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몰카범 잡으려다 성추행범으로…'억울한 누명' 벗는 법
목욕탕 몰카범 잡으려다 성추행범으로…'억울한 누명' 벗는 법
알몸으로 붐비는 탕 안, 휴대폰 든 남성 제지하자 '적반하장' 신고…법률 전문가들이 말하는 결백 입증의 모든 것

한 시민이 목욕탕에서 불법 촬영 의심자를 제지하려다 성추행범으로 몰렸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증거 없는 싸움, '진술의 설득력'에 달렸다
새벽 목욕탕, 불법 촬영범을 잡으려던 정의로운 시민 A씨가 한순간에 성추행 피의자로 전락했다. 모두가 알몸인 탕 안, 불 꺼진 사우나에서 휴대폰을 들고 있던 남성을 제지하려다 '왜 만지냐'는 적반하장식 신고를 당한 것이다. 선의가 범죄 혐의로 돌아온 이 황당한 상황에서, A씨는 어떻게 결백을 증명할 수 있을까.
사건은 15명 넘는 손님으로 북적이던 이른 새벽의 한 남탕에서 시작됐다. 온탕에 있던 A씨의 눈에 상식 밖의 장면이 포착됐다. 운영도 하지 않아 냉골이던 건식 사우나 안에 한 남성이 버젓이 휴대폰을 들고 있었던 것이다.
불법 촬영을 직감한 A씨는 남성에게 다가가 이를 제지했지만, 돌아온 것은 "왜 사람 몸을 만지냐"는 고함과 경찰 신고였다. A씨는 신체 접촉이 전혀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경찰은 그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 A씨는 "선의로 한 행동인데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가니 소름이 끼치고 너무 억울하다"며 황망한 심정을 토로했다.
증거 없는 싸움, '진술의 설득력'에 달렸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처럼 뚜렷한 물증이 없는 성범죄 혐의는 결국 '진술의 신빙성' 싸움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객관적 증거가 없는 만큼, 수사기관과 법원은 고소인과 피고소인 중 누구의 진술이 더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논리적인지를 따져 유무죄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공명의 김준성 변호사는 "결국 누구의 이야기가 더 설득력 있는지에 따라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며 초기 진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피의자로 몰린 A씨는 어떻게 자신의 진술에 설득력을 더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뜬구름 잡는 호소가 아닌, 진술을 뒷받침할 '객관적 정황'을 쌓아 올리는 것이 핵심이라고 조언한다.
법률사무소 조이의 윤관열 변호사는 "당시 탕 안에 있던 목격자들의 진술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목격자들의 증언은 A씨의 주장에 객관성을 더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여기에 입구 CCTV 영상, 사우나가 실제 운영되지 않았다는 관리실 확인서 등 A씨 주장의 논리적 배경을 보강할 자료를 경찰에 제출하는 것이 핵심이다.
결백 증명 로드맵, '방어'를 넘어 '반격'으로
억울한 누명을 벗기 위한 A씨의 여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경찰 조사 단계에서부터 자신의 행동이 범죄 의도가 아닌 '상식적 대응'이었음을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이다.
법무법인 LKB평산 정다미 변호사는 "모두가 옷을 벗고 이용하는 공중목욕탕에 핸드폰을 들고 온 사실 자체의 이례성을 바탕으로, 당시 상식적인 지적을 했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주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A씨의 행동에 성추행의 '고의성'이 없었음을 부각하는 첫 단추다.
단순히 방어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A씨는 수사의 초점을 자신에게서 상대방으로 돌리는 적극적인 '역공'을 펼쳐야 한다. 법무법인대한중앙 조기현 변호사는 "상대방을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 미수로 고소해 사건의 본질이 성추행이 아닌 '불법 촬영 의심'이었음을 부각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는 A씨가 왜 상대방에게 다가갔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제시하며, 사건의 프레임을 '성추행 가해자'에서 '불법 촬영 의심자를 막아선 시민'으로 전환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다만, 상대의 악의적 목적을 입증하기 어려운 '무고죄' 고소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섣부른 단독 대응을 피하는 것이다. 법무법인 베테랑 김재헌 변호사는 "진술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불리한 해석을 낳을 수 있는 말을 할 수 있다"며 "초기 단계부터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법리적으로 방어 전략을 세우는 것이 안전하다"고 최종 조언했다. 억울한 상황일수록 감정적 대응보다 냉철한 법적 준비가 결백을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길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