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문혁 교수의 '모르면 후회할 법 이야기'(31)] 남이 내 가족이 된다는 것은?
[호문혁 교수의 '모르면 후회할 법 이야기'(31)] 남이 내 가족이 된다는 것은?
혼인
민법에서는 법적으로 부부가 되는 것을 혼인(婚姻)이라고 하는데, 이는 관할관청에 신고를 하여야 효력이 생긴다. /셔터스톡
남녀가 만나 사귀면서 사랑을 키워가다가 결혼에 이르게 되면 친척, 친지들에게 청첩을 보내서 결혼식을 올리고 주위 사람들의 축복을 받는다. 결혼식을 마치면 두 사람은 가족 안에서나 사회적으로 부부로 인정받고 부부로 행세를 한다.
그러나 이처럼 두 사람이 사회적으로 부부가 되었다고 해서 법적으로도 당연히 부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민법에서는 법적으로 부부가 되는 것을 혼인(婚姻)이라고 하는데, 이는 관할관청에 신고를 하여야 효력이 생긴다. 아무리 오래 부부 행세를 하며 같이 살았어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부부로 인정받지 못한다.
혼인은 만 18세가 되어야 할 수 있다. 그 중에서 19세 미만인 미성년자는 부모의 동의를, 피성년후견인은 부모나 성년후견인의 동의를 받아야 혼인할 수 있다. 법적으로 동의가 필요 없더라도 혼인에 온 가족이 동의하고 축복하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요새도 혼인은 인륜의 대사라서 부모의 동의 없이는 혼인할 수 없다고 우기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다 큰 자녀를 정신적인 결함이 있는 피성년후견인 취급을 하는 셈이 되니 주의할 일이다. 혼인신고는 당사자 두 사람과 성년이 된 증인 두 사람이 연서한 서면으로 해야 한다.
혼인으로 배우자라는 새로운 가족이 생긴다. 그 밖에도 나의 직계혈족(부모, 조부모, 증조부모, 자녀, 손자녀 등), 형제자매는 동거 여부와 관계없이 나의 가족으로 인정된다. 그리고 내 직계혈족의 배우자(사위, 며느리, 손주사위, 손주며느리 등)와 내 배우자의 직계혈족(장인, 장모, 시부모 등), 내 배우자의 형제자매(처형, 처제, 처남, 매형, 매제 등)는 생계를 같이 할 경우에 내 가족에 포함된다.
민법은 8촌 이내의 직계혈족이나 방계혈족 등 일정한 범위의 가까운 친족 사이의 혼인은 허용하지 않는다(근친혼의 금지). 과거에는 동성동본인 혈족은 혼인하지 못한다고 하여 금지 범위가 지나치게 넓었는데, 이를 합리적인 범위로 제한하였다. 그리고 우리 민법은 일부일처제도를 채택하여 이미 배우자 있는 자가 또다시 혼인하는 것(중혼)을 금지하였다.
혼인하여 부부가 되면 동거할 의무, 서로 부양할 의무, 협조할 의무 등을 부담한다. 흔히 가장인 남편이 혼자서 온 가족을 부양할 의무를 진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착각이다. 따라서 부부의 공동생활에 필요한 비용은 부부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리고 부부는 일상적인 집안일에 대하여는 서로 대리권이 인정된다(일상가사대리권).
혼인하면 재산권은 어떻게 되는가? 부부가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은 여전히 각자의 재산으로 남고, 혼인 중에 자기의 이름으로 취득한 재산은 그 사람의 특유재산이 된다. 혼인 생활 중에 취득한 재산 중에는 누구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은 것이 많은데, 이러한 재산은 부부의 공유재산으로 보게 된다. 부부의 일방이 일상적인 집안일로 다른 사람과 계약 등의 법률행위를 하면 그로써 생긴 채무에 대하여 다른 일방이 연대책임을 지는 것이 원칙이다.
혼인신고 없이 결혼생활을 하는 것을 사실혼 관계라고 한다(혼인 의사가 있어야 하므로 단순 동거는 사실혼이 아니다). 부부간의 일상가사대리권과 부부재산관계, 재산분할청구권 등은 인정되지만, 혼인으로 인한 친족관계는 생기지 않고, 출생한 자녀는 혼인 외의 자녀가 되며, 배우자가 사망해도 상속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2500년 전에 석가모니는 부부의 사랑을 강조하여, 남편들에게 밖에서 위엄을 지켜 딴 여자를 사귀지 말라, 아내에게 때맞추어 장신구를 사주어라, 아내에게 집안 살림을 맡기라고 가르치고, 아내들에게는 딴 남자를 생각하기 말고 얼굴을 붉혀 다투지 말라, 남편의 의사를 존중하고 재산을 잘 관리하라, 남편이 휴식을 취할 때 편안하게 하라고 가르쳤다. 슬기로운 부부생활을 위한 금과옥조가 아닐까 싶다.
근래에 혼인 적령기의 미혼 남녀가 혼인을 기피하고, 페미니즘 논쟁으로 남녀가 서로 적대시하는 살벌한 대립 구도가 생겼다. 사랑과 헌신이 사라지고 이해타산과 권리, 의무가 그 자리를 차지했는데 그렇게 살면 더 행복해지는 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