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소송 중 면접교섭, 아이가 "할머니와 같이"를 원한다면?
이혼소송 중 면접교섭, 아이가 "할머니와 같이"를 원한다면?
2년간 집 나간 엄마와의 만남 앞둔 아이... 법원의 '사전처분' 명령에 아빠는 즉시항고, 변호사들의 조언은?

이혼 소송 중인 아빠는 법원의 명령으로 아이와 엄마의 만남을 주선해야 했는데, 아이가 할머니 동행을 원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엄마 만나려면 할머니도 같이"... 법원 명령과 아이의 눈물 사이, 아빠의 선택은?
아내가 집을 나간 지 2년. 홀로 아이를 키워온 A씨는 최근 법원으로부터 '아내와 아이의 만남을 주선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이혼 소송 과정에서 내려진 면접교섭 사전처분이었다.
하지만 아이는 2년간 자신을 돌봐준 할머니와 함께가 아니면 엄마를 만나지 않겠다고 한다. 법의 명령과 아이의 간절한 바람 사이에서 A씨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엄마는 낯설어요"... 2년 만의 만남, 아이의 조건
A씨는 자신의 유책(잘못)을 이유로 이혼 소송을 당한 상태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아이는 A씨가 양육하고 있다. 2년간 엄마의 빈자리는 할머니가 채웠다. 아이에게 할머니는 엄마와 다름없는 존재가 됐다.
문제는 법원의 사전처분 명령이 떨어지면서 시작됐다. 법원은 본안 판결이 나기 전, 아이와 엄마가 주기적으로 만날 수 있도록 면접교섭을 명령했다.
하지만 아이는 낯선 엄마와의 만남에 불안감을 느끼며,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가 동행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A씨는 법원의 명령을 거부할 수도, 아이의 뜻을 무시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그는 법원의 결정에 즉시항고했지만, 당장 다음 주로 예정된 만남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다.
사전처분, '일단 이행' vs '항고 중단'... 변호사들의 엇갈린 조언
법원의 사전처분 명령, 반드시 따라야 할까? 변호사들의 의견은 미묘하게 엇갈린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원칙적 이행'에 무게를 뒀다. 사전처분을 무시할 경우, 본안 소송인 양육권 다툼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경고다.
황미옥 변호사는 "법관에 따라 다르기는 하나, '사전처분'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경우 이를 본안 사건의 판결 내용에까지 반영하는 사건들이 있으니 유의하여 사전처분을 이행하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경태 변호사 역시 "항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원칙적으로 면접교섭 명령을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즉시항고를 한 만큼 강제성은 없다는 시각도 있다. 임은지 변호사는 "현재 즉시항고를 한 상황이면 사전처분 자체가 효력이 발생한 것은 A씨가 아이를 위해 임의로 협조해 주는 부분이라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법적 의무보다는 아이를 위한 '협조' 차원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아이의 소원 이뤄줄 묘수, '면접교섭 방법 변경 신청'
그렇다면 아이의 바람대로 '할머니 동행'을 관철할 방법은 없을까? 변호사들은 '면접교섭 방법 변경 신청'을 핵심 해법으로 제시했다. 법원에 아이의 특수한 상황을 알리고, 만남의 방식을 바꿔달라고 공식적으로 요청하는 절차다.
조수진 변호사는 "즉시항고와 별개로, 면접교섭 조건 변경신청을 통해 할머니 동행 등 구체적 조건을 명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아이의 정서적 안정'을 입증하는 것이다.
김의지 변호사는 "아이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할머니 동행이 필요하다는 점을 소명하여 법원에 면접교섭 방법 변경 신청을 할 수 있다"며 아동심리전문가의 의견서 등을 활용할 것을 추천했다.
"아빠가 주양육자, 할머니는 보조"... 양육권 전쟁의 핵심 전략
이번 면접교섭 갈등은 더 큰 '양육권 전쟁'의 서막에 불과하다. 변호사들은 눈앞의 문제 해결을 넘어, 최종 승리를 위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할머니'의 역할을 어떻게 규정하느냐가 소송의 향방을 가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35년 경력의 고순례 변호사는 날카로운 지적을 던졌다. "최종양육자지정에서 직접 양육자가 아빠가 아니라 할머니라는 주장은 유리한 것이 아니다. 주양육자는 아빠여야 하고, 할머니는 보조 양육자로 주장해야 한다"
아이를 돌봐준 할머니의 헌신을 강조하다가 자칫 아빠의 양육자로서의 지위를 스스로 약화시키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경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