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 막자”며 달아준 위치추적기, 2년 뒤 ‘스토킹범’으로 몰린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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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난 막자”며 달아준 위치추적기, 2년 뒤 ‘스토킹범’으로 몰린 남성

2025. 11. 18 17:50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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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연인 자전거에서 발견된 위치추적기…남성 “당시 합의된 사안”, 경찰은 위치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수사 착수. 법조계 “섣부른 연락은 금물, 동의 입증이 관건”

2년 전, 연인과 합의해 자전거에 부착한 위치추적기 때문에 한 남성이 스토킹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선물이라던 위치추적기, 2년 뒤 '스토킹 족쇄'로…헤어진 연인의 엇갈린 기억


2년 전, 사랑하는 연인에게 선물한 새 자전거. 도난이 걱정돼 함께 달았던 위치추적기가 이별 후 자신을 범죄자로 몰 줄은 꿈에도 몰랐다. 지능범죄수사팀의 출석 요구 전화를 받은 A씨는 한순간에 ‘전 여자친구를 감시한 스토커’가 될 위기에 처했다.


평온하던 일상은 경찰의 전화 한 통으로 깨졌다. 지능범죄수사팀 수사관은 A씨에게 “위치추적기를 부착했다”며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A씨는 “처음에는 기억이 나질 않아서 설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헤어진 B씨가 자신처럼 추적기의 존재를 잊고 지내다 우연히 발견했고, 자신을 범인으로 지목해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선물 찾아줄게”…2년 전 약속, 범죄 혐의로 돌아오다


사건의 시작은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당시 여자친구 B씨에게 새 자전거를 선물하며 도난 방지를 위해 위치추적기를 부착하자고 제안했다. B씨도 동의했고, 두 사람은 함께 스마트태그를 자전거에 달았다.


A씨는 “그 사실을 전여친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연애는 끝났고, 시간은 흘렀다. A씨의 기억 속에서 위치추적기는 희미해졌다.


“피의자 신분”…경찰 출신 변호사의 경고 “섣불리 연락 말라”


A씨는 자신이 참고인인지 피의자인지조차 헷갈리는 상황이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그가 이미 ‘피의자’ 신분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경찰 출신인 법무법인 베테랑의 김진배 변호사는 “전 여자친구가 고소장을 접수하여 이미 입건된 사안인 것 같다”며 “담당 수사관이 출석 요구를 하였다는 것은 참고인 조사가 아니라 피의자 신문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특히 김 변호사는 A씨가 가장 먼저 떠올린 ‘전 여자친구에게 연락해보기’라는 방법에 대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현 상황에서 A씨 본인이 섣불리 전 여자친구에게 전화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을 종용하는 것은 추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억울함을 풀려던 시도가 자칫 ‘진술 강요’나 ‘증거 인멸’ 시도로 비쳐 더 큰 위기를 부를 수 있다는 의미다.


현행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위치정보법) 제15조는 개인위치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개인위치정보를 수집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억 안 나” 한 마디에 ‘괘씸죄’까지?…변호사들의 조언


법무법인 대한중앙의 조기현 변호사는 이 사건의 위험성을 ‘괘씸죄’라는 단어로 설명했다. 그는 “불과 2년 전의 사안인데 여자친구가 그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한다면 오히려 괘씸죄가 적용하여 엄벌에 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합의 사실을 무작정 주장하다가 B씨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부인할 경우, 거짓말을 하는 파렴치한으로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A씨에게 남은 선택지는 ‘무혐의 주장’과 ‘합의를 통한 정상 참작’ 두 갈래로 좁혀진다. 변호사들은 섣부른 개인적 행동 대신 법적 대응 전략을 먼저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는 “수사기관 출석 전에 당시 자전거 구매 관련 증빙자료, 위치추적기 구매 내역, 설치 당시의 대화 내용이나 문자메시지 등 합의 사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들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의’ 입증이 무죄의 열쇠…문자·대화 기록이 ‘생명줄’


모든 변호사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해법은 단 하나, ‘부착 당시 동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것이다. 소프트리걸 법률사무소의 황규목 변호사는 “자전거 위치를 찾아주기 위해 동의를 받아 수집한 것이면 처벌받지 않는다”고 명확히 했다. 2년 전의 기억이 아닌, 2년 전의 ‘기록’이 A씨의 운명을 가를 ‘생명줄’인 셈이다.


실제로 법원은 단순히 위치추적기를 부착한 행위를 넘어, 실제로 위치정보를 ‘수집’한 사실이 증명되어야 위치정보법 위반이 성립한다고 보기도 했다(수원지방법원 2021노2678 판결). A씨가 추적기를 달기만 하고 이후 B씨의 위치를 들여다보지 않았다면 이 또한 방어 논리가 될 수 있다.


선한 의도로 시작된 2년 전의 약속은 이제 법정의 차가운 저울 위에 올랐다. A씨가 ‘잊혀진 기억’을 되살릴 객관적 증거를 찾아내지 못한다면, 그는 한순간에 연인을 감시한 범죄자로 낙인찍힐 수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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