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 계약서에 적힌 'wilful'…이 단어 하나 때문에 벌어진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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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 계약서에 적힌 'wilful'…이 단어 하나 때문에 벌어진 일

2022. 10. 07 14:42 작성
안세연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y.ah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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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으로 고의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확정적 고의와 미필적 고의

쟁점은 'wilful'을 좁게 해석할지, 넓게 해석할지

1·2심과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영문 계약서에 적힌 'wilful(고의적)'이란 표현. 1·2심과 달리 해당 표현은 미필적 고의까지 포함해 폭넓게 해석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그래픽=조소혜 디자이너

'wilful : (형용사) 고의적인, 의도적인.'


'일부러'를 뜻하는 법적 용어 '고의'. 고의엔 확정적 고의뿐만 아니라 그보다 넓은 개념인 미필적 고의도 있다. 살인을 예로 들면 "죽이겠다"가 확정적 고의, "이렇게 하면 죽을 수도 있겠다"가 미필적 고의다.


그렇다면, 영문 계약서에 적힌 'wilful(고의적인)'이란 표현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좁게 해석하는 게 맞을까, 미필적 고의까지 포함해 넓게 해석하는 게 맞을까. 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좁게 해석하는 게 맞을까, 넓게 해석하는 게 맞을까

갈등은 자산운용사 A사와 보험사 B사 사이에서 불거졌다. A사는 지난 2007년, 해외 부동산 개발사업에 약 120억원을 투자했다가 손실을 봤다. 이후 배상책임 보험 계약을 맺은 B사에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거절당했다. 두 회사가 맺은 영문 보험 계약에 적힌 'wilful'이라는 단어의 해석 차이 때문이었다.


해당 계약서엔 '고의적(wilful) 법령 위반으로 배상이 청구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면책 조항이 있었다. 이에 대한 보험사 B사의 입장은 다음과 같았다.


"계약서에 적힌 'wilful'은 미필적 고의까지 포함해 넓게 해석해야 한다. A사가 미필적으로나마 고의로 법을 어긴 이상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


반면, A사의 입장은 다음과 같았다.


"계약서에 적힌 'wilful'은 계획적으로 법을 어기려고 한 것 등으로 좁게 해석해야 한다. 우리에게 이와 같은 계획적 고의까지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


1⋅2심은 "좁게 해석해야"…대법원은?

결국 재판에서의 쟁점은 이 'wilful'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였다. 1심과 2심은 '계획적 고의'로 한정해 좁게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보험사 B사가 자산운용사 A사에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미필적 고의를 제외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보험사 B사가 자산운용사 A사에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전 대법관)는 원심(2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wilful의 의미를 일반적 고의가 아닌 계획적인 고의로 한정해야 할 합리적인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며 "면책 사유에 있는 wilful의 의미가 오로지 계획적 고의에 한정된다고 전제해 판결한 원심(2심)판결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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