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사고 합의금 370만원 줬는데…'동승자 몫' 800만원 더 달라니
음주사고 합의금 370만원 줬는데…'동승자 몫' 800만원 더 달라니
운전자와 합의 끝냈더니 '아내가 따로'…녹취록 있지만 동승자 서명 없어 '법적 쟁점'

음주운전 사고 후 피해 차량 운전자와 합의했으나, 동승했던 그의 아내가 추가 합의금을 요구해 운전자가 곤란에 처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음주운전 사고 후 운전자와 370만 원에 합의했지만, 동승했던 그의 아내가 "내 몫은 따로"라며 800만 원을 추가 요구했다.
혈중알코올농도 0.08% 상태로 운전하다 경미한 접촉사고를 낸 A씨. 그는 피해 차량 운전자 B씨와 370만 원에 합의하며 사건이 마무리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며칠 뒤, B씨의 아내 C씨로부터 "내 합의금 800만 원을 달라"는 연락을 받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운전자와 합의하면 끝인 줄 알았던 사고 처리가 동승자라는 복병을 만나면서 복잡한 법적 다툼으로 번질 조짐이다.
"아내도 같이 탔는데"…370만원에 끝난 줄 알았던 합의
A씨는 차선 변경 중 B씨가 운전하던 차량의 뒷범퍼를 긁는 사고를 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초범이었고, 음주 수치는 면허 취소 수준인 0.08%였다.
사고 일주일 뒤, B씨는 A씨에게 먼저 연락해 대인 접수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400만 원을 요구했다. B씨는 통화에서 "차에 나 혼자 탔던 것도 아니고 와이프도 있었다"며 "두 사람이 같이 난리 치면 더 큰일 난다"고 말했다.
A씨는 사정을 호소했고, B씨는 "와이프랑 상의 후 370만 원에 해주겠다"며 금액을 낮췄다. A씨는 370만 원을 송금하고 B씨로부터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합의서를 받았다. 하지만 이 합의서에 동승자 C씨의 서명은 없었다. 이것이 화근이었다.
"남편 도장 ≠ 아내 합의"…동승자는 별개의 피해자
법률 전문가들은 A씨가 맺은 합의는 운전자 B씨에게만 효력이 있을 뿐, 동승자 C씨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교통사고 손해배상 청구권은 피해자 각자가 독립적으로 갖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김경태 변호사(김경태 법률사무소)는 "동승자는 별도의 피해자로서 독자적인 손해배상 청구권을 가지므로, 운전자와의 합의가 동승자에게는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박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유) 역시 "기존 합의서가 운전자 본인과만 체결되었기 때문에 법적으로 동승자에 대한 민형사 책임이 면제된 것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결국 C씨는 법적으로 A씨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살아있는 셈이다.
"두 사람이 난리치면 큰일"…녹취록, '압박'의 증거될까
A씨에게 남은 무기는 B씨와의 통화 녹음 파일이다. B씨가 C씨를 언급하며 합의를 종용한 정황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이 녹취록은 C씨의 추가 합의 요구가 부당하다는 점을 뒷받침하거나,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카드가 될 수 있다.
장휘일 변호사(더신사 법무법인)는 "피해자와의 대인 합의 내용이 명확하게 녹음으로 남아 있는 상황"이라며 "이는 공갈이나 협박의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전수 변호사(법무법인 한별)도 "대화 내용상 상대방이 와이프 것도 포함하여 합의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녹취록의 활용 가능성을 언급했다.
다만, 김경태 변호사는 "녹음 내용은 보관하되, 협상 과정에서 즉시 공개하기보다는 마지막 수단으로 남겨두는 것이 좋겠다"며 신중한 활용을 조언했다.
대인접수 시 벌금·면허취소 가중…'합리적 선'에서 추가 합의가 현실적
만약 C씨가 병원 치료를 받고 진단서를 발급받아 대인접수를 강행하면 A씨의 처벌 수위는 높아질 수 있다. 이진규 변호사(법률사무소 수훈)는 "대인접수를 하게 될 경우 벌금 수위가 높아질 수 있고, 면허취소 기간이 현재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C씨의 요구를 무조건 무시하기보다는, 합리적인 선에서 추가 합의를 시도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이라고 조언한다. 장동훈 변호사(법무법인 JLP)는 "동승자가 실제로 부상을 입었는지, 실제 진단서가 있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라며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하는 경우, 객관적 증빙자료를 요구하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합의를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우선 수사관에게 운전자 B씨와 합의한 사실을 알리고, C씨와는 별도로 증거에 기반한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A씨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길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