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그놈이다'…CCTV 없어도 지하철 성추행범 잡는다
'또 그놈이다'…CCTV 없어도 지하철 성추행범 잡는다
매일 아침 같은 칸, 반복되는 공포…영상 없이 처벌 가능할까?

CCTV 사각지대에서 발생한 지하철 성추행 시, 피해자의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이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출근길 지하철에서 끔찍한 성추행을 당한 여성이 다음 날 같은 칸에서 가해자와 마주치는 악몽을 겪었다. 추행 장면이 명백히 찍히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법의 심판대에 세울 수 있을까?
피해자 진술의 힘, 변호사 선임의 골든타임, 국선과 사선의 차이까지 법률 전문가 18인의 조언을 토대로 '지하철 성범죄' 완전 대응 매뉴얼을 제시한다.
CCTV 사각지대, 처벌도 비껴갈까
출근길 인파로 발 디딜 틈 없는 지하철 안. A씨는 누군가 자신의 엉덩이를 강하게 움켜쥐는 감촉에 숨이 멎었다. 즉시 신고했지만, 공포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다음 날 같은 시간, 같은 칸에 바로 그 남자가 태연히 서 있었다. 일상이 공포로 변한 A씨의 가장 큰 불안은 '증거'다. CCTV에 추행 장면이 명백히 찍히지 않았을 경우, 가해자가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성범죄 사건에서는 피해자의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이 그 자체로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필승의 김준환 변호사는 "성범죄, 특히 강제추행죄는 CCTV 등 객관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피해자의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면 진술만으로도 처벌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 역시 "지하철 성추행 사건에서 추행 장면이 명백히 촬영되지 않았더라도, 피해자의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과 추가 정황증거(CCTV 이동동선, 출근 시간 동일 칸에서 재발견 등)가 있다면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라고 설명하며, 피해자 진술과 정황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변호사 선임, '언제' 그리고 '누구와'
가해자 처벌을 위한 '창'을 준비했다면, 스스로를 보호할 '방패'도 필요하다. 바로 법률대리인, 변호사다.
하지만 언제, 어떤 변호사를 선임해야 할지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법률사무소 이지스의 한선민 변호사는 "검거 전이더라도 수사 단계에서부터 형사사건 수행 경험이 많은 변호사를 선임해 진행하시는 것이 좋습니다"라며 초기 대응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반면, 변호사 서아람 법률사무소의 서아람 변호사는 "피의자를 검거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면 선임은 잠시 보류하시고, 검거가 되면 그때 선임하시는 걸 권해드립니다"라며 현실적인 조언을 건넸다.
선임 시점만큼 중요한 것은 '국선'과 '사선'의 차이를 명확히 아는 것이다. 법무법인 이엘 민경철 변호사는 "국선변호사와 사선변호사는 당연히 차이가 있습니다. 국선변호인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많은 피해자를 위하여 공평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고, 사선 변호사는 위임인과의 계약 내용에 따라 승소나 유리한 결과가 나오게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결국 개인의 상황과 경제적 여건, 사건의 복잡성을 고려해 최적의 조력자를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합의금부터 접근금지까지…피해자의 권리 찾기
형사 처벌과 별개로, 피해자는 민사소송을 통해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합의금 액수는 정해진 기준이 없으나 통상 가해자의 전과, 사회적 지위, 피해의 정도 등을 고려해 수백만 원에서 천만 원대까지 형성된다.
다만, 다수의 변호사들은 가해자가 변제 능력이 없을 경우 판결을 받더라도 실제 배상이 어려울 수 있다는 현실적 한계를 지적했다.
한편, A씨처럼 가해자와 동선이 겹쳐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면 법적 보호를 요청할 수 있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는 "출근길이 겹쳐 불편함이 지속된다면 추가로 접근금지명령 신청이 가능합니다"라고 조언했다.
경찰에 신변보호조치를 요청하거나, 법원에 피해자 보호명령을 신청하는 방법도 있다. 끔찍한 기억을 혼자 감당하기보다, 법이 허락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빼앗긴 일상을 되찾으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