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에 딥페이크 10여개 제작 후 삭제…해외 사이트 썼는데 처벌될까요?
호기심에 딥페이크 10여개 제작 후 삭제…해외 사이트 썼는데 처벌될까요?
유포·공유 없이 제작만, 계정 탈퇴·기록 삭제까지 마쳐…'언젠가 걸릴까' 불안에 자수까지 고민

단순 호기심에 딥페이크 영상을 제작한 남성이 처벌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B씨는 최근 딥페이크 영상을 제작한 일로 잠 못 이루고 있다. B씨의 친구 A씨는 B씨를 대신해 법률 상담을 구했다.
A씨에 따르면 B씨는 2025년 하반기부터 2026년 상반기까지 해외 사이트 3곳을 이용해 딥페이크 영상 10여 개를 만들었다. 유포나 협박, 판매 등 영리 목적은 전혀 없었고, 인터넷 광고를 보고 생긴 단순한 호기심에 벌인 일이었다. 실제 제작에 걸린 시간은 다 합쳐 1시간도 채 되지 않았다.
B씨는 이것이 심각한 범죄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자신이 만든 영상물을 모두 삭제했다. 사이트 계정을 탈퇴하거나 제작 기록을 지웠고, 일부는 로그인 없이 이용했다. 결제 기록도 남기지 않았다. 제작 대상은 가상 인물도 있었고, 미성년자는 없었다.
유포한 적도 없고, 기록도 지웠지만 B씨의 불안은 가시지 않았다. 해외 사이트에 남았을지 모를 접속 기록 때문에 언젠가 경찰 수사를 받게 될 수 있다는 공포 때문이다. B씨는 차라리 자수하는 게 낫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 B씨는 처벌을 피할 수 없을까?
딥페이크, 유포 안 하고 만들기만 해도 '7년 이하 징역'
결론부터 말하면, B씨의 행위는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현행법은 딥페이크 영상을 유포·판매하지 않고 제작만 했더라도 처벌하기 때문이다.
성폭력처벌법(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의2는 실제 사람의 얼굴이나 신체를 이용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영상을 편집·합성·가공하면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법무법인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실제 사람의 얼굴이나 신체를 이용해 성적 딥페이크를 의사에 반하여 제작했다면 유포나 협박이 없더라도 성폭력처벌법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 역시 "2024년 10월 16일부터는 유포 목적이 없어도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의사에 반하여 성적 딥페이크를 제작하는 행위 자체가 처벌된다"며 "B씨의 제작 시점(2025~2026년)이라면 유포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처벌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해외 사이트, 계정 삭제…수사기관이 찾아낼 수 있나
B씨가 가장 불안해하는 지점은 해외 사이트에 남은 기록이다. 변호사들은 피해자 신고가 없는 상황에서 수사기관이 해외 서버 기록을 확보해 개인을 특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봤다.
법무법인 한강 김전수 변호사는 "신고가 없는데도 모든 해외사이트 이용자를 일괄적으로 추적하여 사건화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병철 변호사도 "아무런 단서 없이 사이트 이용자 전체를 일괄 추적하는 방식이 통상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사건화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인터넷 모니터링 중 불법 사이트를 인지하거나 다른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연관된 사이트를 발견하여 기획 수사를 벌일 수도 있다"고 짚었다.
법무법인 한설 조민성 변호사는 "실제 사건화는 해외 수사기관의 통보, 운영자 검거 시 확보된 이용자 자료 등 여러 경로에서 시작된다"며 "탈퇴나 기기 교체가 곧 자료의 소멸을 뜻하지도 않는다"고 경고했다.
'언젠가 걸릴까' 불안…변호사들이 '섣부른 자수' 말리는 이유
극심한 불안감에 B씨는 자수까지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변호사 대부분은 섣부른 자수를 만류했다. 자수가 오히려 수사의 단초를 제공해 '긁어 부스럼'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법무법인 도모 고준용 변호사는 "자수는 수사 개시의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으므로, 현 단계에서 섣부른 결정은 위험하다"며 "사건화 여부를 객관적으로 가늠하고 수사기관이 확보할 수 있는 데이터의 범위를 먼저 정밀 분석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한병철 변호사 역시 "자수는 수사 개시의 직접 단서가 될 수 있으므로, 먼저 성범죄 변호사에게 자수 실익을 검토받고 결정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만약 사건화되더라도 B씨에게 유리한 사정들은 있다. 변호사들은 ▲유포·공유·영리 행위가 없었던 점 ▲뒤늦게라도 위법성을 깨닫고 행위를 중단하고 반성하는 태도 ▲재범하지 않은 점 등은 양형 단계에서 참작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가상 인물이 아닌 실제 인물을 대상으로 제작한 부분은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막연한 불안감에 행동하기보다 법률 전문가와 상담해 구체적인 대응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변호사들은 입을 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