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휠체어 사고, '고의' 없어도 처벌 가능할까
전동휠체어 사고, '고의' 없어도 처벌 가능할까
'과실치상죄' 쟁점 부상…상해진단서가 전부는 아닌 이유

전동휠체어 사고 피해자는 가해자를 과실치상죄로 처벌 요구할 수 있으며, 상해진단서 외 사진 등 구체적 증거 확보가 중요하다. / AI 생성 이미지
70대 노인의 전동휠체어에 치인 피해자, 경찰로부터 "고의가 없어 처벌이 어렵다"는 말을 듣고 좌절했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폭행죄'가 아니더라도 '과실치상죄'로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처벌의 핵심 열쇠인 '상해진단서'의 증명력에 대해 법원은 신중한 잣대를 들이대는 만큼, 실질적인 대응 방안을 심층 분석했다.
"고의 아니면 죄 안 된다?"…핵심은 '과실치상죄'
길을 걷다 전동휠체어에 부딪혀 응급실 신세를 진 A씨. 그는 경찰로부터 "고의가 아니라면 폭행죄가 성립 안 된다"며 "불송치로 끝나고 민사로 진행해야 한다"는 설명을 듣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의 견해는 달랐다. 고의가 없더라도 운전자의 '과실'이 있었다면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가온길의 백지은 변호사는 "고의가 아니더라도, 과실치상죄에 해당하는 사안입니다."라고 명확히 했다. 법률사무소 유(唯)의 박성현 변호사 역시 "전동휠체어에 의한 사고는 고의가 아닌 경우라도 과실치상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즉, 운전자의 부주의로 상해라는 결과가 발생했다면 형법 제266조 과실치상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상해진단서의 양면성…'유력 증거'와 '신중한 판단'
과실치상죄 적용의 핵심은 '상해' 발생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것이다. 이때 '상해진단서'가 결정적 역할을 한다.
한 변호사는 "응급실 기록만으로는 단순히 진료를 받았다는 사실만 확인할 수 있을 뿐, 실제로 상해가 발생했는지, 그 정도가 어떠한지에 대한 세부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상해진단서를 제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진단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법원 또한 판례를 통해 상해진단서가 피해자 진술과 더불어 상해 사실을 증명하는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으며, 합리적 근거 없이는 그 증명력을 함부로 배척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대법원 2011. 1. 27. 선고 2010도12728 판결).
하지만 이것이 '만능 열쇠'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법원은 상해진단서의 증명력을 맹신하지 않으며, "상해진단서의 객관성과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증명력을 판단하는 데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인다(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6도15018 판결).
특히 피해자의 주관적 통증 호소에 의존해 발급된 경우, 증명력을 더욱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전동휠체어는 '차' 아닌 '보행보조기구', 책임은?
사고를 둘러싼 또 다른 쟁점은 전동휠체어의 법적 지위다. 법적 분석에 따르면 전동휠체어는 도로교통법상 '자동차'가 아닌 '보행보조기구'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자동차 사고 시 적용되는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의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운전자의 책임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는 법적 분류와 별개로 책임의 무게를 강조했다. 그는 "전동휠체어는 도로교통법상 차에 준하는 이동수단으로서, 운전자는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주의의무를 다해야 합니다."라고 지적했다.
즉, 법적으로 '차'가 아니더라도 전방 주시 의무나 안전거리 확보 등 보행자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면 형사상 과실치상죄와 별도로 민법 제750조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내 몸의 피해', 어떻게 입증해야 할까
그렇다면 피해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신속하고 구체적인 증거 확보를 강조한다.
단순히 진단서를 제출하는 것을 넘어, 복합적인 상해를 입었다면 정형외과, 신경외과 등 각 분야 전문의의 진단서를 모두 받아두는 것이 유리하다. 또한 상해 부위를 직접 사진으로 찍어두면 진단서 내용을 보강하는 자료가 된다.
김경태 변호사는 "수사기관에서 불송치 결정을 하더라도 항고나 재정신청을 통해 다툴 수 있으며,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병행하실 수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민사 소송까지 고려한다면 향후 치료 계획이 담긴 소견서나 치료비 영수증 등을 꼼꼼히 챙겨두는 것이 필수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