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물 새는데 3년간 방치하고 말 안 한 세입자, 그래도 집주인이 수리비 전액 부담?
집에서 물 새는데 3년간 방치하고 말 안 한 세입자, 그래도 집주인이 수리비 전액 부담?
누수를 3년 동안 방치해 피해 키운 세입자, 뒤늦게 "수리해달라"
누수 피해는 원칙상 집주인이 수리해줘야 하는 게 맞지만⋯
세입자가 이 의무 다하지 않았다면, 그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건 아니다

누수가 처음 시작됐을 때 고쳤더라면 간단히 끝날 일이었는데, 세입자가 방치한 탓에 공사가 커진 상황. 그래도 집주인이 수리비 전액을 책임져야 할까. /셔터스톡
어느 날 세입자로부터 연락 한 통을 받은 A씨. 집에서 물이 샌다고 했다.
A씨가 세를 준 집은 연식이 오래된 집. 그래서 수도관에 문제가 생겼나보다 했다. 정확히 상황을 파악하고 수리해주기 위해 집을 방문했는데, A씨는 그야말로 경악했다. 한두 군데서 문제가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 더구나 하루 이틀 새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것 같지 않았다.
세입자에게 물어보니 3년 전부터 문제가 발생했다고 했다. 처음엔 보일러실에서 시작됐지만, 점점 퍼졌다고 했다.
집에 문제가 생겼으니 집주인인 A씨가 고쳐줘야 하는 부분인 건 인정하지만, 이 경우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누수가 처음 시작됐을 때 고쳤더라면 간단히 끝날 일이었는데, 세입자가 방치한 탓에 공사가 커진 것이었기 때문이다.
원칙대로라면 집에서 발생한 하자에 대해서는 집주인이 수리를 해줘야 한다. 이는 민법에 규정돼 있다. 민법 제623조에는 "임대인(집주인)은 목적물을 임차인(세입자)에게 양도하고, 계약이 종료되기 전까지 그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할 의무가 있다"고 하고 있다.
지난 2012년 대법원도 "임대하기로 한 집에 생긴 파손 또는 장해가 사소한 것이 아니라 계약 목적에 따라 임차인이 사용할 수 없는 상태라면 임대인은 수선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2010다89876,89883)
하지만 세입자가 누수 사실을 알고도 A씨에게 알리지 않아 피해가 커진 이번 경우에는 세입자 역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변호사들은 봤다.
법무법인 해냄의 조대진 변호사는 "임차인(세입자)이 3년간 누수 상태를 통지하지 않아 그 수리 범위가 커졌다면, 이에 대해 임차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했다.
이는 법으로 정해둔 집주인(임대인)의 의무가 있듯, 세입자(임차인)의 의무도 있기 때문이다. 민법 제634조는 "임차물의 수리를 요할 때에는 임차인은 지체없이 임대인에게 이를 통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그런데도 이러한 하자 통지의무를 지체한 세입자. 이에 법무법인 단의 김이진 변호사는 "집주인인 A씨의 책임이 감경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세입자가 통지를 지체했기 때문에 수리 비용이 추가됐다'는 점을 입증할 책임은 A씨에게 있다.
법무법인 한원의 고광욱 변호사는 "(3년 동안 누수를 방치하였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임차인에게도 책임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누수는 잘못된 설계, 또는 노후화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며 "세입자의 통지 지연으로 손해가 확대됐다는 점을 입증하는 게 어려우므로 적정선에서 합의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