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연장 후 생긴 근저당, 계약서 잘못 쓰면 보증금 날린다
전세 연장 후 생긴 근저당, 계약서 잘못 쓰면 보증금 날린다
"연장할게요" 문자 한 통 믿고 덜컥 서명했다간 낭패

전세 갱신 시 집에 근저당이 설정됐다면 새 계약서 작성에 유의해야 한다. 보증금 변제 순위가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 AI 생성 이미지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두고 집주인이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기존과 같은 조건으로 재계약서를 쓰자고 하는데, 섣불리 서명했다간 수억 원의 보증금을 한순간에 잃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기존 계약서가 생명줄"이라며, 새로운 계약서에 특정 문구를 넣지 않으면 절대 서명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연장할게요" 문자 한 통, '계약갱신청구권'을 썼다고 볼 수 있나?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둔 A씨는 4개월 전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 계약 연장 의사를 묻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문자로 "연장 예정"이라고 답했고, 최근 은행 전세대출 연장까지 마쳤다.
그런데 며칠 전 부동산에서 보증금은 그대로 두고 기간만 연장하는 전세계약서를 다시 쓰자고 연락이 왔다. 계약 중간에 집주인이 집을 담보로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실을 알고 있던 A씨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자신의 연장 의사표시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계약갱신요구권' 행사에 해당하는지, 새 계약서를 써도 괜찮은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변호사들의 의견은 갈렸지만,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었다.
김상수 변호사(법무법인 선린)는 판례를 근거로 "임대인의 '연장 의사가 있으신지' 묻는 메시지에 임차인이 '연장하려 합니다.'라고 답변한 것을 계약갱신요구로 인정한 사례가 있다"며 A씨의 문자 역시 갱신요구권 행사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반면 김명수 변호사(법무법인 인화)는 "기재하신 내용만으로는 임차인이 갱신요구권을 행사하였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합의를 통한 연장계약이라고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결국, 단순한 연장 의사 표시는 법적 분쟁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다수 전문가들은 "새 계약서에 '본 계약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에 따른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에 따라 체결하는 것임'이라는 문구를 명시하는 것이 장래의 분쟁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았다.
'새 계약서'의 함정... 선순위 지키는 '황금 열쇠'는 따로 있다
더 큰 문제는 '새로운 계약서' 자체에 도사리고 있다. 임대차 기간 중 근저당권이 설정된 경우, 새로운 계약서를 잘못 작성하면 세입자의 보증금 반환 순위가 은행보다 뒤로 밀려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윤영석 변호사(법무법인 베테랑)는 "새로운 계약서를 잘못 작성하면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 순위가 근저당권보다 후순위로 밀려날 위험이 있다"며 "새로운 계약서를 작성하기보다는 기존 계약서에 연장 사실을 추가로 기재하고 임대인과 함께 서명 또는 날인하는 방식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보증금을 지키는 '황금 열쇠'는 새로 쓰는 계약서가 아니라, 이미 확정일자를 받아 놓은 '기존 계약서'인 셈이다.
이푸름 변호사(이푸름 법률사무소) 역시 "새로운 계약서를 ‘신규 계약’ 형태로 작성하면서 확정일자를 새로 받는다면, 근저당권 설정일보다 늦게 확정일자가 찍히는 불이익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변호사들의 만장일치 조언 "특약에 '이 문구' 반드시 넣어라"
만약 집주인이나 부동산의 요구로 새 계약서를 쓸 수밖에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모든 변호사들은 두 가지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첫째, 기존 확정일자를 받은 계약서 원본을 '생명줄'처럼 보관할 것.
둘째, 새로운 계약서 특약사항에 기존 계약의 효력을 이어받는다는 문구를 반드시 삽입할 것이다.
김상수 변호사는 "확정일자를 받은 기존 계약서는 반드시 원본을 잘 보관해야 한다. 이것이 귀하의 선순위 권리를 증명하는 가장 중요한 서류"라고 단언했다.
심준섭 변호사(법무법인 심)는 구체적인 특약 문구를 제시했다. 그는 "특약사항에 '본 계약은 OO년 OO월 OO일자 기존 계약의 갱신계약으로 기존 계약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그대로 승계함'을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문구를 통해 새 계약이 완전히 새로운 계약이 아니라 기존 계약의 연속임을 법적으로 명확히 하여, 중간에 들어온 근저당권보다 앞선 순위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전세 갱신 시 근저당권이 설정됐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기존 계약서에 갱신 내용을 덧붙여 기재하는 것이며, 부득이 새 계약서를 쓴다면 '갱신계약' 및 '권리 승계' 문구를 특약에 반드시 넣고 기존 계약서 원본을 철저히 보관해야만 소중한 보증금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