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인 줄 알았는데 '보조원'…깡통전세 손해, 배상받을 수 있나?
'공인중개사'인 줄 알았는데 '보조원'…깡통전세 손해, 배상받을 수 있나?
집주인은 사기죄로 수감, 하지만 중개사도 책임 있다? 확인·설명의무 위반 쟁점

전세 사기로 보증금을 잃은 피해자 A씨는 중개보조원의 말만 믿고 '깡통전세'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 AI 생성 이미지
전세 사기로 임대인이 수감되고 경매까지 끝났지만 보증금을 거의 돌려받지 못한 A씨. 알고 보니 계약 당시 A씨를 안심시켰던 사람은 공인중개사가 아닌 중개보조원이었다.
A씨는 “임대인이 돈이 많아 문제없다”는 말만 믿고 계약했는데, 알고 보니 '깡통전세'였다. 이 경우, 중개사무소와 공인중개사협회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문제없다'는 말만 믿었는데…알고 보니 '깡통전세'
A씨는 2023년 3월 전세 계약이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집주인이 사기죄로 수감되면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최근 집이 경매에 넘어가 배당금을 일부 받았지만, 원래 보증금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
A씨를 더 황당하게 만든 것은 계약 과정이었다. 당시 매물을 소개해 준 사람은 자신을 '중개보조원'이라고 밝히지 않아 당연히 '공인중개사'라고 믿었다.
이 중개보조원은 “임대인이 건물 여러 채를 가진 자산가라 문제될 일이 없다”, “건물 가격이 높아 근저당도 얼마 없는 것”이라며 A씨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실제로는 모든 세입자가 전세로 들어와 보증금을 합하면 집값을 넘어서는 '깡통전세' 건물이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중개인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임대인에게 연락을 남겨 주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변호사들 “중개보조원 잘못, 공인중개사가 책임져야”
변호사들은 중개보조인의 잘못된 설명으로 손해가 발생했다면, 그를 고용한 개업공인중개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공인중개사법상 중개보조원의 업무상 행위는 그를 고용한 개업공인중개사의 행위로 보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규희 변호사는 “공인중개사법상 중개보조원의 업무상 행위는 그를 고용한 공인중개사의 행위로 보기 때문에, 보조원이 신분을 속이고 선순위 담보나 임대차 보증금 현황을 허위로 설명한 것은 명백한 중개대상물 확인 및 설명 의무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법무법인(유) 효성 서동민 변호사 역시 “다가구주택의 경우 공인중개사가 선순위임차권의 내용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면, 이는 공인중개사가 선순위임차권을 확인·설명하지 않은 채무불이행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공인중개사협회 '공제금' 청구 가능…한도와 소멸시효는 확인
개업공인중개사는 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손해배상책임을 보장하기 위한 보증보험이나 공제에 가입해야 한다. 따라서 피해자는 중개사의 과실이 인정될 경우 한국공인중개사협회가 운영하는 공제사업을 통해 손해를 일부 보전받을 수 있다.
법무법인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질문 내용이라면 공인중개사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며 “다만 상대방은 대한공인중개사협회 자체가 아니라 해당 중개업소의 공제보험 또는 공제사업자를 통한 공제금 청구가 일반적인 절차”라고 설명했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다. 공제금은 한도가 정해져 있어(법인이 아닌 개업공인중개사 기준 2억 원 이상) 피해 금액 전액을 받지 못할 수 있다.
법무법인 대청 김희원 변호사는 공제금 한도 때문에 피해액 전부를 배상받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공인중개사와 협회를 공동 피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손해배상청구권에는 소멸시효도 있다. 법무법인 쉴드 이진훈 변호사는 “소멸시효는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므로 지금 바로 절차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손해배상 받으려면 '중개 과실' 입증이 관건
결론적으로 A씨는 공인중개사 측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중개보조인의 잘못된 설명과 A씨의 보증금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법무법인 도모 김강희 변호사는 “공인중개사협회 공제금 청구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면서도 “다만 자료 정리 없이 진행하면 ‘임대인 사기일 뿐 중개과실은 아니다’라는 반박에 막힐 수 있으므로, 계약 당시 설명 내용과 객관 자료를 맞춰보는 상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