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 괜찮다" 중개사 말 믿었다가…전세금 날릴 위기
"가족이라 괜찮다" 중개사 말 믿었다가…전세금 날릴 위기
전세사기 피해자도 아니라니…사문서위조·중개과실이 구원의 열쇠

공동명의 주택을 위임장 없이 계약한 세입자가 보증금 반환 소송 일부 패소 후 전세사기 피해자 불인정 통보까지 받았다. / AI 생성 이미지
공동명의 주택, 위임장 없이 계약했다가 보증금 반환 소송 일부 패소. 설상가상 전세사기 피해자 불인정 통보까지.
절망에 빠진 세입자에게 법률 전문가들은 임대인의 '사문서위조' 혐의와 공인중개사의 '명백한 과실'을 입증해 난관을 돌파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위임장 없다"…악몽이 된 공동명의 전세계약
공동명의로 된 주택에 전세로 입주한 A씨는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계약 당시 공인중개사는 공동임대인 2명 중 1명과만 계약해도 문제없다고 했다.
"가족관계이므로 위임장 없이도 대리계약이 가능하다"는 설명에 A씨는 추호의 의심도 없이 서명했다. 그러나 이는 비극의 서막이었다.
만기 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A씨는 결국 임대차보증금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가 직접 계약한 임대인 1명에 대한 책임만 인정했을 뿐, 다른 공동임대인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설상가상으로 A씨와 계약하지 않은 공동임대인은 "위임한 사실이 없다"며 계약을 진행한 다른 임대인을 사문서위조 혐의로 고소했고, 이 사건은 검찰에 송치됐다. A씨의 계약이 시작부터 법적 근거가 위태로웠음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피해자 불인정' 통보…단 한 번의 기회, '기망 의도'를 입증하라
벼랑 끝에 몰린 A씨는 정부의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받기 위해 문을 두드렸지만, 돌아온 것은 '불인정' 통보였다. 전세사기피해자법상 4호 요건인 '임대인의 보증금 편취 의도'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 결정을 뒤집을 핵심 열쇠가 바로 '사문서위조' 사건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홍현필 변호사는 "공동임대인의 위임장 없이 서명을 위조하여 계약을 체결한 행위는 처음부터 임차인을 기망하여 보증금을 편취하려는 고의적 기망을 증명하는 객관적 사실입니다"라고 지적했다.
다른 공동임대인이 위임을 부인하며 형사 고소까지 진행한 점이, 단순 채무불이행이 아닌 명백한 '사기 의도'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의신청은 결정 통보 30일 이내에 단 한 번만 가능하기에, 사문서위조 수사 결과 등을 토대로 임대인의 기망 행위를 법리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믿었던 중개사의 배신…'명백한 과실' 책임 물을 수 있나
이번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이는 바로 공인중개사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공인중개사의 명백한 과실을 지적한다.
신은정 변호사는 "공동명의 주택 계약 시 중개사는 위임장과 인감증명서 등을 통해 대리권을 철저히 확인할 법적 주의의무가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현행 공인중개사법 제30조는 중개사의 고의 또는 과실로 재산상 손해를 입었을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한다.
A씨의 경우, 중개사가 대리권 확인 의무를 소홀히 한 채 '가족이라 괜찮다'는 잘못된 정보로 계약을 중개해 보증금 회수에 치명적 문제를 야기한 만큼, 중개사 및 그가 가입한 공제조합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통해 피해액을 회복할 길이 열려있는 셈이다.
결국 A씨는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을 위한 이의 신청과 동시에, 이 모든 사태의 단초를 제공한 공인중개사를 상대로 한 지난한 법적 싸움을 병행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