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승계 믿고 퇴직 합의했는데"…내 자리엔 계약직
"고용승계 믿고 퇴직 합의했는데"…내 자리엔 계약직
약속은 거짓이었나…'합의퇴직'과 '기망에 의한 해고' 사이, 법정으로

고용승계를 약속받고 퇴직에 합의한 공공기관 직원이 해고 통보를 받았다. / AI 생성 이미지
"고용은 보장된다"는 회사 말만 믿고 퇴직에 합의했으나, 돌아온 것은 전원 해고 통보와 내 자리를 채운 계약직 사원이었다.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연달아 고배를 마신 공공기관 직원이 '기망에 의한 합의'를 주장하며 마지막 법적 다툼을 예고하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합의의 진정성'과 '회사의 기만 행위' 입증이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믿음의 배신…고용승계 약속은 한 달 만에 휴지조각으로
공공기관 직원 A씨는 수년간 회사로부터 "유관기관과 통폐합되지만 고용 승계가 될 것"이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회사는 줄곧 근로를 계속할 것을 약속하며 직원들을 안심시켰다.
이 말을 믿은 A씨와 동료들은 2025년 2월 11일, '퇴직일을 2025년 6월 30일로 한다'는 내용의 노사합의서에 도장을 찍었다. 회사는 합의 이후에도 세 차례나 고용승계 조사를 진행하며, '약속이 지켜질 것'이란 믿음을 심어줬다.
하지만 퇴직을 불과 한 달여 앞둔 5월 27일, 회사는 돌연 "고용승계는 없다"고 발표했다. 결국 합의된 날짜인 6월 30일, A씨를 포함한 전 직원은 일자리를 잃었다.
더 황당한 것은 회사가 문을 닫지 않고, 자신이 하던 업무를 그대로 수행할 계약직 직원을 새로 채용했다는 사실이다.

'합의서'라는 족쇄, 법원은 왜 회사 손을 들었나
A씨는 곧바로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지만, 결과는 모두 기각이었다. 명백히 존재하는 '노사합의서'가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허훈무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노동조합이 체결한 합의는 개별 근로자에게 다소 불리하더라도 유효한 것이 원칙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노동위원회가 이 원칙에 따라 A씨의 퇴직을 '해고'가 아닌 '유효한 합의'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허 변호사는 "그러나 회사가 고용승계를 약속하며 근로자들을 기망했거나, 합의의 전제 조건이 완전히 무너졌다면 그 효력을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라고 덧붙이며 반격의 실마리를 제시했다.
"진정으로 동의했나?"…'기망'과 '업무 지속'이 승부 가른다
결국 법정 다툼의 핵심은 노사합의가 A씨의 '진정한 의사'에 따른 것이었는지를 밝히는 데 있다. 김정묵 변호사는 "결국 쟁점은 '근로자가 자유롭고 충분한 정보에 기초해 진정으로 퇴직에 동의했는지’입니다"라고 강조했다.
고용승계라는 명백한 전제가 있었기에 합의에 동의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에 회사가 폐업하지 않고 동일 업무를 계약직으로 대체한 사실은 A씨에게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전종득 변호사는 "말씀하신 것처럼 기관이 실질적으로 존속하고 업무가 남아 있는데 동일 업무를 재채용으로 대체했다면 “사업종료·폐지” 논리를 다투어 볼 여지가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없이 인력을 교체한 것은 부당해고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판정서 받은 날부터 15일, 마지막 기회의 문
이제 A씨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여러 변호사들은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서를 받은 날부터 단 15일 안에 행정소송을 제기해야 한다고 공통적으로 조언했다.
이 짧은 '제소기간'을 놓치면 법정의 문을 두드릴 기회 자체가 사라진다. 승소의 열쇠는 결국 증거다.
남희수 변호사는 "중노위 재심 결과에 불복하려면 결정서를 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소송에서는 합의의 자발성, 기망 여부, 고용승계 약속의 신뢰이익 침해 등을 집중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내부 공지 메일과 설명회 녹취 설문 자료 등이 핵심 증거가 됩니다"라고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했다.
고용승계라는 희망이 기만으로 끝난 지금, A씨가 법정에서 빼앗긴 일터를 되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