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채팅 "도와달라"에 송금…1년 반 뒤 '아청법 피의자' 날벼락
랜덤채팅 "도와달라"에 송금…1년 반 뒤 '아청법 피의자' 날벼락
채팅 기록은 없고 이체 내역만 남아…변호사들 "대가성 부인"이 관건

랜덤채팅에서 '도와달라'는 말에 돈을 보낸 남성이 1년 반 만에 아청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됐다. / AI 생성 이미지
2023년 6월, 랜덤채팅에서 만난 사람의 '도와달라'는 말에 돈을 보냈을 뿐인데, 1년 반이 지나 '아청법 위반' 피의자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된 남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대화 내용은 삭제되어 없고, 선의를 증명할 길은 막막한 상황. 법조계는 계좌이체라는 객관적 증거가 명확해 혐의를 벗기 쉽지 않다면서, 성매수 의도가 없었음을 초기 수사 단계에서 적극 소명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도와주세요" 말에 보낸 돈, 18개월 뒤 '성범죄 수사' 부메랑으로
사건의 발단은 2023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남성은 랜덤채팅 앱에서 대화하던 상대방으로부터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고 돈을 입금했다. 그는 입금 후 별다른 대화 없이 해당 앱을 삭제하고 일상을 보냈다.
그러나 평온은 오래 가지 않았다. 2024년 12월, 그는 금융기관으로부터 '금융거래 정보 제공 통보서'를 받았고, 뒤이어 2025년 1월 경찰로부터 아청법(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으라는 연락을 받게 된 것이다.
남성은 "따로 아청법 위반하려고 입금한 것도 아닙니다"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의 계좌에는 문제의 거래 내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사라진 채팅 기록, 남겨진 이체 내역…'고의성' 입증이 관건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이 '계좌이체의 목적성'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대화 내용이 없는 상황에서 계좌이체라는 객관적 증거는 수사기관에 매우 유리한 자료가 된다.
김경태 변호사는 "계좌이체라는 객관적 증거가 있지만, 행위의 목적성과 고의성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상대방의 연령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단순 도움 요청에 응한 것이라면,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정황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설명했다.
김전수 변호사 역시 "미성년자에게 입금한 내역으로 조사를 받게 된다면, 자칫하면 중범죄를 의심받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라고 경고했다.
결국 남성이 '성적 대가'가 아닌 '순수한 도움'의 의미로 돈을 보냈다는 점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증명하느냐에 따라 사건의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변호사부터 선임하라"…전문가들이 제시한 '생존 전략'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변호사 선임을 통한 신중한 초기 대응'을 강조했다. 윤관열 변호사는 "우선 경찰 조사에서 입금 당시의 경위와 상황에 대해 사실대로 진술하며, 귀하의 계좌 이체가 단순히 도움을 요청받아 이루어진 것임을 설명해야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특히 아청법의 무거운 처벌 수위를 고려할 때 섣부른 대응은 금물이라는 지적이다. 김우중 변호사는 "죄가 없다고 하여도 아청법 자체가 처벌이 무거운 죄이므로, 조사 전에 변호사를 선임하셔서 변호인 동석 하에 조사를 진행하시기 바랍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부천원미경찰서 여성청소년범죄수사팀장 출신인 최성현 변호사는 "귀하의 사례는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계좌이체 내역만으로는 아청법 위반의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려울 수 있으나, 수사기관은 해당 계좌의 최종 사용처나 자금 흐름을 추적하여 수사를 진행할 것입니다"라며 수사기관의 관점을 설명해 섣부른 개인적 판단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