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하려고 더 밟았는데"…시속 60km 질주, 12대 중과실 덫에 걸리다
"피하려고 더 밟았는데"…시속 60km 질주, 12대 중과실 덫에 걸리다
신호 없는 골목길 사고, 과속 인정하면 끝? 전문가들 "사고와의 인과관계가 형사처벌 가른다"

시속 30km 제한 골목길에서 60km로 과속하다 사고를 낸 운전자가 12대 중과실로 형사처벌 위기에 처했다. / AI 생성 이미지
시속 30km 제한 골목길을 60km로 달리다 '쾅'. 불법주차 차량 때문에 뒤늦게 상대를 발견하고 "피하려고 엑셀을 더 밟았다"는 운전자의 절규다.
상대방도 정차 없이 진입했지만, '제한속도 20km 초과'라는 12대 중과실에 해당돼 형사처벌 위기에 놓였다.
전문가들은 "과속이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아니라면 반전의 여지가 있다"고 조언한다.
"피하려다 더 밟았다"…시속 30km 골목길의 비극
신호등 없는 골목길 사거리. A씨는 직진 중이었다. 골목길 제한속도가 시속 50km인 줄 알고 도로 흐름에 맞춰 시속 60km 정도로 달렸다. 그러나 이 길의 제한속도는 30km/h였다.
양옆에 늘어선 불법주정차 차량들 때문에 시야는 막혀 있었다. 교차로에 진입하고 나서야 우측에서 우회전해 들어오는 차량을 발견했다.
"이건 못피하겠다." 순간적인 판단에 A씨는 브레이크 대신 가속 페달을 더 깊게 밟았다. 차량을 빨리 통과시켜 충돌을 피하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상대 차량 역시 정차 없이 그대로 진입했고, 교차로를 거의 다 빠져나가던 A씨 차량의 우측 뒷부분을 그대로 들이받았다. 충격으로 방향을 잃은 A씨의 차는 결국 벽에 부딪히고서야 멈춰 섰다.

'12대 중과실' 족쇄…과속 하나로 형사처벌 위기
사고 후 상대방은 A씨를 과속으로 경찰에 신고했다. 블랙박스 영상은 국과수로 넘어갔다. 문제는 A씨의 과속이 단순한 과실을 넘어 '12대 중과실'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은 제한 속도를 시속 20km 이상 초과해 사고를 낸 경우를 12대 중과실로 규정한다. 이 경우 자동차 종합보험 가입 여부와 상관없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라미 법률사무소 이희범 변호사는 "무신호 골목 교차로에서 제한속도 30km 구간을 약 60km로 주행하다 사고가 발생한 경우, 제한속도 20km를 초과한 과속에 해당하여 이른바 12대 중과실 적용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경우 종합보험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사안입니다"라고 설명했다.
평범한 접촉사고가 한순간에 형사사건으로 비화한 것이다.
변호사들 "과속과 사고의 '인과관계'가 열쇠"
모든 희망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A씨의 과속과 사고 발생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따져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제이디종합법률사무소 전종득 변호사는 "속도위반이 사고의 직접 원인이 아니라면(예: 제한속도를 지켰어도 회피 불가) 위 항목 해당성이 부정될 수 있다는 취지의 판단례가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즉, A씨가 시속 30km로 달렸더라도 불법주정차 차량에 가려진 시야와 정차 없이 돌진한 상대 차량 때문에 사고를 피할 수 없었다는 점을 입증한다면 형사처벌을 면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법률사무소 새율의 최성현 변호사 역시 상대 차량이 정차 없이 진입한 점과 불법 주정차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점 등은 상대방의 과실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정황이라며 A씨의 과속만이 유일한 쟁점이 아님을 강조했다.
국과수 분석 후 대응은?…"섣부른 인정보다 전략적 접근"
이제 공은 국과수로 넘어갔다. 국과수의 속도 분석 결과가 이번 사건의 향방을 결정할 핵심 증거가 될 전망이다.
변호사들은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섣부른 대응을 자제하라고 조언한다. 특히 전종득 변호사는 "'피하려고 엑셀을 더 밟았다'는 표현은 불리할 수 있어, 위험인지 시점,제동/회피 가능성 중심으로 사실관계를 정리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라고 경고했다.
만약 국과수 분석 결과 과속이 명백하게 드러난다면, 무리하게 부인하기보다는 과실을 인정하고 피해자와의 형사 합의를 통해 처벌 수위를 낮추는 전략이 현실적이다.
법무법인 에이케이 하동균 변호사는 "속도 부분이 객관적으로 확인될 경우 이를 무리하게 부인하기보다는 과실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상대방의 주의의무 위반을 함께 주장하는 전략이 필요해 보입니다"라고 강조했다.
결국 A씨는 법적으로 과속의 책임을 피하기 어렵더라도, 사고 발생에 기여한 다른 요인들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주장하고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하느냐에 따라 법의 심판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