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뺑소니범과의 합의, '1500만원' 불렀는데 괜찮을까?
음주 뺑소니범과의 합의, '1500만원' 불렀는데 괜찮을까?
신호대기 중 추돌 후 차 버리고 도주한 가해자…피해자, 개인 합의 고민에 변호사들 "실형 가능성 커, 합의금 더 높여야"

법률 전문가들은 가해자가 실형 가능성이 높은 중범죄를 저질렀기에 민형사상 합의금을 합쳐 1500만원 보다 높은 금액을 요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차 수리비 빼고 1500만원…음주 뺑소니 합의금, 이게 최선일까?
음주 뺑소니 사고를 당한 한 피해자가 가해자와의 개인 합의를 고민하며 던진 질문에 법률 전문가들의 다양한 조언이 쏟아졌다. 가해자는 실형까지 각오해야 할 중범죄를 저지른 만큼, 피해자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차 버리고 사라진 운전자, 잡고 보니 음주"…피해자의 딜레마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3차선 도로 2차로에서 신호대기를 하던 피해자의 차량을 뒤차가 들이받았다. 그러나 가해 운전자는 사고 수습은커녕 차를 도로에 버려둔 채 그대로 현장에서 사라졌다. 홀로 남아 경찰에 신고하고 보험사를 부른 피해자는 차량 수리비로 430만 원의 견적을 받았다.
얼마 후 가해자는 경찰에 자수했고, 음주 상태에서 운전한 사실이 드러났다.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차량 수리비는 자신이 직접 부담하고, 병원 진단서를 제출하지 않는 조건으로 위로금을 포함한 '개인 합의'를 제안했다.
피해자 역시 원만하게 사건을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에 합의를 고려하며, 차량 수리비를 제외하고 민사 및 형사 합의금으로 1500만 원을 생각하게 됐다. 그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됐다. 이 금액이 과연 적절한 것일까.
"1500만원은 너무 낮다"…변호사들, '실형 가능성' 한목소리
피해자의 질문에 법률 전문가들은 가해자의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점을 일제히 지적했다. 김경태 변호사(김경태 법률사무소)는 "음주운전과 도주라는 가중 처벌 사유가 있어 가해자는 실형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라며 1500만 원은 다소 낮은 금액일 수 있다고 짚었다. 음주운전 사고 후 구호 조치 없이 도주하는 행위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 중대 범죄다.
박영재 변호사(법무법인 창세)는 한발 더 나아가 구체적인 액수까지 제시했다. 그는 "민형사합의금은 피해자의 치료비와 가해자의 음주 상태 등을 고려해 결정되며, 약 3,000만 원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가해자가 처벌 수위를 낮추기 위해 절박한 만큼, 피해자가 합의금 협상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다른 시각도 존재했다. 김우중 변호사(법무법인 선)는 "합의금은 정하기 나름"이라며 "1500만 원을 제시해보고 상대방 반응을 보시기 바란다"고 말해, 우선 제안을 통해 협상의 물꼬를 트는 전략도 유효하다고 봤다.
보험 취소? '독이 든 성배' 될 수도…신중해야 하는 이유
개인 합의의 전제 조건인 '보험 접수 취소'에 대해서는 변호사들 모두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이미 피해자 측 보험사를 통해 대인·대물 접수가 진행된 상황에서 이를 취소하는 것은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가장 큰 문제는 후유증이다. 당장은 가벼운 통원 치료로 끝날 것 같아도, 교통사고는 언제 어떤 후유증이 나타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섣불리 대인 접수를 취소했다가 나중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치료비를 자비로 부담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김경태 변호사 역시 "모든 금액을 개인 합의로 진행해야 하며, 이 경우 합의금 수령이 불확실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가해자의 지급 능력을 확인하고, 합의금을 먼저 받은 뒤 보험 접수를 취소하는 것이 안전한 순서라고 입을 모았다.
그래서 적정 합의금은?…'민사+형사' 분리 접근법
그렇다면 적정 합의금은 어떻게 산정해야 할까. 법률 분석에 따르면 합의금은 크게 '민사'와 '형사' 두 갈래로 나눠 생각해야 한다.
민사 합의금은 사고로 발생한 직접적인 손해를 배상하는 개념이다. 차량 수리비 430만 원과 실제 발생한 치료비, 그리고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가 포함된다. 법조계에서는 통상 위자료를 500만 원에서 1000만 원 사이로 산정하는 경향이 있다.
핵심은 '형사 합의금'이다. 이는 가해자가 자신의 형사 처벌 수위를 낮추기 위해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돈이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법원은 이를 양형(형벌의 정도를 정하는 것)에 중요하게 참작한다.
이번 사건처럼 음주운전과 뺑소니가 결합된 경우, 가해자는 실형을 피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합의에 나설 수밖에 없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 경우 형사 합의금만으로도 500만 원에서 1000만 원 이상이 책정될 수 있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차량 수리비를 제외하고도 민사상 위자료와 형사 합의금을 합쳐 최소 1000만 원에서 최대 2000만 원 이상의 합의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피해자가 처음 생각한 1500만 원은 결코 무리한 금액이 아니며, 오히려 협상의 시작점이 될 수 있는 금액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