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된 아파트 샀는데 한 달 만에 '물난리'…수리비, 전 주인에게 받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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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된 아파트 샀는데 한 달 만에 '물난리'…수리비, 전 주인에게 받을 수 있나?

2025. 12. 23 17:15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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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약 '건물 노후화 감안' 문구 해석 두고 변호사들도 '의견 분분'…법원 판례는 '책임 일부 인정' 경향

14년차 아파트 입주 한 달 만에 누수가 발생해 수리비 150만원으로 매도인과 매수인이 갈등 중이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입주 한 달 만에 터진 14년차 아파트 누수, '법대로 하라'는 매도인…수리비 150만원의 진실게임


10년 넘은 아파트를 매입하며 보금자리의 꿈에 부풀었던 A씨. 하지만 입주 한 달 만에 그 꿈은 천장에서 물이 샌다는 아래층 집의 연락을 받고 악몽으로 변했다.


부랴부랴 사람을 불러 공사하니 원인은 '건물 노후화'로 인한 욕실 내부 누수. 공사비 150만원을 청구하자 매도인은 "법대로 하라"며 버티는 상황. 과연 A씨는 수리비를 받아낼 수 있을까.



"노후화 감안" 특약 vs "숨은 하자" 책임…150만원 둘러싼 법리 다툼


쟁점은 계약서에 적힌 한 줄의 특약이다. 계약서에는 "건축연한을 고려한 손상, 마모 등은 잔금 상태로 인수인계 하기로 한다"는 문구가 있었다. 매도인은 이 조항을 근거로 "오래된 집이라 발생하는 문제까지 책임질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A씨는 "겉으로 봐선 알 수 없는 '숨은 하자'였고, 입주 한 달 만에 터진 것은 통상적인 노후화로 볼 수 없다"고 맞선다.


이처럼 매매한 물건에 숨겨진 결함이 있을 때 매도인이 지는 책임을 법률 용어로 '하자담보책임'(민법 제580조)이라 부른다. 매수인이 하자를 안 날로부터 6개월 안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이번 사안은 A씨의 아파트 누수가 매도인이 책임져야 할 '하자'인지, 아니면 특약에 따라 A씨가 감수해야 할 '노후화'인지 가리는 싸움인 셈이다.



변호사들도 '의견 분분'…"청구 가능" vs "실익 없어"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매도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쪽과,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쪽으로 나뉜다.


전희정 변호사(법률사무소 희승)는 "누수 사고를 건축연한을 고려한 손상, 마모로 일괄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하자담보책임을 면제하는 명확한 특약이 없는 이상 청구 가능하다"고 봤다.


김우중 변호사(법무법인 선) 역시 "현 시설 상태의 매매계약이라고 해도 계약 당시에 예상할 수 없는 하자라면 청구할 수 있다"며 "건축 연한을 고려하더라도 이례적인 하자로 주장해볼 만하다"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반면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김경태 변호사는 "14년 경과 건물의 배관 노후화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사항"이라며 "통상적인 노후화로 인한 문제는 매수인이 예상할 수 있는 범위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승소 가능성과 소송비용을 고려할 때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영재 변호사(법무법인 창세)는 한발 더 나아가 "'건축연한을 고려한 손상, 마모' 조항은 노후로 인한 손상에 대해 매도인의 책임을 배제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매도인 책임이 아니라고 판단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법원은 누구 손 들어줄까?…판례가 말하는 '책임의 저울'


의견이 분분하지만, 법원 판례는 '공평의 원칙'에 따라 절충안을 내놓는 경향을 보인다. 법원은 통상 "현 시설 상태로 매매한다"는 특약이 있더라도, 매수인이 도저히 알 수 없었던 '숨은 하자'까지 매도인의 책임을 면제해주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다만, 법원은 건물의 나이, 매매 가격, 하자의 종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매도인의 책임을 일부 제한한다. 14년 된 아파트의 노후화가 매매 가격에 어느 정도 반영됐을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문제라는 점을 참작하는 것이다.


판례를 종합하면, 법원은 이 같은 사안에서 매도인의 책임을 수리비의 50~70% 선에서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



150만원 받자고 소송까지?…'내용증명'부터 시작하는 현실적 해법


그렇다면 A씨가 취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법적 분석에 따르면, 전액 승소는 어렵지만 수리비의 일부는 돌려받을 가능성이 있다. 예상 회수 금액은 75만원에서 105만원 사이다.


전문가들은 소송부터 덜컥 제기하기보다 단계적으로 접근할 것을 권한다. 우선, 하자를 발견한 날로부터 6개월 안에 권리를 행사했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 매도인에게 '내용증명' 우편을 보내야 한다. 이후 이를 근거로 매도인과 협상을 시도하는 것이 좋다. 소송으로 갈 경우 양측 모두 시간과 비용이 든다는 점을 들어 수리비의 50~70%를 분담하는 안을 제시해볼 수 있다.


만약 협상이 결렬되면, 3000만원 이하의 소액 사건을 간이 절차로 다루는 '소액사건심판'을 제기하는 방법이 있다. 변호사 없이 '나 홀로 소송'이 가능하고, 1~2번의 재판으로 신속하게 결론이 나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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