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 포진 알면서 구강성교…헤르페스 옮긴 전남친의 ‘죗값’은
입술 포진 알면서 구강성교…헤르페스 옮긴 전남친의 ‘죗값’은
법조계 “미필적 고의 상해죄, 교제 전 음성 기록이 핵심 증거”

자신이 헤르페스 보균자임을 알고도 연인과 성관계를 가져 성병을 옮긴 남성에 대해 법조계는 상해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 AI 생성 이미지
“피곤하면 입술에 수포가 올라온다”고 말하던 연인. 그와의 관계 후 여성은 완치 불가능한 4급 법정감염병 진단을 받았다. 여성은 교제 직전 성병 검사에서 음성이었던 기록을 쥐고 법의 심판을 구하고 있다.
법조계는 상대가 감염 사실과 증상 발현을 인지하고도 성접촉을 했다면, 전파 가능성을 용인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상해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몸과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기만 행위의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믿었던 연인의 배신…몸과 마음에 새겨진 ‘최근 감염’
신뢰했던 연인과의 관계는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돌아왔다. 여성 A씨는 몇 달 전, 전남친 B씨와 관계를 가졌다. 당시 B씨는 입술에 포진이 발병한 상태임을 알고 있었지만, 이를 무시한 채 A씨에게 구강성교를 했다.
며칠 뒤 A씨는 산부인과에서 ‘헤르페스 1형에 의한 성기단순포진’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A씨는 B씨와 교제를 시작하기 직전, 성전염병 검사에서 헤르페스 1형과 2형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던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B씨는 평소 A씨에게 “피곤하면 자주 수포가 올라온다”고 말하며 자신의 병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었다. A씨는 감염 8주 뒤 시행한 항체 검사에서 높은 IgM 수치(최근 감염을 시사하는 지표)와 함께 1형 양성 판정을 받았고, 의사 역시 구강 헤르페스가 성기로 옮는 교차 감염이 가능하다는 소견을 냈다.
'알면서도 무시'…상해죄의 핵심 열쇠, ‘미필적 고의’
법조계는 이 사건을 명백한 ‘상해’ 행위로 간주한다. 대법원 판례는 성병 감염을 신체의 생리적 기능을 훼손하는 상해로 일관되게 인정하고 있다.
관건은 B씨에게 ‘미필적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다. 미필적 고의란 자신의 행위로 범죄 결과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면서도 이를 용인하는 심리 상태를 뜻한다.
이 사건을 분석한 김경태 변호사는 “특히 입술에 수포가 발병한 상태임을 인지하고도 이를 무시했다는 것은 전파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상황으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라고 단언했다.
자신의 증상 발현이 타인에게 병을 옮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성접촉을 강행한 행위 자체가 고의성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정황이라는 분석이다.
교제 전 ‘음성’ 판정…빼도 박도 못 할 인과관계
상해죄가 성립하기 위한 또 다른 필수 조건은 B씨의 행위와 A씨의 감염 사이의 ‘인과관계’다. A씨는 B씨 때문에 헤르페스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해야 한다.
A씨가 확보한 ▲교제 직전 헤르페스 음성 판정 기록 ▲B씨와의 구강성교 직후 발병 사실 ▲‘최근 감염’을 뒷받침하는 의학적 소견은 인과관계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들이다.
김경태 변호사는 “상대방이 평소에도 수포 발생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진술은 매우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조대진 변호사 역시 “헤르페스 감염 사실을 알고도 고지 없이 성관계를 한 경우, 상해죄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라며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1형도 2형과 같다”…증거 확보해 법적 책임 물어야
A씨는 자신의 감염이 헤르페스 2형이 아닌 1형이라는 점 때문에 고소를 망설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법적 책임을 묻는 데 1형과 2형의 구분은 무의미하다고 입을 모은다.
‘성기단순포진’은 바이러스 유형과 관계없이 질병관리청이 성병으로 분류하며, ‘감염병 예방법’상 제4급 법정감염병에 해당한다. 완치가 불가능하고 재발 위험이 상존한다는 점에서 신체에 대한 침해 정도가 2형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김지진 변호사는 “혈액검사 등을 통해서 최근 감염인지 과거 감염인지 일단 확인이 필요하고, 의사 소견서 등 진단서 확인이 먼저 필요합니다”라며 객관적 증거 확보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법조계는 A씨의 사안이 형사 고소는 물론, 정신적 고통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