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일 넘으면 끝"…기소유예 헌법소원, 변호사도 헷갈리는 '마감 함정'
"90일 넘으면 끝"…기소유예 헌법소원, 변호사도 헷갈리는 '마감 함정'
"결정 후 1년 안엔 괜찮다?" 잘못된 정보 믿었다간 구제 기회 영영 놓쳐

억울한 기소유예 처분 취소를 위한 헌법소원은 처분을 안 날부터 90일, 있은 날부터 1년 내에 제기해야 한다. / AI 생성 이미지
억울한 기소유예 처분을 받고도 '1년 안에만 취소 청구하면 된다'는 말을 믿었다가 구제 기회를 영영 날릴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헌법재판소법상 청구 기간을 두고 변호사들마저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안 날로부터 90일'과 '있는 날로부터 1년'의 진짜 의미는 무엇일까. 찰나의 실수로 평생의 족쇄가 될 수 있는 기소유예 취소의 '골든타임'을 파헤친다.
"90일 지났지만 1년 안 됐는데... 억울해요"
검찰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A씨는 억울함을 풀기 위해 헌법소원을 고민하던 중 큰 혼란에 빠졌다.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려면 '처분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 또는 처분이 있었던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청구해야 한다'는 정보를 접했기 때문이다.
A씨는 "결정을 안 지 90일은 넘었지만, 결정일로부터 1년은 지나지 않았다"며 "결정을 알았다는 이유만으로 기한을 90일만 준다는 게 좀 어이가 없다"고 토로했다.
A씨의 질문은 간단했다. 둘 중 더 긴 기간인 1년 안에만 청구하면 되는 것 아닌가?
변호사들도 '우왕좌왕'... "괜찮다" vs "끝났다" 엇갈린 답변
놀랍게도 A씨의 질문에 대한 변호사들의 답변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한 변호사는 "90일이 지났더라도 결정일로부터 1년 이내라면 여전히 청구가 가능하다"며 "더 유리한 기한을 적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다른 변호사 한 명 역시 "두 기간은 각각 독립적으로 적용되므로, 90일이 지났더라도 1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청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답변만 믿는다면 A씨는 아직 희망이 있는 셈이다.
하지만 다른 변호사들의 의견은 정반대였다. 법무법인 신의 박지영 변호사는 "청구기간인 90일이 경과하였다면 기소유예 처분은 확정된 것"이라고 단언했으며, 법률사무소 민앤정의 권민정 변호사도 "어느 하나에만 해당되어도 그 기한이 지났다면 청구가 불가하다"고 잘라 말했다.
이처럼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해석이 갈리면서 A씨의 혼란은 더욱 가중됐다.
'그리고'의 함정, 90일과 1년 '둘 다' 지켜야
결론부터 말하면 '기소유예 결정을 안 날로부터 90일이 지나면, 결정일로부터 1년이 지나지 않았더라도 헌법소원 청구는 불가능'하다. 일부 변호사들의 의견과 달리, 헌법재판소는 두 기간을 '또는(OR)'이 아닌 '그리고(AND)' 관계로 해석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은 "헌법소원의 심판은 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그 사유가 있는 날부터 1년 이내에 청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주관적 기간(안 날로부터 90일)'과 '객관적 기간(있는 날로부터 1년)'이라는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는 의미다.
헌법재판소는 판례를 통해 두 기간 중 어느 하나라도 지나면 청구는 부적법하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히고 있다. 즉, 처분 사실을 안 순간부터 90일이라는 '골든타임'이 시작되며, 이 기간을 놓치면 1년이라는 기간이 남아있더라도 구제받을 문은 닫히는 것이다.
'골든타임 90일', 놓치면 남는 선택지는?
이처럼 짧은 기간이 설정된 이유는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억울함을 느끼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가혹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현행법의 엄격한 잣대다.
따라서 기소유예 처분 통지서를 받았다면 즉시 법률 전문가와 상담해 90일 이내에 헌법소원 청구 여부를 결정하고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만약 90일이라는 기간을 이미 놓쳤다면 헌법소원이라는 길은 사실상 막힌다.
다만 검사에게 사건의 재검토를 요청하는 '재기신청' 등의 다른 구제 방법을 모색해볼 수는 있다.
법무법인대한중앙의 조기현 변호사는 "실무적으로는 1년 안에는 여러 가지 주장을 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면서도 "구체적 사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해, 예외적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원칙적으로 90일 기한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