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금 받고 미용실 ‘시설 일체’만 양도…‘영업 양도’ 없었는데도 근처에 미용실 못 내 나
권리금 받고 미용실 ‘시설 일체’만 양도…‘영업 양도’ 없었는데도 근처에 미용실 못 내 나
상법상의 경업금지 규정 적용하려면 ‘영업 양도’ 행위가 있어야
500만 원을 시설 권리금으로 받은 것이라면, 영업 양도로 보기 어려워

A씨가 권리금 500만 원을 받고 미용실 '시설 일체'만 넘겨준 뒤 근처에 다른 미용실을 열었는데, 양수인이 경업금지의무 위반이라며 소송을 예고했다./ 셔터스톡
A씨가 500만 원 받고 미용실 권리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었다. 양수인이 “고객명단 등은 필요하지 않다”고 해 시설 일체만 양도한 것이다. 계약서에 영업 권리에 관한 내용은 전혀 없었다.
양수인은 간판을 바꾼 뒤 영업을 시작했다. 이후에 A씨도 1km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다른 미용실을 권리금 1,500만 원 주고 고객명단까지 양도받아, 간판도 안 바꾸고 개업했다.
그런데 갑자기 양수인이 경업금지의무 위반으로 소송을 하겠다며 내용증명 보내왔다. A씨는 영업 양도는 없이 시설만 양도했는데도 다른 미용실을 내면 안 되는지, 변호사에게 자문했다.
변호사들은 상대방의 주장대로 A씨가 경업금지의무를 지려면 영업 양도 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IBS법률사무소 오현석 변호사는 “상법상의 경업금지 규정이 적용되려면 ‘영업 양도’ 행위가 있어야 한다”며 “‘영업 양도’는 특정 영업을 목적으로 한 인적·물적 조직의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그대로 모두 이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 사안은 A씨가 권리금 500만 원을 받고 미용실을 넘겨준 것이 ‘영업의 양도’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라고 변호사들은 말한다.
법률사무소 다감 정재환 변호사는 “이 소송의 핵심은 A씨가 권리금으로 500만 원 받는 것이 ‘영업 양도’인지 여부”라며 “양도양수도계약서, 권리금 액수, 간판 승계 등의 내용에 따라 그 결과를 달리할 것”이라고 짚었다.
상법 제41조에는 영업양도인의 경업금지의무 부담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데, 영업양도인이 동종영업을 하지 않을 것을 약정한 경우엔 20년을 초과하지 아니한 범위 내에서 경업금지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또 영업 양도 시 별도의 동종영업 금지 약정이 없는 경우에도 10년간 동종의 영업을 하지 못하는 경업금지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변호사들은 A씨가 말한 내용들로 미루어 볼 때, 이 사안은 영업 양도로 판단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오현석 변호사는 “A씨의 경우 고객명단도 양도하지 않았으며, 미용실 상호도 교체했고, 권리 금액이 시설물 매매 정도로만 보인다는 점 등으로 고려하면 영업 양도를 전제로 한 상대방의 경업금지 규정 위반 주장은 타당하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대환 김익환 변호사도 “A씨가 양수인에게 시설 일체만 양도하는 조건으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시설 권리금으로 500만 원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양수인의 내용증명 주장은 타당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양수인이 권리금을 지급했지만 영업노하우와 고객명단 등 영업 양도의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는 부분을 넘겨받은 사실이 없고, 권리금은 집기와 비품, 인테리어 등의 가치만 산정된 것일 뿐 경업금지에 대한 대가나 영업을 양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면, 경업금지 가처분 등이 기각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