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관계 기억 못 할 수도"…경찰서에서 무심코 한 이 말, 준강간 혐의 될까?
"성관계 기억 못 할 수도"…경찰서에서 무심코 한 이 말, 준강간 혐의 될까?
검찰, '피해자 상태 인지' 정황으로 보고 보완수사 지시…진술 엇갈리는 상황

경찰 조사를 받던 A씨가 "피해자가 성관계를 기억 못 할 수도 있다"고 진술하자, 검찰은 이를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자백으로 보고 준강간 혐의 보완수사를 지시했다. / AI 생성 이미지
경찰 조사를 받던 A씨는 수사가 끝나고 사건이 검찰로 넘어갔다는 소식에 안도했다. 하지만 검찰은 사건을 다시 경찰로 내려보내며 보완수사를 지시했다. 이유는 A씨가 조사 중 무심코 했던 한마디 때문이었다.
A씨는 “피해자가 성관계를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진술했는데, 검찰이 이 말을 근거로 ‘준강간’ 혐의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A씨는 오래전 일이라 상대방의 기억이 희미할 수 있다는 추측이었을 뿐이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상대방은 성관계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A씨의 말 한마디는 법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며, 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기억 못 할 수도" 한마디에…검찰은 왜 '준강간'을 꺼내 들었나
A씨의 사건은 경찰 수사가 끝나고 검찰로 송치됐다. 그러나 검찰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성관계가 있었는지, 당시 피해자의 상태는 어땠는지를 추가로 확인하라는 지시였다.
이러한 보완수사 지시의 발단이 된 것은 A씨 자신의 진술이었다. 그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성관계를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경찰은 검사가 이 진술을 토대로 준강간 혐의를 검토하고 있다고 A씨에게 설명했다.
A씨는 피해자와 인천의 한 모텔에서 성관계를 한 것으로 기억하지만, 피해자는 성관계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이처럼 진술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A씨의 말은 의도와 달리 그에게 불리한 족쇄가 됐다.
"만취 이용 자백한 셈"…변호사들이 '위험 신호'로 본 이유
변호사들은 A씨의 진술이 법적으로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준강간죄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할 때 성립하는 범죄다. A씨의 말이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알고도 이를 이용했다'는 자백처럼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제로변호사 홍윤석 변호사는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의뢰인이 인지했거나 암시한 것으로 해석될 위험이 있다"며 "향후 고의성 입증의 간접 증거로 활용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법률사무소 도결 이환진 변호사 역시 "해당 표현이 곧바로 준강간을 인정하는 자백은 아니다"라면서도 "수사기관은 이를 피해자가 당시 상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거나, 본인도 그 가능성을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유한) 에스제이파트너스 윤승진 변호사도 "이 발언이 곧바로 준강간 범죄를 자백한 것은 아니나, 수사기관이나 검찰 입장에서는 ‘피해자가 당시 술에 취해 정신이 없었거나 항거불능 상태였음을 피의자 스스로 인지하고 있었다’는 취지로 불리하게 해석할 여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추측'과 '기억' 분리해야…보완수사 대처법은
변호사들은 다가오는 보완수사에서 진술의 취지를 명확히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공통적으로 조언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기억'과 '추측'을 철저히 분리해서 진술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법인(유한) 안팍 이정민 변호사는 "다가오는 보완수사에서는 해당 진술이 술에 취해 의식을 잃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단순한 세월의 경과에 따른 기억의 희미함을 추측했던 것임을 명확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시 피해자가 정상적으로 의사소통하고 행동했던 정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해, 준강간의 성립 요건인 심신상실 상태가 아니었음을 적극 피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억나지 않는 부분을 섣불리 추측해서 말하는 것도 금물이다. 제이디종합법률사무소 전종득 변호사는 "추측을 사실처럼 말하지 말고, ‘기억나는 사실/기억나지 않는 사실’을 분리해 일관되게 진술하시는 것이 안전하다"고 짚었다.
변호사들은 현재 단계가 기소 여부를 가르는 중요한 분기점인 만큼, 혼자 대응하기보다 변호인의 조력을 받는 것이 시급하다고 봤다. 법률사무소 평정 이시완 변호사는 "지금 단계에서 진술 방향을 정확히 정리하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으신다면 준강간 혐의로 기소되는 상황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