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위반 한 번에 '전과자' 될 위기…새내기 교사의 눈물
신호위반 한 번에 '전과자' 될 위기…새내기 교사의 눈물
벌금형도 '빨간줄', 구명줄은 '기소유예'…변호사들 "피해자 합의가 전부"

신호위반 교통사고를 낸 신입 교사 A씨가 12대 중과실 위반으로 벌금형 위기에 놓였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3월의 어느 월요일, 새내기 교사 A씨의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렸다.
A씨가 교단에 선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날, 교차로에서 신호를 미처 보지 못하고 좌회전하다 직진 차량과 부딪혔다. 음주도 아니었고 보험 접수도 즉각 이뤄져 단순 사고로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며칠 뒤 경찰서에서 날아온 출석 요구서 한 장이 모든 것을 바꿨다. 피해자가 '대인 접수가 안 됐다'고 오해해 그를 형사 고소한 것이다. A씨는 한순간의 실수가 '전과'라는 주홍글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벌금도 전과"…벼랑 끝에 선 교사의 운명
경찰은 A씨에게 "신호위반이라 아마 벌금형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벌금형은 단순 과태료와 달리, 법적으로 엄연한 '전과'에 해당한다. 신호위반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12대 중과실'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는 피해자와 보험 합의를 하더라도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는 중대 위반 행위다.
법무법인 세웅의 현승진 변호사는 "12대 중과실로 상해 사고가 발생하면 종합보험에 가입했더라도 형사처벌을 받고 전과가 남게 된다"고 경고했다. A씨에게 '벌금형'은 단순한 금전적 손실이 아니었다. 이는 '전과 기록', 소위 '빨간줄'이 남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막 공직 생활을 시작한 그에게 전과 기록은 장래에 치명적인 족쇄가 될 수 있었다. 법무법인 태신의 성현상 변호사 역시 "벌금형도 전과에 해당된다"고 못 박으며 사안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구명줄은 '피해자 합의'…변호사들의 한목소리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길은 있었다. 바로 검찰이 기소를 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기소유예' 처분이다. 기소유예는 범죄 혐의는 인정되지만 여러 사정을 참작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선처'로,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다. 법률 전문가들은 A씨가 기소유예를 받기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기소유예를 이끌어낼 가장 강력한 카드는 '피해자와의 합의'다. 보험 처리는 민사상 손해배상일 뿐, 형사처벌을 면하게 해줄 '면죄부'가 아니다. 법무법인 에스제이 파트너스의 이동현 변호사는 "피해자와 합의 등을 통해 기소유예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피해자로부터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받아내는 것이 검사의 마음을 움직일 핵심 열쇠라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A씨가 초범이라는 점, 사고에 고의가 없었다는 점,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는 점 등을 담은 변호인 의견서와 반성문을 제출하는 등 적극적인 변론 활동이 필요하다. 전 부천원미경찰서 교통사고조사팀장 출신인 법률사무소 새율의 최성현 변호사는 "피해자의 상해가 전치 2주로 비교적 경미하다는 점은 검찰의 처분 결정에 매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정황"이라며 "초범인 점, 사고 후 처리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소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략을 제시했다.
교사직 박탈은 면하지만…'품위유지 의무'는 숙제
A씨의 가장 큰 걱정은 교사직 유지 여부였다. 다행히 이번 사고로 임용이 취소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법무법인 태율의 배인순 변호사는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받지 않는 이상 공무원 임용 결격사유가 아니다"라고 명확히 했다. 벌금형은 집행유예보다 낮은 형벌이기에 임용 자체가 취소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법무법인 집현전 김묘연 변호사는 "벌금형 등의 처벌을 받는다고 하여 임용이 취소되는 일은 없지만, 향후 진급 등에 있어 불리한 점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무원에게는 직무와 상관없는 사적인 영역에서도 지켜야 할 '품위유지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한순간의 실수가 평생의 꿈에 오점으로 남지 않도록, A씨에게는 피해자의 마음을 얻고 검찰을 설득해야 하는 힘겨운 시간이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