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채팅서 '18세 행세'한 성인 여성, 성적 제안한 남성 처벌하려다 '역고소' 위기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랜덤채팅서 '18세 행세'한 성인 여성, 성적 제안한 남성 처벌하려다 '역고소' 위기

2025. 10. 27 09:44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아청법 '불능미수' 두고 법조계 갑론을박…'처벌 규정 부재'로 불가 의견 우세, '함정수사'식 접근에 무고·공갈죄 경고

랜덤 채팅에서 자신을 18세라고 속인 성인여성 A씨가 성적인 제안을 해온 남성을 처벌해달라고 요청했다. 가능할까?/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정의의 사도인가, 온라인 사냥꾼인가…'18세 행세' 여성의 위험한 실험


랜덤채팅에서 스스로를 18세 미성년자라 속인 성인 여성. 성적인 제안을 건넨 남성을 처벌해달라며 법의 문을 두드렸지만, 돌아온 것은 '처벌 불가'라는 차가운 답변과 '오히려 당신이 처벌될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였다.


온라인상의 그릇된 성 인식을 바로잡으려던 한 시민의 시도가 왜 법적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었는지, 그 내막을 들여다봤다.


"내가 미성년자인 줄 알았잖아!"…처벌 가능성 '불능미수'에 걸어봤지만


사건의 발단은 단순했다. 성인 여성 A씨는 랜덤채팅에서 자신의 나이를 18세라고 밝혔다. 이내 한 남성이 접근해 "파트너 해볼래?"라며 성관계를 암시하는 제안을 던졌다. A씨는 분노했다. '상대방은 나를 명백히 미성년자로 인식하고 성범죄를 저지르려 했다'고 확신한 A씨는 그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위반으로 처벌할 방법을 모색했다.


A씨가 기댄 유일한 법리는 형법상 '불능미수(不能未遂)'였다. 불능미수란 범죄를 시도했지만, 수단이나 대상의 착오로 처음부터 결과 발생이 불가능했던 경우를 말한다. 가령, 이미 사망한 사람을 향해 총을 쏘는 식이다.


우리 형법은 이런 경우에도 행위의 '위험성'이 인정되면 미수범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두고 있다. A씨의 논리대로라면, 남성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를 명백한 의도가 있었기에 불능미수가 성립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일부 변호사들은 이 희미한 가능성을 인정했다. 박성현 변호사는 "상대방이 본인을 미성년자로 인식한 상태에서 성적 대화를 시도했다면 아청법 위반 미수죄 적용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김경태 변호사 역시 "미성년자로 오인하고 성매매 제안을 한 것으로 불능미수가 성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들은 "'파트너' 정도의 모호한 표현만으로는 부족하고, 구체적인 금액이나 만남 장소 유도 등 명확한 목적이 드러나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법에 없으면 죄도 없다'…변호사 70%가 '처벌 불가' 외친 결정적 이유


하지만 법조계의 대다수 의견은 냉정했다. 상담에 참여한 변호사 13명 중 9명은 '처벌 불가'라는 명확한 깃발을 들었다. 이유는 단 하나, '법률 없이는 범죄도 없고 형벌도 없다'는 죄형법정주의의 대원칙 때문이었다.


범죄가 완성되지 않은 '미수' 단계를 처벌하려면, 해당 법률 조항에 반드시 '미수범도 처벌한다'는 명문 규정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A씨가 처벌 근거로 삼으려던 아청법과 아동복지법의 관련 조항에는 이 '미수범 처벌 규정'이 빠져있다.


따라서 상대방이 아무리 미성년자와의 성관계를 의도했더라도, 실제 대상이 성인이었던 이상 범죄는 미수에 그쳤고, 그 미수조차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는 '처벌의 공백' 상태에 놓인 것이다.


안영림 변호사와 김현중 변호사는 "미수범 처벌 규정이 없으므로 미수범으로 처벌은 불가하다"고 잘라 말했고, 이진규, 정찬 변호사 등도 "처벌받지 않는다"며 같은 결론을 내렸다. 상대방의 '나쁜 의도'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게 법의 확고한 현실이었다.


'정의 구현'하려다 '공갈범' 될라…섬뜩한 '역고소'의 함정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법조인들은 한목소리로 A씨의 행동이 '정의 구현'이 아닌 '범죄'로 되돌아올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사냥꾼인 줄 알았는데, 순식간에 사냥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기현 변호사는 "신고나 고발의 실익이 전혀 없는 사안"이라며 "최악의 경우, 고소하겠다고 말하면 협박죄, 고소 취하를 조건으로 돈을 요구하면 공갈죄, 실제로 고소하면 무고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옥민석 변호사는 A씨의 행동을 "전형적인 헌터(온라인 사냥꾼)의 수법"이라 꼬집으며 "공갈이나 무고로 역고소를 당할 수 있으니 여기서 멈추라"고 직설적으로 조언했다.


의도적으로 미성년자로 위장해 상대방의 범죄 의도를 유인하고, 이를 빌미로 합의금을 뜯어내려는 일부 '온라인 사냥꾼'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결국 A씨의 '위험한 실험'은 상대방을 처벌하지도 못한 채, 스스로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시킬 수 있는 위험천만한 함정수사였다는 씁쓸한 결론만 남겼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