 더해 범행 당시 A씨가 소년(소년법상 만 19세 미만)이었던 점, 초범이고 부모가 재범 방지를 위한 지도를 다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다고 판단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A씨가 2심 과정에서 "처음엔 몰랐다가 나중에 미필적으로 인식하고 계속 소지한 경우까지 징역 1년 이상으로 처벌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는 사실이다.
비록 2심 재판부는 해당 법률 조항이 헌법에 위반될 정도로 과도하다고 볼 수 없다며 이 신청을 기각했지만, 양형에서는 A씨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헌법재판소의 쐐기 "단순 소지? 인격 파괴를 부르는 범죄"
2심의 기각 결정에도 불구하고, A씨는 직접 헌법재판소의 문을 두드렸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 처벌 대상인 '소지' 개념이 지나치게 광범위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어긋나는지. 둘째, 성착취물을 단순히 소지한 자를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것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되는지였다.
하지만 헌법재판관 9명 전원의 의견은 '합헌'이었다.
헌재는 '소지'란 "자기가 지배할 수 있는 상태에 두고 지배관계를 지속시키는 행위"를 뜻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이미 축적돼 있고, 같은 조항에 나란히 규정된 구입·시청과 대비하면 그 의미가 충분히 구체화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처음엔 몰랐다가 나중에 알고도 삭제하지 않은 경우도 당연히 알면서 소지한 자에 포함된다고 봤다.
헌재는 이 사건을 단순한 다운로드로 보지 않았다. 판결문 곳곳에는 성착취물 범죄의 끔찍한 파급효과를 경계하는 엄중한 시선이 담겨 있었다.
>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의 소지행위는...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격의 파괴에까지 이를 수 있으며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남기고 삶을 무너뜨릴 수 있으므로, 중대한 법익이 아닐 수 없다."
헌재는 단순 소지 행위가 결국 제작과 유통에 커다란 유인을 제공하고 재배포의 잠재적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위험이 현실화될 경우 피해 아동·청소년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남길 수 있으므로, 이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정면으로 반하는 범죄"라고 규정했다.
또한 법정형 하한이 징역 1년이라도 법관이 정상참작감경 등을 거쳐 집행유예나 선고유예까지 선고할 수 있다는 점, 제작(무기 또는 5년 이상)·영리목적 배포(5년 이상)·단순 배포(3년 이상)에 비해 단순 소지(1년 이상)의 법정형이 불법성의 경중에 따라 체계적으로 설계돼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A씨가 실제로 2심에서 선고유예를 받은 것이 바로 그 사례다. 따라서 1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엄중한 형벌로 경각심을 고취하고자 한 것은 결코 가혹하지 않다는 결론이었다.
결과적으로 A씨 개인은 2심 법원의 선처로 무거운 징역형 전과를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가 쏘아 올린 위헌소원은 "성착취물 소지 역시 인간의 존엄을 파괴하는 중대 범죄"라는 국가의 엄정한 기준을 다시 한번 새기는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