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살 수 있었다"…선상 1시간, 외삼촌의 수상한 신고
"아버지는 살 수 있었다"…선상 1시간, 외삼촌의 수상한 신고
119 대신 아내에게 전화…골든타임 놓친 아버지, 법조계 "업무상과실치사"

어선에서 조업 중 쓰러진 남성이 구조 지연으로 사망했다. / AI 생성 이미지
외삼촌 배에서 일하다가 쓰러진 아버지가 1시간이 넘도록 제대로 된 구조를 받지 못하고 끝내 숨졌다. 유가족은 단순 병사가 아닌 명백한 '구조 지연'이라며 오열하고 있다.
일당 지급을 약속하며 20차례나 아버지를 배에 태운 외삼촌의 이해할 수 없는 대처에 법조계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물을 여지가 있다"며 철저한 진실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나중에 줄게" 20번의 출항, 죽음으로 돌아온 노동
아버지에게 외삼촌의 어선 일은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었다. "나중에 지급하겠다"는 구두 약속 아래 아버지는 20차례나 외삼촌의 배에 올랐다.
유가족이 확보한 통화 녹취에서 외삼촌은 과거 아버지에게 업무 지시를 내렸고 반복적으로 함께 일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했다.
사고 전날 밤에도 두 사람은 함께 그물을 싣는 고된 작업을 마쳤고, 다음 날 새벽 어김없이 출항에 나섰다. 평소 중증 심장질환 이력이 없던 아버지는 그날의 조업 중 배 위에서 갑자기 쓰러졌고,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사라진 골든타임, 1시간의 미스터리
아버지가 쓰러진 직후, 선장이자 사실상 유일한 구조자였던 외삼촌의 대처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지점들로 가득하다. 그는 즉시 119나 해경에 신고하는 대신 직접 심폐소생술(CPR)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후 그가 연락한 곳은 구조당국이 아닌 육지에 있던 아내, 즉 외숙모였다. 외삼촌은 외숙모에게 대신 신고해 달라고 부탁했고, 위치를 몰랐던 외숙모는 다시 외삼촌에게 전화를 걸어 위치를 되묻는 황당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허비된 시간은 약 1시간. 아버지가 구조대와 접촉하기까지 속절없이 '골든타임'이 흘러간 것이다. 외삼촌은 "내가 신고하는 것보다 외숙모가 하는 게 더 빠를 것 같았다"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유가족의 의심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다.
심지어 쓰러진 아버지를 싣고 항구로 복귀하는 대신, 근처 다른 배에 접근해 물을 달라고 요청한 정황까지 드러나 의문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형사 책임의 결정적 단서"…법조계의 일침
법조 전문가들은 이 사건이 단순 질병 사망이 아닌, 여러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중대 사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선 반복된 업무 지시와 일당 약속은 아버지가 단순 조력자가 아닌 '근로자' 신분이었음을 입증할 핵심 증거로 꼽힌다.
정진열 변호사(법무법인 엘케이비평산)는 "업무 지시 인정 녹취, 반복 노동 인정 녹취는 근로관계 입증의 핵심 증거가 됩니다"라고 명확히 밝혔다. 이는 산업재해나 어선원 재해보상보험 적용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될 수 있다.
특히 구조 지연 문제에 대해선 더욱 엄중한 지적이 쏟아진다. 홍윤석 변호사(제로변호사)는 "쓰러진 직후 119에 직접 신고하지 않고 다른 배에 물을 요구하는 등 구조가 약 1시간 지체된 정황은 선장의 안전배려의무 위반 내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물을 여지가 있습니다"라고 분석했다.
고준용 변호사(법무법인 도모) 역시 "의료 전문가의 감정을 통해 신속한 대응이 있었다면 생존 가능성이 상당했다는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소송의 성패를 가릅니다"라고 강조하며 골든타임 지체의 치명적 결과를 지적했다.
이는 단순 판단 미숙을 넘어, 선장의 구조 의무(선원법 제11조)를 저버린 행위에 대한 법적 심판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민사적으로도 안전배려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김희원 변호사(법무법인 대청)는 손해배상 청구 시 아버님의 위자료와 일실수입은 물론, 유족 고유의 위자료도 청구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참고로 어선에 가압류하는 것도 고려하세요"라고 덧붙이며 적극적인 재산 보전 조치까지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