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김에 깬 내 집안 탁자,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유예…'90일의 골든타임'을 잡아라
술김에 깬 내 집안 탁자,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유예…'90일의 골든타임'을 잡아라
부모님 처벌불원에도 5년 기록 남아…'내 물건'·'고의성' 입증이 관건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아 5년간 범죄 기록이 남는 것이 억울하다면, 헌법소원을 제기해 구제받을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만취 상태로 귀가해 부모님과 다투다 집안 물건을 파손,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A씨. 범죄 기록이 5년간 남는다는 사실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구제책을 찾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검찰 처분에 불복하는 '헌법소원'을 통해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조언한다. 다만, 처분을 안 날로부터 90일이라는 엄격한 시간제한이 있어 신속한 법적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만취의 하룻밤 실수, 5년간 남는 주홍글씨
A씨의 악몽은 만취 상태로 귀가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당시 상황을 “집에 들어왔다는 상황을 인지 하지못하고 부모님과 말다툼을 하는 와중에 좌탁 위를 밟아 깼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아들의 돌발 행동에 놀란 부모는 제지를 위해 경찰을 불렀고, 출동한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던 A씨는 결국 재물손괴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부모는 아들의 처벌을 원치 않아 경찰서에 처벌불원서를 여러 장 제출했지만, 사건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어갔고 끝내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졌다. 기소유예는 죄는 인정되지만 검사가 여러 사정을 참작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이다.
하지만 A씨에게 5년간 수사 기록에 남는다는 사실은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그는 “전과는 절대 없고 범칙금 받은 적도 없습니다”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내 물건' 깼는데 죄?…헌법소원의 핵심 쟁점들
법률 전문가들은 A씨가 억울함을 풀기 위해선 검찰 처분의 전제가 된 '범죄 성립 요건'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재물손괴죄(형법 제366조)는 ‘타인의 재물’을 ‘고의’로 파손했을 때 성립한다. 만약 A씨가 부순 좌탁이 본인 소유이거나 부모와 공동 소유한 물건이라면 ‘타인의 재물’이라는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범죄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헌법재판소는 사실혼 배우자와 함께 쓰던 가재도구가 자신의 단독소유인 경우 재물손괴죄가 아니라며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한 바 있다(헌재 2019헌마1254).
또한 A씨가 상황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만취했다는 점은 좌탁을 부술 ‘고의’가 없었음을 주장할 수 있는 강력한 근거가 된다. 범행을 위해 일부러 술을 마신 경우가 아니므로, 심신장애로 인한 책임 감경을 다퉈볼 여지도 충분하다.
"인용 가능성 있다" vs "실익 따져야"…변호사들 조언은?
A씨의 사연에 변호사들은 헌법소원이라는 구제 절차를 제시하면서도, 다양한 각도에서 신중한 조언을 내놨다. 율도 합동 법률사무소의 정성열 변호사는 “인용률이 형사사건의 무죄판결 비율보다는 상당히 높긴 합니다”라며 헌법소원의 긍정적인 측면을 설명했다.
반면,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는 “기소유예 처분에 대한 불복은 헌법소원을 통해 가능하지만, 인용될 가능성은 제한적입니다”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A씨가 초범이고 부모가 처벌을 원치 않는 점은 유리하지만, 현행범으로 체포됐고 증거가 명확해 검찰 처분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라미 법률사무소 이희범 변호사 역시 헌법소원의 “실익이 있을지는 잘 판단해 보시길 바랍니다”라며 현실적인 고려를 당부했다.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는 충분하나, 인용을 장담할 수는 없다는 분석이다.
90일과 1년, 두 개의 시계…'혐의없음' 향한 골든타임
기소유예 처분을 뒤집기 위한 헌법소원은 무엇보다 시간이 생명이다. 법률사무소 파운더스의 하진규 변호사는 “기소유예처분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그 사유가 있은 날로부터 1년 이내에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구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둘 중 하나의 기간이라도 넘기면 억울함을 다툴 기회 자체가 사라진다.
헌법소원을 결심했다면 이 '골든타임' 안에 변호사를 선임하고 ▲좌탁의 소유관계를 입증할 자료(구매 영수증 등) ▲부모님의 처벌불원서 ▲사건 당시 만취 상태를 증명할 객관적 자료 등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만약 헌법재판소에서 A씨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검찰은 '혐의없음' 또는 '죄가 안됨' 처분을 새로 내리게 된다. 이는 혐의를 인정했던 기소유예와 달리 범죄 사실 자체가 없던 일이 되어, A씨의 수사 기록은 깨끗하게 삭제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