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5자 넘으면 출생신고 '퇴짜'…30년 전 '이것' 때문이다
이름 5자 넘으면 출생신고 '퇴짜'…30년 전 '이것' 때문이다
한글 이름 유행과 전산화가 낳은 '5자 제한'
이름에 대한 권리와 법적 근거는?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박하늘별님구름햇님보다사랑스러우리". 누군가의 실제 이름이었다. 1993년 이전까지 우리나라는 이처럼 낭만과 개성이 넘치는 긴 이름을 자녀에게 선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부모가 모두 한국인이라면 다섯 글자를 넘는 이름은 출생신고서에 올릴 수 없게 됐다. 그 배경을 살펴봤다.
'한글 이름' 유행이 낳은 5글자 제한 규정
이름의 글자 수를 제한하는 규칙이 등장한 것은 1993년이다. 당시 대법원은 '이름의 기재 문자와 관련된 호적사무처리지침'이라는 예규(사법부 내부 규칙)를 만들었다.
80년대 후반부터 불어온 순우리말 이름 짓기 열풍으로 '황금독수리온세상을놀라게하다'와 같은 긴 이름들이 등장하자, "사용하기에 현저히 불편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성을 제외한 이름을 다섯 자로 제한한 것이다. 이는 호적 사무를 전산화하던 시대적 배경과도 맞물려 있다.
이름에도 '권리'가 있다? 헌법이 말하는 이름의 의미
법적으로 '이름'이 갖는 의미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 헌법은 '이름에 대한 권리'를 명시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이름이 "개인의 정체성과 개별성을 나타내는 인격의 상징"이라며,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서 보호받는 '인격권'의 일부로 본다. 부모가 자녀의 이름을 자유롭게 지을 권리 역시 이 인격권에 포함된다.
물론 이 권리가 무제한인 것은 아니다.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질서유지나 공공복리 등 공적인 목적을 위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 이름에 사용 가능한 한자를 9,389자로 제한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다문화 시대의 새로운 풍경, 이름의 국경이 사라지다
흥미로운 점은 이름 글자 수 제한이 모든 국민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1998년 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의 자녀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한국인 아버지와 외국인 어머니 사이의 자녀까지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는 이름 글자 수 제한을 받지 않게 됐다.
이는 다문화 사회로 변화하는 시대상을 반영한 조치다. 덕분에 우리나라에 등록된 가장 긴 이름은 '프라이인드로스테쭈젠댄마리소피아수인레나테엘리자벳피아루이제'라는 30자 이름의 이중국적자가 보유하게 됐다.
이처럼 이름에 관한 규칙은 고정불변이 아니다. 개인의 권리와 행정의 효율, 그리고 시대적 가치가 맞물리며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영수'와 '순자'의 시대를 지나 '서준'과 '이서'의 시대에 이르렀듯, 우리의 이름은 법과 사회의 변화를 담아내는 또 하나의 역사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