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한 대화' 한번에 성범죄자 될라…랜덤채팅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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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 대화' 한번에 성범죄자 될라…랜덤채팅의 함정

2026. 06. 09 14:54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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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인증 앱 믿었는데 상대가 미성년자…'만남 없어도' 쇠고랑 찰 판

한 남성이 랜덤채팅 앱에서 성적인 대화를 나눈 상대가 미성년자로 밝혀져, 성범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 AI 생성 이미지

우울해서 시작한 랜덤채팅, 한순간에 성범죄 전과 위기에 몰렸다. 성인인증을 믿고 나눈 '야한 대화'의 상대가 미성년자였다는 경찰 통보에 A씨의 일상은 무너졌다.


실제 만남은 없었지만, 법조계는 '대화 내용만으로도 징역형이 가능하다'며 첫 경찰 조사 대응이 운명을 가를 것이라고 경고한다.


"성인인증 앱이라 믿었는데"…단 한번의 대화, 덫이 되다


최근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A씨는 우울한 마음에 스마트폰으로 랜덤채팅 앱을 다운로드했다. '미성년자 이용 불가' 표시가 있었고, 성인인증 절차까지 거쳤기에 아무런 의심이 없었다.


A씨는 앱에서 만난 상대와 '야한 얘기'를 나누고 "사진을 보여달라", "가면 만날 수 있냐"는 등의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실제로 만날 의사는 없었고, 대화 직후 찜찜한 마음에 앱을 바로 삭제했다.


평화는 오래 가지 않았다. 며칠 뒤 A씨에게 경찰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랜덤채팅 앱을 한 적 있냐"는 질문에 A씨는 솔직하게 한 번 했다고 답했다.


이어진 수사관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대화 상대가 미성년자였다. 김포에 가지 않았냐"는 추궁이 시작된 것이다. A씨는 만난 적도, 김포에 간 적도 없다고 항변했지만, 경찰은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통보했다.


A씨는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말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미성년자 인지' 여부가 유무죄 가른다


A씨의 사례처럼 실제 만남이 없었더라도 상대방이 미성년자였다면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법조계는 A씨에게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상 '성착취 목적 대화'나 '성매매 유인' 등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류재연 변호사는 "'성착취 목적 대화'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모든 대화가 처벌받는 것은 아니다.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 쟁점은 '상대방이 미성년자임을 알았는가' 하는 고의성 여부다.


홍대범 변호사는 "질문자님은 성인인증이 필수인 앱을 이용하셨고, 상대방이 프로필이나 대화에서 자신을 성인으로 위장했다면 미성년자임을 인지하지 못했으므로, 범죄의 고의가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라고 지적했다.


즉, A씨가 성인인증 시스템을 신뢰했고, 대화 중 상대가 미성년자임을 알 수 있는 단서가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다.


경찰이 '김포'라는 구체적인 지명을 언급한 것에 대해 박상석 변호사는 "특히 ‘김포에 갔냐’는 질문이 나왔다면, 상대방 진술이나 위치·대화 기록상 만남 시도 정황을 확인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라며 "본인이 실제로 간 적이 없다면, 교통기록, 카드사용내역, 위치기록, 통화내역 등으로 반박할 수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기억 안 나면 말하지 마라"…변호인들, '첫 조사' 중요성 한목소리


법률 전문가들은 A씨와 같은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 경찰 조사'라고 입을 모은다.


박성현 변호사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는 예비·음모 단계나 단순 대화 유도만으로도 엄하게 처벌하는 추세이므로, 첫 경찰 조사에서의 진술 방향이 사건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분수령이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수사기관은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이미 대화 내용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섣부른 진술은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억에 의존한 섣부른 진술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광희 변호사는 "우선 경찰 출석 요구에 성실히 응하되, 기억나지 않는 부분을 추측해 진술하지 말고 사실대로만 진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당부했다.


오지영 변호사 역시 "조사 시 기억나지 않는 부분을 추측으로 진술하시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므로, 확실히 기억나는 사실만 진술하시고 기억나지 않는 부분은 솔직하게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씀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조언했다.


섣불리 혐의를 부인하거나 기억을 짜맞춰 진술했다가 객관적 증거와 어긋나면 오히려 진술 전체의 신빙성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조사에 앞서 자신의 혐의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홍대범 변호사는 "수사관에게 연락하여 조사 일정을 조금 미뤄달라고 요청하신 후, 인터넷 ‘정보공개포털’을 통해 해당 사건의 ‘고소장’ 또는 ‘피의사실요지’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하십시오"라며 "어떤 대화 내용이 문제가 되었는지 눈으로 먼저 확인하고 조사를 준비해야 합니다"라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결국 A씨의 운명은 불안감에 휩쓸려 혼자 대응하기보다,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첫 조사라는 단추를 얼마나 잘 꿰는지에 달리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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