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자녀 둔 성전환자…11년 만에 '남성 → 여성' 변경 허용
미성년 자녀 둔 성전환자…11년 만에 '남성 → 여성' 변경 허용
미성년 자녀 둔 A씨, 이혼 후 성전환 수술⋯성별 정정 신청
대법, 부모 성별 변경 불허한 11년 전 판례 뒤집어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혼한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을 불허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1년 전 미성년 자녀가 받을 부정적 영향을 고려한 판례를 뒤집은 것이다. /연합뉴스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혼한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을 불허해선 안 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지난 24일 배우자와 이혼한 A씨가 "가족관계등록부 성별란에 '남'으로 기록된 것을 '여'로 정정하도록 허가해달라"며 제기한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신청을 기각한 원심(2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남성으로 태어난 A씨는 지난 2012년 결혼해 두 자녀를 낳고 지냈다. 하지만 계속된 성정체성 문제로 결혼 6년 만에 이혼을 한 뒤, 성전환 수술을 받고 여성으로 생활해왔다. 이혼 후 전 아내가 양육하던 미성년 자녀들은 '아빠' A씨의 성전환 수술 사실을 모른 채 '고모'로 알고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씨는 '남성'으로 돼 있는 가족관계등록부 성별을 '여성'으로 바꿔 달라고 정정 신청을 했다. 하지만 1·2심 법원은 A씨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성년 자녀나 배우자가 있는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은 허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지난 2011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때문이었다.
당시 결정은 B씨가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을 정정해달라며 낸 성별정정신청을 판단한 것이었다. 지난 1973년 남성으로 태어난 B씨의 경우, 학창 시절부터 성정체성 혼란을 겪었다. 부모의 권유로 결혼해 아들을 낳았지만 결국 성정체성 문제로 이혼하고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이후 B씨는 등록부 정정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은 "B씨의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그의 자녀는 서류상 동성혼 관계에서 태어난 게 된다"며 "여전히 동성혼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있는 상황에서 미성년자인 자녀를 이에 노출시키는 것은 친권자의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B씨의 성별정정신청을 기각했다.
이번 A씨 사안에서도 1·2심 재판부는 동일한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미성년 자녀의 입장에서는 부(父)가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뀌는 상황을 일방적으로 감내해야 하므로 정신적 혼란과 충격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며 "감수성이 예민한 미성년 자녀를 동성혼 문제에 노출시키는 것은 친권자로서 기본 책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자녀의 복리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할 때 성별 정정 신청은 허가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A씨 사안을 다르게 봤다. 대법원은 "성전환자의 기본권 보호와 미성년 자녀의 보호 및 복리와의 조화를 이룰 수 있어야 하는데, 단지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성별 정정을 불허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지난 2011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11년 만에 뒤집힌 것이다.
이어 "성별 정정은 성전환자의 실제 상황을 수용해 공부(公簿·관공서가 작성하는 장부)에 반영하는 것일 뿐 자녀와의 신분 관계에 중대한 변동을 새롭게 초래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부모의 성별 정정을 허가하는 것이 미성년 자녀를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노출되도록 방치하는 것이라 단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한 성별정정으로 자녀와의 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생기는 것도 아니라고 봤다. 대법원은 "성전환자와 그의 미성년 자녀가 성별 정정 전후를 가리지 않고 개인적·사회적·법률적으로 친자관계에 있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며 "성별 정정 자체가 가족제도 내의 성전환자의 부 또는 모로서의 지위와 역할이나 미성년 자녀가 갖는 권리의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내용을 훼손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다만 이동원 대법관은 "성별 정정을 불허하는 것이 우리 법체계 및 미성년자인 자녀의 복리에도 적합하고 사회 일반의 통념에도 들어맞는 합리적 결정"이라는 의견을 냈다.
한편, 이번 판결은 혼인상태에 있지 않은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에 대한 것으로 현재 혼인 상태인 경우는 적용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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