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지턱인 줄 알았는데 접촉사고였다…피해자 "600만원 안 주면 고소"
방지턱인 줄 알았는데 접촉사고였다…피해자 "600만원 안 주면 고소"
사고 인지 여부와 도주 고의가 최대 쟁점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주차장에서 경미한 접촉 사고를 내고 현장을 벗어났다가 '뺑소니범'으로 몰려 검찰 조사까지 받게 된 한 운전자의 사연이 알려졌다. 피해자 측은 전치 2주 진단서와 함께 600만 원의 합의금을 요구했고, 사건은 결국 검찰로 넘어갔다.
사건은 지난 8월 15일 오후 한 공영주차장에서 발생했다. 운전자 A씨는 주차 공간을 찾던 중 주차된 차량과 가벼운 접촉 사고를 냈다. A씨는 '덜컹'하는 느낌을 받았지만, 주차장 방지턱을 넘은 것으로 생각하고 아래층으로 이동해 주차를 마쳤다. 그 사이 피해자들은 A씨의 차량을 뒤쫓다 포기하고 경찰에 뺑소니로 신고했다.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사고 현장으로 돌아온 A씨는 피해 차량이 이미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당일 저녁, A씨는 경찰의 연락을 받고 사고 사실을 처음 인지했다.
경찰서에 출석한 A씨는 블랙박스와 주차장 CCTV를 확인한 후, 담당 조사관으로부터 "고의성이 없고 사고를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여 보험 처리만 하면 종결될 사안"이라는 말을 들었다. A씨는 즉시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보험 접수를 마쳤다.
하지만 나흘 뒤인 8월 19일, 상황은 급변했다. 피해자는 A씨에게 "사고 당시에는 괜찮았지만 현재 전치 2주 진단을 받았다"며 "인명피해가 발생한 뺑소니(인피도주)에 해당하니, 특정일까지 합의금 600만 원을 입금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A씨는 경찰 추가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9월 28일 검찰에 송치됐다. 담당 검사는 A씨에게 직접 두 차례 전화를 걸어 음주 여부 등 사건 경위를 묻기도 했다.
뺑소니 핵심 쟁점은 '사고 인식'과 '도주 고의'
이번 사건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죄에 해당하는지는 운전자의 '고의성'을 핵심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도주치상죄가 성립하려면 운전자가 사고 사실을 명확히 인식하고, 피해자 구호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하려는 도주의 고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A씨의 경우 혐의 성립 가능성이 낮다고 보았다. 배경민 변호사(법률사무소 제일로)는 "사고를 방지턱으로 오인한 점, 같은 주차장 내에서 이동한 점, 상황 파악을 위해 현장으로 돌아온 점, 경찰 연락에 즉시 협조한 점 등은 도주의 고의가 없었음을 뒷받침하는 유리한 정황"이라고 분석했다.
최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새율) 역시 "사고 발생 인식과 피해자 상해 발생 인식이 모두 필요한데, A씨의 경우 고의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반면, 사건이 검찰까지 넘어간 만큼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송영인 변호사(법무법인 나침반)는 "덜컹거림을 인지하고도 즉시 정차하지 않은 이유를 적극적으로 소명해야 한다"며 "수사기관이 혐의 유무를 엄격히 판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찰 송치, 마지막 기회…"변호인 의견서가 시급"
변호사들은 검찰 단계가 혐의를 벗을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검사는 경찰 의견에 구속되지 않고 사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기소, 불기소 등을 최종 결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가장 시급한 대응은 법리적으로 억울한 사정을 명확히 주장하는 '변호인 의견서'를 검사에게 제출하는 것이다.
의견서에는 ▲사고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객관적 증거(블랙박스, CCTV) ▲도주의 고의가 없었음을 보여주는 정황(사고 직후 현장 복귀 시도, 경찰 수사 협조) ▲피해자 측의 과도한 합의금 요구 정황 등을 체계적으로 담아야 한다.
변호사들은 이 과정을 통해 검사로부터 '혐의없음' 처분을 받거나, 최소한 도주 혐의는 제외하고 단순 교통사고로 가벼운 처분을 받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무리 경미한 사고라도 반드시 현장에서 즉시 정차해 상대방의 피해 여부를 확인하고 연락처를 교환하는 등 도로교통법상 구호 조치를 이행하는 것이 예상치 못한 법적 분쟁을 피하는 최선의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