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엔 비, 이웃은 '배 째라'…300만원 수리비 전쟁, 법적 해결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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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엔 비, 이웃은 '배 째라'…300만원 수리비 전쟁, 법적 해결책은?

2025. 10. 10 10:08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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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옥상 공용부분 누수, 수리비 분담 거부 시 소액재판·구상권 청구 가능…변호사들이 말하는 단계별 대응법

옥상 배관이 터져 9세대가 사는 빌라 1층에 사는 A씨의 거실 천장에서 비가 오듯 물이 쏟아지고 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옥상 배관 터져 1층 침수, '우리 집은 괜찮다'며 수리비 거부한 이웃들…법원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9세대 빌라 1층에 사는 A씨의 거실 천장에서 비가 오듯 물이 쏟아졌다. 낡은 옥상 배관이 터져 집 전체가 곰팡이와 부식으로 망가져 갔지만, 이웃들은 "우리 집은 멀쩡하다"며 300만 원의 수리비 분담을 거부했다.


결국 A씨는 이웃 간의 정을 뒤로하고 법의 문을 두드리기로 했다.



"우리 집은 안 새는데?"…수리비 앞에 갈라선 이웃들


A씨가 사는 빌라는 2개 동으로 이뤄진 소규모 공동주택이다. 문제는 옥상의 낡은 우수 배관이 어긋나면서 시작됐다. 이로 인해 2호 라인 전체가 누수 피해를 입었고, 특히 1층인 A씨 집은 거실 몰딩이 썩어 떨어져 나갈 만큼 상황이 심각했다. 당장 세입자를 들여야 하는 A씨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갔다.


하지만 이웃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누수 피해가 없는 1호 라인 주민들은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라며 선을 그었고, 같은 2호 라인 주민들조차 "피해가 크지 않으니 급할 것 없다"며 비용 분담에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300만 원의 공사비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돈이 되어버렸다.



법은 명확했다…"옥상은 전원 책임, 예외는 없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옥상 배관은 명백한 공용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집합건물법) 제17조는 건물에 별도의 규약이 없는 한, 모든 소유주가 지분 비율에 따라 공용부분의 관리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우리 집은 물이 새지 않는다'는 주장은 법적으로 설득력이 없는 셈이다.


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의 한장헌 변호사는 "옥상 배관은 공용부분에 해당하므로 모든 구분소유자가 수리비를 분담할 의무가 있다"고 잘라 말했다. 법무법인 율천의 박우진 변호사 역시 "옥상 배관 보수비용은 공유자들이 각 지분비율에 따라 부담해야 할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나 홀로 소송' 가능할까?…'소액재판'이라는 히든카드


결국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면 남은 길은 소송뿐이다. 변호사들은 A씨의 사례가 '소액사건심판'(소액재판) 제도를 활용하기에 최적이라고 조언했다.


소액재판은 청구 금액이 3,000만 원 이하인 사건을 변호사 없이도 빠르고 간편하게 처리하는 절차다. A씨가 각 세대에 청구할 금액은 약 33만 원(300만 원/9세대)으로, 소액재판 기준을 충족한다.


법무법인 창세의 박영재 변호사는 "누수 피해 사진, 공사 견적서 등 증거를 잘 준비해 소액재판을 직접 진행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소송 전 '내용증명'을 보내 법적 의무를 알리고 기한 내 비용 지급을 촉구하면, 이 단계에서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도 많다.


먼저 고치고 돈을 받아내는 '구상권' 전략도 유효


A씨처럼 피해가 심각해 수리를 미룰 수 없다면, 먼저 자기 돈으로 공사를 진행한 뒤 다른 소유주들에게 비용을 청구하는 '구상권' 전략도 유효하다. 집합건물법 제16조는 누수 수리와 같은 '보존행위'는 각 소유주가 단독으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는 "우선 본인 비용으로 수리한 후, 법적 절차를 통해 다른 소유자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는 일단 급한 불을 끈 뒤, 법의 힘을 빌려 내가 쓴 돈을 돌려받는 전략이다. 공동체의 무관심 속에 홀로 고통받던 A씨에게 법은 '먼저 행동하고, 나중에 청구하라'는 명확한 길을 제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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