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은 네가 해라" 아내 버리고 떠났던 아빠…장례식 끝나자 "내 몫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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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은 네가 해라" 아내 버리고 떠났던 아빠…장례식 끝나자 "내 몫 내놔"

2025. 12. 09 09:21 작성
손수형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sh.son@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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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박사 딸, 커리어 포기하고 10년 독박 간병

장례 끝나자 나타난 아버지, "증여 무효" 소송에 "생활비도 토해내라"

변호사 "10년 간병 기여분 인정 가능성"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어머니가 간암으로 투병하시자 아버지는 집을 나갔습니다. 제가 해외 커리어를 포기하고 10년을 홀로 간병했죠. 그런데 어머니가 돌아가시자마자 아버지가 나타나 유산을 내놓으라며 소송을 걸었습니다."


아픈 아내를 버리고 떠났다가 사별 후 유산을 챙기려 나타난 비정한 아버지와, 그에 맞서는 딸의 실제 사연이 전해졌다. 9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10년간 어머니를 홀로 부양한 딸 A씨가 겪고 있는 기막힌 상속 분쟁이 소개됐다.


"아내 재산은 내 것"… 아버지의 '3단 소송'

사연에 따르면 50대 미혼 여성인 A씨는 해외 유학파 박사 출신 연구원이었다. 그러나 10년 전, 어머니의 간암 발병 소식과 함께 아버지의 가출 소식을 듣고 급히 귀국했다. 아버지가 간병을 포기하고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A씨는 커리어를 내려놓고 10년간 어머니의 손발이 되어 식사, 청소, 병원 수발을 도맡았다. 강연 수입과 어머니의 연금을 합쳐 근근이 생활을 이어갔다. 미안함을 느낀 어머니는 세상을 떠나기 1년 전, 함께 살던 아파트를 딸 A씨에게 증여했다.


문제는 어머니 사망 직후 발생했다. 10년간 연락 두절이던 아버지가 장례식 후 찾아와 "상속 재산을 나누라"고 요구한 것이다. 남은 재산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는 딸을 상대로 ▲증여무효 소송 ▲상속재산분할 소송 ▲유류분 청구 소송 등 무려 세 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심지어 A씨 모녀가 10년간 쓴 생활비까지 유류분에 포함해 토해내라고 주장하고 있다.


말기 암 환자의 아파트 증여, 무효 될까?

아버지는 어머니의 투병 사실을 근거로 의사 무능력 상태에서의 증여, 즉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신세계로 류현주 변호사는 무효 가능성을 낮게 봤다. 류 변호사는 "증여가 무효가 되려면 사기, 강박이 있었거나 치매 등으로 의사표현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는 상태였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투병 기간이 길었다고 해서 의사능력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류 변호사는 "사연자의 어머니께서 암 투병을 장기간 하신 것은 사실이지만, 증여 당시 의사 능력에 문제가 없었다면 증여가 무효로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일축했다.


10년치 생활비도 유산?… '특별수익'의 함정

아버지는 A씨가 어머니 계좌에서 이체해 쓴 생활비도 '특별수익'(상속분을 미리 받은 것)이라며 유류분 산정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법조계의 해석은 달랐다. 류현주 변호사는 "법원은 생전 증여가 단순한 호의가 아니라 '상속분의 선급' 성격이 있을 때만 특별수익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즉, 자녀가 부모와 동거하며 생활비나 병원비로 쓴 돈은 자녀의 자산 증식에 기여한 것이 아니므로 상속분이 될 수 없다는 논리다. 류 변호사는 "10년간 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생활비, 간병, 병원비 등으로 지출한 돈은 사연자에게 경제적 이익이 생긴 것이 아니므로 특별수익으로 간주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보험금과 기여분… 아버지에 맞설 무기

남은 재산인 종신보험금의 경우 수익자가 누구냐에 따라 운명이 갈린다. 류 변호사는 "수익자가 특정되어 있다면 이는 고유재산으로 상속재산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다만 수익자가 법정상속인으로 되어 있다면 아버지와 딸이 상속분에 따라 나눠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가장 결정적인 변수는 A씨의 기여분이다. 민법은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재산 유지에 기여한 상속인에게 더 많은 몫을 인정한다.


류 변호사는 A씨의 승소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그는 "해외에서 쌓아온 커리어를 포기하고 10년 이상 간병하며 모신 사정은 충분히 기여분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유류분 제도 일부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점도 A씨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패륜적인 가족에게까지 기계적으로 유류분을 보장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류 변호사는 "아직 법 개정 전이지만 법원 판결에서도 기여분을 반영하는 추세"라며 "간병 기록과 생활비 사용 내역 등 구체적 증거를 준비해 대응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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