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 키스는 범죄 아니다?" 경찰 말에 좌절한 피해자…변호사들 "명백한 강제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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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습 키스는 범죄 아니다?" 경찰 말에 좌절한 피해자…변호사들 "명백한 강제추행"

2025. 12. 01 11:26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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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협박 없어도 '기습' 자체가 폭행이라는 대법원 판례…'사귀었던 사이'라는 점이 유무죄 가를 최대 쟁점으로

헤어진 연인에게 당한 기습 키스를 경찰이 폭행·협박이 없어 범죄가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법조계는 기습 추행 자체가 폭행에 해당해 강제추행죄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봤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폭행 없었으니 범죄 안돼요." 헤어진 연인에게 기습 키스를 당한 A씨는 경찰의 한마디에 가슴이 무너졌다. 정말 처벌은 불가능한 걸까?


한 달 전 짧게 사귀었던 사람과 술을 마신 뒤 원치 않는 기습 키스를 당한 A씨. 분명히 저항했고,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는 메시지까지 남겼지만 경찰서에서 돌아온 답변은 절망적이었다.


"폭행이나 협박이 없어서 강제추행은 성립되지 않을 겁니다. 술도 마셨고 오랜 시간 같이 있었으니 당신도 좋아서 한 걸로 보일 수 있어요." A씨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정말 이 억울함을 풀 길은 없는 걸까.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은 경찰의 초기 판단과 사뭇 달랐다.


"기습 자체가 폭행"… 법조계의 일관된 반박


다수의 변호사들은 A씨의 사례가 '기습추행'에 해당하며, 강제추행죄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강제추행죄(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을 수단으로 추행했을 때 성립한다. 경찰이 '폭행·협박이 없었다'고 본 것은 이 조문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법원은 오래전부터 '기습적인' 추행 행위 자체를 폭행으로 인정해왔다.


경찰 경력의 윤준기 변호사는 "대법원은 '기습추행의 경우에는 폭행이나 협박이 없더라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물리적 힘)의 행사 자체가 폭행'이라고 판시하고 있다"고 명확히 설명했다. 즉, 갑작스러운 키스 자체가 폭행 행위로 간주된다는 의미다. 윤형진 변호사 역시 "추행(키스) 행위 그 자체가 폭행이 되므로 강제추행죄가 성립한다"고 잘라 말했다. 별도의 주먹다짐이나 위협적인 말이 없었더라도, 상대의 의사를 무시한 신체 접촉은 그 자체로 '폭력'이라는 것이 법원의 확고한 태도다.


술자리·과거 연인 관계가 '동의'의 증거? "착각"


경찰이 언급한 '술을 마시고 오랜 시간 함께 있었다'는 정황 역시 동의의 증거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한장헌 변호사는 "술을 함께 마셨거나 짧게 사귄 사실은 동의 여부를 단정 짓는 요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길기범 변호사도 "술을 같이 마시고, 오랜 시간 같이 있었다고 해서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대법원 역시 '성범죄 피해자의 대처 양상은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및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피해자가 사건 직후 곧바로 자리를 박차고 나오지 않았거나, 얼어붙어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암묵적 동의'가 있었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A씨가 저항의 의미로 보낸 메시지는 오히려 동의가 없었음을 증명하는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남은 변수…'사귀었던 사이'라는 딜레마


하지만 모든 변호사가 장밋빛 전망만을 내놓은 것은 아니다. 이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은 두 사람이 '짧게나마 사귀었던 사이'라는 점이다. 장세훈 변호사는 "연인 사이의 일정 스킨십은 허용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바, 강제추행 성립이 어려울 수 있다"는 현실적인 가능성을 제기했다. 경찰 수사관이 섣불리 '범죄가 안 된다'고 판단한 배경에도 이러한 선입견이 작용했을 수 있다.


황미옥 변호사는 "수사관이 기습추행을 몰라서가 아니라, 교제 관계였고 술을 마시는 등 전후 사정상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행위가 아니었다고 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가해자 측이 '연인 사이의 스킨십이었을 뿐 추행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할 경우, 법적 다툼은 한층 복잡해진다. 조기현 변호사는 "교제하고 있었다는 점이 항변을 불리하게 만드는 정황"이라며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했다.


"포기하긴 이르다"…일관된 진술과 증거가 관건


결론적으로 법조계의 중론은 '처벌 가능성이 충분하지만,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변호사들은 A씨가 가진 '사건 후 나눈 메시지'가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거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더해, 피해 사실에 대한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준환 변호사는 "성범죄는 객관적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의 구체적인 진술만으로도 처벌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전문가를 통한 논리적이고 신빙성 있는 주장 전개를 조언했다.


경찰의 첫마디에 모든 것을 포기하기엔 이르다. 김경태 변호사의 말처럼, "수사관의 말과 달리, 강제추행죄는 반드시 폭행이나 협박이 수반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A씨의 억울함이 법의 심판대 위에서 제대로 평가받기 위한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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